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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May 18. 2020

햇빛이 너무 밝아 조명을 켭니다.

빛과 삶에 대한 이야기 (13)





A, B 중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간단한 퀴즈를 풀어보자. 여기 사무실이 있다. 방의 한쪽 면은 직사광이 비추는 남쪽을 바라보고 창문이 나 있다. 천장에는 그림과 같이 동일한 간격으로 12개의 조명이 있다. 만약 조명 스위치를 A처럼 묶는 것과 B처럼 묶는 것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느 것이 좋은 방법일까?




B 안이 주광을 보완하기에 보다 좋은 선택이다. 사무실은 주로 낮시간에 사용하는 공간이다. 더군다나 남쪽의 창이라면 강한 직사광으로 창가 쪽은 매우 밝고, 안쪽은 상대적으로 어두울 수밖에 없다. A안의 경우, 심한 조도차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창가를 포함한 모든 조명을 켤 수밖에 없다. 만약 창가에 사장님이 앉아 있다면, 밝은 자신의 자리 머리 위에 조명이 켜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B안과 같이 스위치를 창문과 평행한 방향으로 나누어 계획한다면 보다 균일한 빛환경을 만들 수 있다. 창문에서 가장 먼 안쪽의 조명만을 켬으로써 햇빛으로 인한 심한 조도차를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은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도 큰 도움을 준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빛으로 인한 강한 밝기 차이를 조명으로 보완할 수 있다.




위의 사례는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조명의 스위치를 나누는 기준은 햇빛 이외에도 공간 구획, 조명방식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의 빛을 계획할 때 강한 햇빛을 보완하기 위한 조명은 반드시 한 번쯤 고민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그것이 사무실과 같이 낮시간에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더군다나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창문을 가진 공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조명은 더 이상 밤의 어두움을 밝히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태양빛이 밝을수록 켜야 하는 조명이 있다. 빛을 상대적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눈의 특성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조명을 보완하기 위한 인공조명을 조명설계에서 이 조명방식을 PSALI (Permanent Supplementary Artificial Lighting in Interior)라고 불린다.  


도시와 현대 건축술의 발달은 우리를 고층건물 속 낮고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도록 만들었다. 중세 성당과 같이 공간이 넓은만큼 천장이 높았으면 좋았겠지만, 우리의 공간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낮은 천장이라도 인공조명을 통해 빛을 들일 수 있으니,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면적 당 창의 크기는 갈수록 더 좁아졌다. 측면에서 들어오는 강한 빛은 공간 전체를 밝혀주기보다 창과 가까운 부분만을 밝혀준다. 그로 인해 공간의 밝고 어두운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창가는 너무 밝고, 안쪽은 너무 어둡다. 그리고 이 현상은 직사광이 강한 맑은 날, 그리고 빛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창문일수록 더욱 뚜렷하게 일어난다.




런던의 한 애플 매장. 안쪽 낮은 천장의 조명은 천창을 통해 태양빛이 들이는 밝은 홀과의 대비를 줄인다.



동일한 공간에서의 심한 밝기의 차이는 눈부심을 불러일으킨다. [밝은 건 좋지만 눈부신 건 싫어] 편에서 이야기했듯, 눈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강한 빛보다 높은 대비다. 밝은 곳을 기준으로 눈이 적응하면 안쪽이 너무 어두울 것이며, 안쪽에 적응한 눈은 밝은 곳을 바라보기에 불편해진다. 그래서 필요한 개념이 "PSALI"다. 낮시간 실내에 들어오는 태양빛을 파악하고,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이는 공간에 적절한 조명과 컨트롤러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예를 들었던 단순 사각 공간의 조명 배치뿐 아니라, 커튼월, 광천장, 중정 등 태양빛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실내 공간에서 다양하게 적용된다.



이는 큰 건물이나 천창이 있는 복잡한 건축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 이야기했던 스위치 문제처럼, 우리가 사는 공간의 작은 것에서부터 적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네 공간의 주광색 방등은 밤보다 오히려 낮시간 태양광을 보조하기 위한 조명으로 적절하다. 이런 경우엔 공간을 전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으며, 낮시간 햇빛과 유사한 주광색 또는 4,000K의 백색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덜 어색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우리 집의 주광색 조명은 대부분 낮시간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낮시간 햇빛을 받지 못하는 곳을 위해 별도의 조명기구를 놓거나, 스위치를 나누어 놓는 것 역시 우리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태양빛을 더 쾌적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태양빛을 보다 쾌적하고 편안하게 실내에서 사용하기 위한 조명이 그것이다.




너무 밝아서 켜야 하는 조명들이 있다. 태양빛을 보다 쾌적하고 편안하게 실내에서 사용하기 위한 조명이 그것이다. 이 조명들은 대비를 줄여 눈부심 등의 불편함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하지만 밝을 때 켜는 조명이니만큼 에너지의 비효율적인 사용이 없도록 조명의 위치와 스위치의 구분에 신경 써야 함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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