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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Feb 15. 2019

아이와 함께 상상의 세계로 들어오세요

모든 사물이 살아 있는 아이의 세계, 마음껏 놀자

    우리 집에는 숲도 있고 바다도 있다. 거실 한쪽 화분이 있는 곳은 푸른 숲이고 침대 위는 바다다. 아이는 날마다 숲으로 소풍을 간다며 고양이 무늬 가방에 이것 저것을 담아 인형 친구를 데리고 숲으로 간다. 초록색 잎사귀가 피어있는 화분에게 인사를 하고 짹짹이 인형을 화분 위에 올려놓으며 짹짹이 집에 왔다고 이야기한다. 한참 숲 속에서 놀다가 이번에는 침대 위로 올라간다. 침대는 바다고, 이불은 출렁이는 파도이며, 아이는 베개를 타고 침대 위를 항해한다. 요즘 우리 아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상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있다.


  며칠 전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베개를 아기 의자에 앉혀 놓고 테이블 위에 여러 가지 물건을 올려놓더니 베개를 마주 보고 앉아서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아닌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수까지 치면서 사랑하는 아기 베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노래를 불러주고 케이크(물론 내 눈에는 그냥 바구니였지만 우리 아기는 그것을 케이크로 설정했다) 위의 초를 힘껏 불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 베개를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매일 밥을 먹여주고 아프다며 약도 주고 열도 재고 따뜻한 수프까지 대령한다. 나도 아이와 함께 베개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아픈 베개를 걱정해 준다. 베개를 잘 돌보는 우리 아기가 어찌나 귀엽고 기특하던지 이제 큰 언니가 되었다며 칭찬을 해줬더니 며칠 사이 정말 의젓해진 것 같았다.

  

    유아기에는 모든 사물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물활론의 시기를 거친다고 한다. 유아기는 가상 놀이의 시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마음껏 상상하며 현실에 자신의 욕구를 동화시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상징을 사용하는 능력을 발달시켜간다. 18개월부터 발달하기 시작해서 만 5~6세경에 최고조에 달하고 그 후 서서히 감소한다.(인용 1)


   아주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나 또한 상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있었던 시절이 단편적으로 생각이 난다. 어느 날 방바닥에 누워 있는데 난쟁이 요정들이 우리 집 책장을 줄지어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생각해 보면 잠에서 덜 깨어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책 속에 나온 요정들을 내 눈 앞에 불러온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나는 한 동안 요정이 있다고 믿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운 날들을 보냈었다. 지금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피터팬의 네버랜드와 같은 동심의 세계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 아이와 가상 놀이를 하며 놀 때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인지발달이론 대가 장 피아제는 이런 상상놀이가 상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켜서 표상적, 논리적 사고의 발달에 중요한 공헌을 한다고 했다. 가상 놀이하듯 생활하는 것은 유아기의 특권이고, 더 많이 상상하며 그 속에서 배우고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인용 2)


   우리 아이가 두 돌이 되면서 창작 그램책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책 속에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있구나, 하고 새삼 놀란다. 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를 지켜보면 그림책 보다 더 커다란 상상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상상의 세계에서 아이는 좋았던 감정은 다시 되새기며 즐거워하고, 무서웠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단련시키기도 한다. 모든 사물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변신하고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된다. 아이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이것이야 말로 아이의 특징이고 특권이 아닐 수 없다. 유아기 시기의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와 함께하고 싶다면 부모들도 주저하지 말고 아이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자. 오늘은 또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인용 1) 『따뜻하고 단단한 훈육』, 이임숙, 카시오페아, p197~198

(인용 2) 『따뜻하고 단단한 훈육』, 이임숙, 카시오페아, p19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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