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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Jul 08. 2021

부모의 말 습관이 아이를 만든다

존 버닝햄 <에드와르드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늘 말하던 것이나 무심코 한 말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의 속담이다. 요즘 들어  속담을 잘 새겨야 할 사람은 바로 부모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말을 듣기 시작한다. 부모의 말을 듣고 말을 배우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부모의 말은 어떤 것보다도 아이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명한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의 <에드와르드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에서는 부모(어른들)의 말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위트 있게 보여 준다. 그림책 속 에드와르드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꼬마다. 다른 아이들처럼 시끄럽게 떠들고 때때로 어린아이들을 못살게 굴고 가끔씩 동물들을 괴롭히거나 고양이를 잡으러 쫓아다니며 방 정리는 서툴고 세수하고 이를 닦는 걸 자주 까먹는다. 그때마다 어른들은 에드와르드에게 손가락질하며 비난했고 에드와르드는 점점 더 어른들이 말한 대로 행동이 나빠진다. 그러자 결국 어른들은 에드와르드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에드와르드는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비난하는 어른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에드와르드, 너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가는 말썽쟁이로구나.'


  그런데 어떤 어른들은 에드와르드의 행동에 대해 다르게 말한다. 개에게 물을 끼얹자 개를 씻겨줘서 고맙다며 동물한테 사냥하다고 칭찬하고 어질러진 방의 물건들을 창밖으로 모두 집어던졌더니 방을 말끔하게 치웠다고 칭찬한다. 또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동물원에서 달아난 사자들이 겁먹고 우리로 돌아가자 사자 다루는 솜씨가 좋다고 칭찬한다. 의도치 않게 칭찬받은 에르와르드는 어른들이 말한 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말썽을 부리는 보통 꼬마 에드와르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 된다

에드와르드가 말썽쟁이가 아니라 사랑스런 아이로 보인다

  이 그림책은 어른들의 말이 아이를 말썽쟁이로 만들 수도 있고 사랑스러운 아이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가 봐도 좋지만 부모가 보면 더 좋은 그림책이다. 나는 제목만 보고 '말썽쟁이 아이가 말썽을 부리는 이야기인가 보다'라고 막연히 생각한 채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보았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다 읽고 나서는 내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에드와르드를 말썽쟁이로 낙인찍은 어른들처럼 나도 내 아이를 정리 못하는 아이, 버릇없는 아이, 꾸물되는 아이로 만들었던 날들이 생각났다.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책 내용이 맴돌았고 마냥 재밌다고 웃고 있는 아이에게 몹시 미안했다.


  그 후로 나는 최대한 부정어를 배제하고 훈육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말썽쟁이와 사랑스러운 아이는 내가 보는 시각과 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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