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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Feb 03. 2022

우리 집 꼬마 예술가들

토미 웅거러 <꼬마 예술가 라피>

  우리 집 둘째가 펜을 잡기 시작하면서 집안의 온갖 것에 둘째의 흔적이 남겨지고 있다. 벽과 바닥은 기본이고 하얀 공기청정기, 식탁과 의자, 책상, 휴지통, 문, 책장 등 신나게 휘갈긴 색색깔의 선들이 보란 듯이 그려져 있다. 웬만해선 그를 막을 수는 없다. 손 힘도 어찌나  지 펜을 잘 뺏기지도 않고 날쌔게 도망쳐 선을 그어버린다. 커다란 종이를 벽에 붙여놔도 소용없다. 18개월 둘째에겐 모든 것이 캔버스다. 종이는 너무 작은 세상이다. 결국 남편과 나는 그의 예술적 결과물을 보며 나중에 인테리어를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누나 책상을 캔버스 삼아 그리는 동생


  사실 둘째가 색연필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나가 그림 그리기와 색칠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매일 책상에서 색연필로 이것저것 그리고 색칠하는 누나를 보며 자기도 따라 하기 바쁘다. 누나 그림에도 색칠을 해버려 누나한테 한소리 들어도 물러나지 않는다. 선 하나라도 꼭 그어야 한다.


  그런데 첫째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고는 한다. 그림책을 구상하며 캐릭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꽃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첫째는 내가 하는 것을 보더니 아이패드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첫째가 아이패트에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놀랐다. 이것저것 눌러보며 마음대로 그린 그림일 텐데 꽤 의도를 가지고 그린 그림 같았기 때문이다.


만 5세 첫째가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들


  아이들은 예술가가 틀림없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피카소 그림 같기도 하고 칸딘스키의 그림 같기도 하다.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내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끌린다.


  독특한 그림과 이야기로 사랑받는 토미 웅거러 그림책에도 아이들의 예술적 능력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담아낸 그림책이 있다. <꼬마 예술가 라피>에서 라피는 무엇인가를 만들기 좋아한다. 아빠가 선물해준 기계와 공구로 이것저것을 만든다. 이웃집에 사는 키가 그것을 보고 자신도 하고 싶다며 같이 만들기 시작한다. 둘은 신나게 만들기 시작하고 뒷마당에 두었던 작품들이 너무 많아져 앞마당으로 옮겨지게 되자 동네 아이들도 너 나할 것 없이 함께 만들기 시작한다. 라피와 키의 작품은 곧이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고 심지어 국립박물관 관장님이 찾아와 전시회를 열자고 제안까지 하게 된다.


"이 작품들은 기적 같아요.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창의성이 보여요."


라피와 키 그리고 아이들은 단지 재밌는 일을 하는 중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리고 만드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너무 예쁘다. 그리고 부럽기도 하다. 첫째 아이의 그림도 둘째 아이의 그림도 자신만의 예술성을 뽐내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집 꼬마 예술들이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며 오래도록 아이들만의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되도록 말을 아껴야겠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조언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이들의 창의성을 꺾이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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