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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Oct 07. 2024

빛이 시간을 만들다

지구라는 거대한 시계


우리는 시계 또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표현할 때 '똑딱'이라는 의성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 단순한 '똑딱'이라는 표현에 시간의 핵심이 담겨있다. 바로 '반복'이다. 반복하지 않는 것, 패턴이 없는 것들은 시간을 표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타오르는 불꽃의 불규칙한 모양이나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규칙한 빗소리 등은 시간의 흐름을 정확히 나타내기 힘들다. 반면, 시간은 기본적으로 반복을 중심으로 한다. 지구에서 이 시간의 반복적 패턴을 만드는 근원은 바로 빛이다.



지구는 24시간을 주기로 낮과 밤을 반복한다. 그리고 365일을 주기로 태양고도가 바뀌며 계절이 반복된다. 이 반복은 지구의 모든 환경을 만들었고 시간의 기준이 되었다. 우리는 반복되는 빛의 패턴으로 하루를 계산하고, 1년을 계산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쪼개어 1시간과 1분, 1초를 만들었다. 이렇게 빛의 반복적인 패턴이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지구의 시간과 환경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의 춤: 빛과 시간의 탄생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우주 무대에서 지구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동시에 자전한다. 이 우주의 춤이 바로 우리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동안, 우리는 그것을 '하루'라 부른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하는 동안, 우리는 그것을 '일 년'이라 부른다. 이 춤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자연 현상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리듬이다. 이 리듬은 생명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대륙의 형성부터 침식까지, 모든 것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로 빛이라는 사실이다. 지구가 돌면서 우리가 받는 태양빛의 양과 각도가 변하고, 그 변화가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빛이 없다면, 우리는 이 우주의 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빛은 단순히 우리가 세상을 보게 해주는 매개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 방식 자체를 규정하는 근본적인 요소다. 빛의 변화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자연 현상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지구: 정교한 톱니바퀴로 구성된 거대한 시계



지구는 마치 정교한 톱니바퀴로 구성된 거대한 시계와 같다. 이 시계의 핵심 동력은 다름 아닌 빛이다. 빛의 반복적인 패턴은 지구의 모든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 거대한 시계의 움직임은 지구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관찰될 수 있다. 위도와 경도에 따른 기후의 변화, 계절의 순환에 따른 동식물의 생태 변화, 산의 형태와 태양의 고도 및 방향에 따른 식생의 분포, 심지어 작은 개미굴의 높이와 방향까지도 이 시계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위도에 따른 기후의 변화를 살펴보자. 적도 지역은 연중 태양의 고도가 높아 일사량이 많고 기온이 높다. 반면 극지방으로 갈수록 태양의 고도가 낮아져 일사량이 적어지고 기온이 낮아진다. 이는 단순히 위치의 차이가 아니라, 빛의 각도와 강도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다. 이러한 빛의 패턴은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쳐 반복되면서 각 지역의 고유한 기후를 형성했고, 그에 따라 다양한 생태계가 발달했다. 열대우림의 울창한 수목, 사막의 선인장, 극지방의 이끼 등 모든 식물들은 각자의 환경에 맞는 빛의 리듬에 적응한 결과물이다.



계절의 변화 또한 이 거대한 시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공전하면서 각 지역이 받는 태양 빛의 양과 각도가 변한다. 이로 인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의 순환이 생긴다. 이 순환은 단순히 기온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식물의 개화와 결실, 동물의 번식과 겨울잠, 새들의 이동 등 모든 생명 활동의 리듬을 결정한다. 심지어 인간의 농업 활동, 의복, 주거 형태까지도 이 계절의 리듬에 맞춰져 있다. 이 모든 것이 빛의 변화, 즉 우리의 거대한 시계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빛의 리듬에 맞춘 삶



자연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환경도 이 거대한 시계의 영향을 받는다. 전통 건축을 살펴보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한옥의 처마 길이와 각도는 여름철 강한 직사광선을 차단하면서도 겨울철 낮은 각도의 햇빛은 실내로 들어오게 하는 과학적 설계다. 이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계절에 따른 태양의 고도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춰 생활환경을 최적화한 결과다.



서양의 고딕 성당의 높은 창문들도 마찬가지다. 이 창문들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하루 중 태양의 위치 변화에 따라 성당 내부에 다양한 빛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정교한 장치다. 이는 빛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동시에 종교적 상징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 건축에서 사용되는 유리창의 반사율, 차양 장치의 각도 등도 모두 이 태양의 리듬을 고려한 결과물이다.



빛과 함께 춤을



결국,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빛과 함께 춤을 춘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연의 빛이 만들어내는 리듬에 맞춰 호흡하고, 때로는 우리가 만든 인공의 빛으로 그 리듬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현대 기술의 이점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본질적인 리듬을 존중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계의 '똑딱' 소리는 이 우주의 춤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 소리가 들려주는 우주의 이야기, 빛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리듬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이 거대한 우주의 무대에서, 빛의 리듬에 맞춰 각자의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느지도 모른다. 



이 시대는 빛 말고 또 하나의 리듬이 있다. 바로 사회적 리듬이다. 두 가지의 리듬은 우리의 생각보다 어긋나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몸은 빛의 리듬에, 우리의 계획은 사회적 리듬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이 두 리듬 사이에는 '빛'이 있다. 우리는 어떤 리듬에 춤을 출 것인가?  우리가 빛의 리듬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살아갈 때, 우리는 단순히 시간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건강한 시간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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