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시작된 코로나 시국이아이가두발로 뛰어다니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처음 보는 세상이 마스크에 미소가 가려진 세상이라는 게 미안할 따름이다. 아기들의 경우는 두 돌 이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여 나와 둘째는 거의 집에 있거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외출을 하며 조심스럽게 살아왔다. 최근에는누가 밀접접촉자가 되었다, 누가 확진되었다는 소식들이종종 들려올 정도로 코로나의 확산세가 강해지고 있어 더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우리 첫째 아이가 확진자가 되었다.
유치원에서 같은 반 친구 3명과 선생님이 같이 확진이 된 것이다. 수많은 선생님과 이이들 중 오직 우리 아이반 선생님과 친구들만 감염되었다. 왜지!? 왜 하필!이라는 원망도 잠시 우리 집은 비상사태가 되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건 마스크 쓰고 보건소 전화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이내 모르는 번호로 문자들이 쏟아져 오고 전화가 걸려왔다. 시설로 가거나 재택치료를 선택해야 했는데 가족이 같이 갈 시설은 자리가 없었고 아이가 어리니 시설로 가기도 어렵고 18개월동생도 돌봐야 했으니 우리 가족은 재택치료를 선택했다. 그런데 다음날 둘째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나와 남편도 미열과 함께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결국 한 집에 있던 우리는 모두 코로나에 감염되고 말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확진이 된 아이를 방에 혼자 격리할 수도 없을뿐더러 확진되기 전 증상이 나타났을 때도 평상시처럼 붙어 지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둘째는 기침과 콧물 증상까지 나타났다. 내 컨디션을 신경 쓸겨를도 없이 아이들 병시중으로 전쟁 같은 4일을 보내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나마 나와 남편은 백신을 3차까지 맞아 가볍게 지나갔고 아이들의 증세도 감기 정도로 지나갔다. 그렇게 코로나는 우리 가족을 한바탕 휘젓고 사라졌다. 모두 무탈해서 다행이었다.
우리집 꼬마 확진자들, 그래도 잘 논다
현재 하루 확진자 수가 5만 명에 가까워졌다. 언제까지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유령과 싸워야 할까? 또 다른 유령이 나타나지는 않을까?이 유령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피해를 보는가? 어두운 생각이 나를 덮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힘든 시기가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하고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싶다.
재택치료 기간 동안 나는 아이와 함께 우리 집 책장에 있는 <위대한 깨달음>이라는 그림책을 읽었다.이그림책은 먼 미래를 시점으로 한 아빠가 아이들에게 오늘날의 일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말한다.아빠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되었지만 생각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사람들의 마음에 서로를 위하는 선한 것들이 다시 생기고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게 되고 자연은 다시 숨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마침내 치료제를 찾아서 자유롭게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어한다.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위대한 깨달음을 얻었어
먼 훗날 나도 아이들에게 지금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수 있게 된 계기였음을. 아픔이 더 우리를 성장하게 했음을.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