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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Feb 07. 2022

처음 기관에 아이를 보내는 마음

염혜원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심하고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설명회에 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면 7살 반에 들어가게 된다니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가버렸나 싶다. 제법 어린이 같아 보이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30개월이 다 되어서야 어린이집에 가게 된 첫째는 첫날부터 매우 신나 했다. 맨날 엄마랑 놀다가 새로운 곳에 가서 신이 난 것 같았다. 아이와는 반대로 난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어린이집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은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없앨 수는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아이가 내 눈앞에 없으면 몹시 불안해했다.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잠시 외출을 해도 온갖 불안한 생각에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내가 분리불안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적응을 몹시 잘했고 엄마 간다니까 잘 다녀오라고 쿨하게 손을 흔들었다. 난 집에 와서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어린이집 창문을 보며 혹시나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까. 밥은 잘 먹을까. 심지어는 불이 나면 어떡하나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불안이 나를 휩싸면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괜한 걱정을 하는 거야. 라며 마음을 다독였다.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이라는 그림책의 엄마도 아이를 처음 유치원을 보내는 날이 되자 이런저런 걱정에 얼굴색이 칙칙하다. 밥을 못 먹으면 어쩌나... 간식은 주려나... 아이가 배고플까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나 보다. 그에 비해 아이는 아침부터 유치원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있다. 그런데 막상 유치원 문 앞에 가니 겁이 났는지 이번에는 아이가 엄마를 꼭 잡고 못 들어가겠다고 한다.



   처음 기관에 가는 마음은 엄마도 아이도 떨리고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쿨하게 잘 다니던 아이도 얼마 안 가 등원 거부가 왔었다. 등원 거부는 없을 듯이 신나게 갔었는데 갑자기 안 간다고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해졌었다. 등원 거부가 왔을 때는 여러모로 잘 살펴봐야 한다. 어린이집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아이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단순 등원 거부라면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면 다시 잘 다니게 된다. 첫째 아이도 1주일 만에 등원 거부를 극복하고 다시 잘 다녔다. 물론 그 뒤로도 등원 거부를 종종 하였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등원 거부는 계속 있다. 물론 커갈수록 그 횟수도 줄어들고 오히려 유치원 가지 말라는 말을 더 싫어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어른도 매일 어딘가를 가야 하는 건 힘든 일이다. 아이들이 때때로 가기 싫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놓고 예전만큼은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매일 큰 탈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년에는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될 텐데 그땐 어떤 마음이 들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좀 더 쿨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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