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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Dec 29. 2021

올 연말, 아름다운 빛을 마주할
세 가지 방법

위축된 우리의 겨울에도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는 방법들


연말이면 도시와 거리는 아름다운 불빛으로 반짝인다. 여느 때 같으면 저물어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느라 북적였을 도시였겠지만 또다시 확대된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겨울밤은 예전 같지 않다. 나 역시 매해 연말이면 저녁에 서울 시내를 차를 타고 돌아보는 것을 즐겼다. 멋진 불빛 앞에서 사진 찍을 여유는 허락되지 않지만, 따뜻한 차 안에서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즐거웠다. 



하지만 올 연말에는 서울 시내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집에 어린아이가 있기에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빛을 즐기고, 또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이 겨울 아름다운 빛을 마주할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1. 골든아워 (Golden Hour)



먼저 맑은 날 해가 뜨고 난 직후의 30분 또는 해지기 직전 30분의 시간 동안의 산책을 추천한다. 영상이나 사진 분야에서는 이 시간을 ‘골든아워(Golden Hour)’라고 부른다. 우리는 흔히 이 시간은 일출과 일몰의 장면에 집중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일출 일몰의 모습보다도 이 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 시간의 ‘빛 환경’이다. 낮은 고도의 황금빛 직사광과 푸른 천공광이 만나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드라마틱한 빛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빛은 이 땅의 모든 것을 매우 아름다운 빛으로 비춘다. 사진작가와 영상 촬영팀들은 모든 준비를 마친 채 이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릴 정도다.


골든아워를, 특히 해 뜰 무렵의 골든아워를 만나는 것은 여름이라면 매우 이른 새벽이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기 때문에 보다 쉽게 이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12월 30일 서울을 기준으로 해 뜨는 시간은 07:46, 해 지는 시간은 17:22 ) 이 시간에 도시를 돌아보면 나에게 익숙했던 건물과 나무들, 움직이는 자동차와 사람까지도 모두 아름다운 빛으로 반짝이며 새롭게 보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골든아워는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일 하루 두 번 주어지는 빛의 선물이다.




2. 별빛



겨울을 별을 보기 가장 좋은 시기다. 공기 중의 수증기나 먼지가 많을수록 대기 중에 산란된 빛으로 인해 별빛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겨울철의 건조하고 맑은 시베리아 기단은 우리가 별을 볼 수 있는 좋은 대기 환경을 만들어준다. 어느 날, 날씨는 맑은데 기온이 내려갔다면 이는 별빛을 보기에 좋은 날이 온 것을 의미한다. 최대한 인공광의 방해를 받지 않는 곳, 그러면서 수증기를 피해 주변에 강이나 바다가 없는 언덕 또는 산에 올라 별빛을 바라본다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빛을 마주할 수 있다.




3. 우리 집의 빛을 더 아름답게



마지막으로는 집 안에 따뜻한 빛의 낮은 플로어 스탠드를 하나씩 두는 것을 추천한다. 해가 진 이후에도 우리의 공간은 천장의 밝은 빛으로 비추는 경우가 많다. 저녁이 오면 한 번씩 천장 등을 꺼 두고 낮은 조명을 좋아하는 식물 옆이나 테이블 위에 두고 저녁의 어두움을 즐기는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 이러한 조명은 낮과는 다른, 따스하고 안락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으며 집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다 따뜻하고 편안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 겨울의 긴 밤 우리의 몸이 더욱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별할 곳에 가서 멋진 빛을 보는 것도 좋지만 매일 있는 공간의 빛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도 빛에 대한 좋은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요소다.






지난 12월 22일은 동지(冬至)였다. 동지는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날을 말한다. 동지를 기점으로 해는 날마다 아주 조금씩 길어지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씩 더 밝아진다. 우리가 당장 느끼든 그렇지 못하든지 간에, 분명 어제보다 오늘의 세상은 조금 더 밝아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으로 답답하고 어려운 우리의 일상도 지난 어제가 가장 어두운 날이었기를, 우리에게 다가올 앞으로의 날들은 조금씩 밝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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