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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May 26. 2022

200만 원짜리 조명공사를
해야 할까요?

우리 집을 좋은 빛으로 채우는 다른 방법



"수민아, 이 조명공사를 이 돈 주고 해야 할까?"



나의 글을 자주 읽는 한 친한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곧 이사하게 될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중인데, 조명공사를 하는 게 좋을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함께 보내준 견적서와 시공사례 이미지들을 살펴보았다. 이전의 천장 조명을 좀 더 밝고 효율이 높은 LED조명으로 바꾸고, 거실에는 우물천장 간접조명을, 식탁 위에는 새로운 펜던트 등을 설치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전보다 좋아지는 변화이겠지만, 과연 견적서에 적힌 금액만큼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조명공사는 인테리어의 일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주거공간을 기준으로 조명공사에만 적게는 백여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적지 않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과연 그만큼 공간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곤 한다. 주방을 바꾸고 바닥을 깔고 화장실을 고치고 새로운 가구를 들이는 것은 우리가 변화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조명공사로 인해 바뀌는 것들은 쉽게 느끼기 어렵다. 이전과 다른 획기적인 빛의 변화를 만들기 전에는 말이다.  혹시 더 좋은 빛을,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적지 않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과연 조명 공사는 그만큼 빛과  공간의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대부분의 조명공사는 전기배선공사를 포함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바뀌는 것들은 조명의 위치나 크기 정도의 작은 부분으로 보일지라도, 실제로 해야 하는 공사는 천장 전체를 들어내 손을 보고, 필요한 곳에 전선과 스위치를 설치하는 등의 다양한 과정을 포함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업인 만큼 사전에 보다 새로운 빛의 계획이 있어야 하겠지만, 기존 조명 방식의 관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형광램프가 사용되던 조명이 일체형의 LED 조명으로 바뀌고, 촌스러운 스위치가 조금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을 뿐, 큰 틀에서 보면 비슷비슷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늘 ‘조명공사를 해야 하는가’의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조명공사는 형광램프가 사용되던 조명이 일체형의 LED 조명으로 바뀌고, 촌스러운 스위치가 조금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을 뿐, 큰 틀에서 보면 비슷비슷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물론 기존 천장의 형태나 조명의 상태나 방식에 따라, 비용이 들더라도 이러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분명 존재한다. 또한 기존의 조명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에는 주관적인 부분도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사를 통해 원하는 것이 집에서 좀 더 좋은 빛을 누리고 싶은 것이라면, 나는 그 비용을 조금은 다른 곳에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의 주거조명, 특히 아파트 조명은 사용자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조명 배치를 해야 하는 하는 환경이 만들어낸 하향 평준화된 조명이다. 원하는 밝기나 빛의 방향, 그림자 등은 고려되지 않은 채, 공간의 바닥면만을 전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설치되는 조명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사용자의 시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빛이다. 공간을 용도와 가구 배치까지 정해졌다면, 우리는 훨씬 더 좋은 빛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공사 없이도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덴마크의 유명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의 매장



가구와 조명 디자인으로 유명한 덴마크에서는 ‘좋은 공간에는 5개의 조명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천장 조명 하나로 공간 대부분을 밝히는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 공간이라도 용도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높이와 형태의 조명을 배치한다면, 보다 훨씬 풍성하고 아름다운 빛을 만들 수 있다. 단언컨데 우리의 공간에는 지금보다 다양한 높이와 형태의 조명이 필요하다. 



모든 조명이 반드시 천장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플로어 스탠드를 사용해 천장면을 비춘다면 이는 공간 전체를 밝힐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테이블 위에 별도의 스탠드를 두고, 집안의 식물이나 액자를 별도로 비추는 조명을 배치하며, 선반 또는 장식장 내부를 따로 밝히고, 소파나 침대 하부에 조명을 설치하는 것처럼 빛을 다양한 높이와 공간에 분산시키면 공간은 훨씬 풍성하고 아름다워진다.



이케아 쇼룸의 풍성한 빛. 한 공간에 여러 개의 조명이 쓰인건 단지 제품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예전에는 이와 같은 조명을 사용하려면 매우 번거로운 과정을 수반해야 했다. 인공의 빛을 만들어 내는 데는 지금보다 많은 전력이 필요했고, 전원과 스위치를 일일이 설치해야 했다. 조명을 옮기거나 새로운 조명을 달 때마다 별도의 전기공사를 필요로 했다. 무엇보다 집안 곳곳 배치된 여러 개의 조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켜고 끄는 것은 여유로운 시간과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한 매우 불편한 작업이었다. 그렇다고 각각의 조명들에 스위치를 연결해 한 곳에서 일괄적으로 제어하자니 적지 않은 공사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LED가 개발되면서 인공조명의 효율은 드라마틱하게 높아졌다. 게다가 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조명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바야흐로 새로운 조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조명기구의 소형화, 배터리와 센서의 발전 그리고 무선 연결과 제어를 통해 별도의 배선이 없이도 모든 조명을 하나의 기기, 혹은 센서를 통해 켜고 끌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빛의 밝기나 색상까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IoT 기술은 여러 조명을 쉽고 다양하게 컨트롤해줄 수 있게 해 준다.



IOT조명의 의미는 단순히 모바일 기기로 조명을 제어한다는 표면적 사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노력을 통해 벽과 천장 뒤로 선을 배치하고 연결해야 하는 필요가 사라졌다는 점이 그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예전이라면 수백만 원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조명 컨트롤 시스템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통신을 통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워졌다. 게다가 조명의 위치를 이동하거나 새로운 조명을 추가할 때도 별도의 공사가 필요치 않다. 이처럼 IOT 조명 가격의 의미는 표면의 비싼 ‘제품’의 가격이 아니라 그로 인해 필요성이 사라진 ‘수많은 배선과 공사’에 있다.




이처럼 IOT 조명 가격의 의미는 표면의 비싼 ‘제품’의 가격이 아니라
 그로 인해 필요성이 사라진 ‘수많은 배선과 공사’에 있다.




좋은 빛환경을 만드는 방법은 공간을 사용하는 우리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다양한 빛을 공간에 적절히 배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좋은 계획이 만들어 낸 다양한 빛은 풍성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심지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조명의 사용은 성큼 다가온 IOT 시대의 기술을 통해 기존의 조명공사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이뤄낼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지혜로운 사용은 이렇듯 우리 삶을 빛으로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매력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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