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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Jan 19. 2021

참을 인(忍)자 네 개여야 육아를 한다

유타 바우어 <고함쟁이 엄마>

  며칠 전 첫째 아이가 열감기에 걸렸었다. 4일 동안 열이 40도까지 오르락내리락하고 입맛이 없는지 식사량도 줄고 놀다 누워있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다른 증상 없이 완쾌했는데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바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며칠 더 집에 데리고 있었더니 그녀의 짜쯩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집에 있으니 엄마가 동생 돌보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온전히 자신과 놀아주지 못해서 그런 건지, 열감기로 아직 기력이 회복되지 않아서 인지, 알 수 없는 포인트에서 울고 화내고 밥도 안 먹는다고 하고 계속 싫어! 를 연발했다.

비가 오지 않는데 우산을 가지고 등원하는 청개구리

  나는 감정 기복이 많지 않다. 특히 화가 잘 나지도 않고 그러니 화를 잘 내지 않는다. 평생 살아오면서 싸워 본 적이 없다. 남편과도 싸운 적이 없다. 큰 소리 칠 일도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나의 인생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그녀는 28개월 경부터 청개구리가 되었는데 48개월이 된 지금 까지도 사람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 그녀를 키우며 난 나도 이렇게 화가 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참을 인(忍)자가 셋 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육아는 참을 인(忍)자 네 개는 있어야 될 것 같다. 참다 참다 참다 난 결국 그녀에게 고함을 치고 말았다. 한 번 더 참았어야 했는데...

저녁도 안 먹고 울다가 잠든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아직 아이라 자기감정과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엄마라도 잘 알아줘야 하는데, 알면서도 나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그날 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며 잠을 설쳤다. 그리고 고함쟁이 엄마라는 그림책이 생각났다.

그림책 <고함쟁이 엄마>는 아이에게 고함을 치자 아이의 신체가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간다. 엄마가 하나씩 찾아 다시 꿰매고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다음날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 좋게 어린이집을 갔고  식욕도 돌아왔다. 그리고 함박눈이 내려 신나게 썰매도 타며 기분이 전환되었다. 물론 계속 청개구리이긴 하다. 그렇게 열감기로 또 한 번의 폭풍이 지나갔다.

썰매타고 하원하는 그녀

속담 중에 자식 관련 속담으로 '무자식이 상팔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속담들이 있다. 다들 자식 키우기 힘들다는 뜻이다. 반면 자식 관련 긍정적인 속담을 찾으려니 없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키우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인 것이다. 여기에 속담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참을 인(忍)자가 네 개여야 육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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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3년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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