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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Dec 13. 2021

아이들의 상상력에 찬물 끼얹지 말자

클로드 부종 <파란 의자>

   아이들에게 집안의 모든 물건은 장난감이고 그것으로 어떤 놀이든지 할 수 있다. 그저 상상만 하면 된다. 만 5세가 되어가는 첫째는 여전히 상상놀이를 좋아한다. 혼자 놀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 좀 더 어렸을 때는 내가 먼저 멍석을 깔아줬고 아이는 금세 배워 여러 상상놀이를 만들며 나와 함께 놀았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첫째와의 상상놀이를 해주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첫째도 혼자서 노는 게 재미없는지 예전처럼 상상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가 만 1세가 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상상놀이가 다시 시작되었다. 첫째는 말은 못 하지만 누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동생을 데리고 놀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거실에서 온갖 물건으로 집을 짓고 배를 만들었다. 모든 물건들을 다 뒤집고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특히 의자는 첫째가 항상 뒤집기를 좋아하는 물건 1호다.

  동생은 누나가 하는 행동이 다 신기하기만 하다. 아직 신체능력이나 언어능력이 따라주지 않지만 나름 누나를 따라 하면서 놀이에 참여한다. 그리고 의자를 뒤집는 것을 보더니 그 이후로 둘째도 뭐든지 뒤집기 시작했다.

    

온갖 의자와 장난감을 연결해서 노는 아이들

   이렇게 놀다 보면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다. 첫째가 정리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내 몫이 더 많다. 그래도 신나게 상상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어서 나름 좋다.


  <파란 의자>라는 그림책에서도 의자는 정말 재미있는 장난감이다. 뭐든지 될 수 있는 마법 같은 물건이다. 개썰매가 되기도 하고, 불자동차, 구급차, 경주용 자동차, 헬리콥터, 비행기 등 상상에 끝이 없다. 책에 등장하는 두 캐릭터들도 의자는 요술쟁이라며 말한다.


   그런데 파란 의자 하나로 신나게 상상놀이를 하는 이들 앞에 인상을 찌푸린 낙타가 나타나더니 이들을 보고 소리를 빽 지른다. 놀이는 끝이 나고 만다.


"의자는 그 위에 앉으라고 있는 거야."


   이 장면에서 나는 낙타가 권위적인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놀이에 찬물을 끼얹는 어른. 낙타는 이들이 의자의 쓰임새를 모른 채 엉뚱하게 의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했나 보다. 현실에서도 그런 어른들이 많긴 하다. 어쩌면 나도 아이들에게 그랬을 수도 있다. 정형화된 방법을 주입시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아이들의 상상력에 맥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저 낙타가 내 모습이었을지도. 으악.


   낙타는 그렇게 소리를 지른 후에 파란 의자에 앉아서 꼼짝하지도 않는다. 이제 파란 의자는 요술 의자에서 그냥 파란색 의자가 되어버렸다. 그런 낙타를 남겨두고 이들은 다른 곳으로 가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 에이, 우리 가자.

  이 낙타는 상상력이라고는 통 없는 거 같다."


  의자를 뺏겨 슬퍼하면 어쩌나~라는 걱정도 잠깐. 마지막 이들의 시크한 말과 행동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이라고는 통 없는 낙타이니 너희들이 이해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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