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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y 31. 2021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

Walker,Anna <FLORETTE>

    어린 시절 내가 살 던 곳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어 언제든지 산에 놀러 갈 수 있었고, 길거리는 비가 와도 비를 맞지 않고 걸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란 플라타너스 나무가 가로수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작은 도시였다. 15살이 되던 해 그곳을 떠나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삭막한 큰 도시에 살게 되었지만 내 마음  한켠에는 무성한 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항상 나무들을 그리워했다.

    결혼을 하면서 집을 구하다가 아파트 단지 안에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집 베란다에서 그 나무를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고민하지 않고 집을 계약했다. 게다가 바로 뒤로는 낮은 산이 있고 산책하기 좋게 잘 가꾸어져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단점들을 모두 상쇄시켰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경이로움.과 소중함을 더 게 되었고 아이에게 나무며, 꽃이며, 우리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린 시절 자연에서 뛰놀던 경험과 추억들이 살아가는데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아이에게 자연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계절마다 변화하는 나무를 보며 이야기하고 내가 느끼는 감동을 전달했다. 또 뒷산도 시간이 될 때마다 올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동안 변화하는 산을 보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다양한 새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사계절 내내 동네 뒷산을 오르며 자연을 느낀다


    더불어 자연에 관한 그림책도 많이 보여주었다. 그림책을 통해 우주와 지구, 계절, 날씨, 동물과 식물 등 아이가 매일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자연이고 우리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알려 줄 수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자연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물과 전기를 아끼고 쓰레기는 아무 곳에나 버리지 않고 버릴 때는 분리수거를 하고 종이와 휴지를 아껴 쓰는 등  아이는 사회규칙을 배우고 실천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자연을 탐구하는 과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 전 온 가족이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으로 차를 타고 놀러 갔다. 그날은 먹구름이 잔뜩 껴있더니 얼마 안 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리는 비를 보며 말했다.

"비가 오니까 나무들이 좋아하겠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첫째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엄마, 비도 자연에게 좋지만 제일 좋은 게 뭔지 알아요?"

나는 무엇일까 정말 궁금했다. 답을 알 수 없었다.

"뭔데?"

첫째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말에 깜짝 놀랐고 아이 말에 크게 수긍하며 맞장구를 쳤다.

"와,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거네."


    며칠  아이가 미술학원에서 만들어온 액자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연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행복한 자, 000(자기 이름을 씀)' 이 문구를 보자 내 마음이 뭉클해지며 최근 아이와 함께 본 <Florette>라는 그림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써툰 글씨로 쓴 아이의 마음

    그림책 속 여자 아이는 건물만 빼곡하게 들어선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 아이는 자신의 정원을 만들고 싶지만 그럴 공간도 없다. 그러다 빈 공터를 발견하고 그곳에 꽃이며 나무를 그려보지만 비가 깨끗이 지워버린다. 어느 날 이전에 살던 동네에 있었던 새를 발견하고 따라가다가 커다란 온실을 발견한다. 그 온실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는데 틈 사이로 작은 풀이 삐죽 나와있다. 아이는 그것을 가져와 화분에 심고 빈 공터에서 키우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을 동네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본다. 마지막 장면은 삭막했던 그 빈 공터가 어느새 식물들과 아이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으로 끝난다. 아마 다른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식물들 속에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담긴 마지막 장면

    아이들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서 몸과 마음이 멀어진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아직 자연의 속성을 잃지 않고 있다. 사람은 자연 속에 있을 때 행복하다. 나는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이 자란다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랄 것이라고 믿으며 다른 어떤 교육보다도 자연을 사랑하고 탐구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어디에나 있고 가까이 있다. 오늘은 아이와 하원을 하며 비 온 뒤 나뭇잎들의 색이 더 푸르러졌음을 이야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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