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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Feb 24. 2022

총놀이는 싫어요

아나이스 보즐라드 <전쟁>, 데이비드 매키 <여섯 사람>

  작년 봄이었던 것 같다. 하루는 딸아이가 유치원을 다녀오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친구 누구누구가 싫다고 말했다. 나는 아이를 진정시키고 이유를 물어봤더니 자꾸 총놀이를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한다면서 자신은 총 놀이하는 게 싫다고, 그래서 누구누구가 싫다고 말했다. 나는 왜 총놀이가 싫어? 하고 물어보니 아이는 총은 전쟁을 할 때 쓰는 나쁜 거라고 말하며 전쟁은 아이들이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자연을 파괴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총은 전쟁을 상징하고, 전쟁은 생명을 파괴하고 생명을 잉태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아이는 아이의 언어로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었다.

 

  뭐든 총으로 둔갑시켜 총놀이를 하는 친구들을 우리 아이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미디어의 영향으로 총놀이를 시작했을 것이고 그 아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재밌고 흥미로운 놀이일 뿐이다.


  우리 아이는 결국 '누구누구 총 놀이 금지'라고 쓴 편지를 그 친구에게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선생님 말도 안 듣는데 그만둘 리 만무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씩씩 거리며 친구들이 총 놀이 한 이야기를 했고 누가 했는지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며 나에게 일러주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혼자 너무 심각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역시나 총놀이를 싫어하고 남동생이 커서 총놀이를 하면 어떡하나 미리 걱정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또 누가 총놀이를 했다고 말해주기도 하지만 이제는 남자 친구들의 총놀이를 그러려니 하고 바라보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가 유난히 총놀이를 싫어하는 데는 그림책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림책, 전쟁의 무모함을 보여주는 그림책, 전쟁으로 집을 잃은 친구들이 나오는 그림책 등 많은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의 머릿속에는 그 모든 이미지들이, 가슴속에는 여러 감정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나 또한 아이와 함께 전쟁에 관련된 그림책을 보면서 어른들의 어리석음과 무모함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전쟁>과 <여섯 사람>이라는 그림책은 전쟁을 왜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어른들의 어리석음에 실소까지 나오게 된다.


<전쟁>은 빨간 나라와 파란 나라의 시작도 잊어버린 계속되는 전쟁을 한 아이의 영리하고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전쟁을 종식시킨 이야기이다.


전쟁이었습니다.

너무 오래전부터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라 전쟁이 왜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여섯 사람>은 전쟁이 왜 시작되었는지,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고도 또다시 전쟁을 하게 되는 어리석은 여섯 사람의 이야기이다.


여섯 사람은 잘 살게 되자,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어. 도둑이 와서 자기네 땅을 빼앗을까 봐, 여섯 사람은 두려웠던 거야. 그래서 높은 감시탑을 세워 나쁜 놈들이 오나 망을 보았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여부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다. 부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전쟁의 피해는 어린이들이 고스란히 받는다. 어른들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총싸움이 단 한 명의 어린이에게라도 아픔을 주는 일이 없길 바란다.


우리 아이 말마따라 나도 총놀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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