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Mar 28. 2021

3월 일상과 생각

단편적인 기억에 대한 기록


브런치에도 독자가 꽤 생겨서,

블로그에서 느꼈던 썼던 올해의 이야기 중

갖고오고 싶은 몇 가지의 글들을 적어내본다.


1.


매일 쓰는 물건은 질이 좋아야 하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도  결이 좋아야 탈이 없다.
하물며, 평생을 같이 살아갈 동반자와 그만큼 자주 보는 회사 사람, 가족들은 오죽하겠는가.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들은 대개 사람들인 것 같다.



2.


잘 안됐을 때 습관이나 패턴을 파악하는 것만큼,
잘하고 있을 때의 나의 습관이나 상태, 마음가짐을 들여다보는 것도 참 중요하다. 기분이 가장 좋을 때도 객관적으로 내 모습이 어떤지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내가 어떤 걸 할 때 행복하고 가장 안정적인 상태인지를 아는 사람은 전반적으로 덜 우울하고, 덜 아프다.

당신을 무얼 할 때, 가장 크게 웃고 가장 행복한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심적으로 안정적인가.

그리고  상황을  알고 있는가.




3.


당연한 것들부터 의심을 시작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아주 작은 과정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면,
무시하고 넘어갈 때 더 효율적인 경험.
우리는 이미 직장, 학창 시절에 체득해왔다.

한정된 시간 속에 결과를 찾아내기 위한

약속이자 효율적 방안.

우주를 이해할 때 사용하는
위상수학의 ‘위상동형(homeomorphism)’은 그 사례.
위상동형에 의하면 네모/원/세모는 다 같다고 본다.
사람도 다 같다고 보고, 지구와 태양도 같게 본다.

미친 듯이 넓은 우주를 분석하기 위해 미시적인 존재들을
크게 크게 묶고, 더 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작은 세계의 오류를 무시하는 것이다.

진부하지만 진실인 이야기.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 실수와 오류에 묶여 있으면 더 나아가기 힘들어진다.
지난 인연 담아두는 일, 떨어진 시험에 후회하는 일 등
각종 후회와 실수들을 머릿속에 담아두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지나간, 나를 괴롭히는 모든 일들은 잊으려 노력하기를.

잊지 못하면 지금도 괴로운 걸 넘어
미래의  모습까지도 발목을 잡는다.​




4.


後生可畏(후생가외)
젊은 후학들은 두려워할 만하다.

-공자-

​공자는 젊은 학자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젊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할 가치가 있다.
아직도 여전히 무언가 도전하고 있는 젊은 우리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품은 모든 젊은 이들을 위해.
​자존감 낮추지 말고 또 달려가는 하루로 이어지기를.




5.


오랜만에 동생과 엄마와 맥주 한 잔 하며 이야길 했다.
제약 영업 두 달 차인 동생은 그간의 회사생활을 얘기했다.

운전을 정말 많이 하고,
실적 달성을 못해 압박을 받을 때가 많고,
동전 바꿔오란 약사 심부름도 하고,
창고가 꽉 차니 약 좀 보관해달란 말로
자기 방안에 온갖 약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고,
잠시 차를 대고 약국 들렀다 나오니

불법 주정차 딱지가 붙고.

나의 직장생활과는 정말 다른, 자괴감이 들 법한 어려움을
오롯이 두 달 동안 맞고 있었다.
동전 바꿔오란 심부름에 두 손 가득 잔돈 들고 갔단 말엔
솔직히 눈물이 좀 맺힐 뻔도 했다.

제약 영업 힘들다는 사실 알고는 있지만

그게 내 동생일이라곤 생각 안 했으니까.

20살 때부터 고깃집, 맥도널드 등 알바를 해서 아무렇지
않다지만 그 누가 저런 일을 하고 자괴감 들지 않겠는가.
그래도 씩씩하게 해내고 있어 대견했다.

나 역시 저런 일에 비할 바 아니지만 자괴감이 들법한 일들이 많았다. 직장생활이란 자괴감에 무뎌지며,

자기를 내려놓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누군 잔돈을 바꿔 들고 약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누군 하염없이 상사에게 깨지며 인정 못 받기도 하며.

자괴감이 들 때 우리들은 성장하는 것이 맞을까.
무엇을 위해 우린 그런 감정을 겪으며

회의적이고 무뎌지는 걸까.

요즘 청춘들은 그 나름대로 고충을 충분히 겪고 있다.

저마다 무너지고, 무너진  다시 세워가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 견뎌내고 또 그 스트레스 부디 잘 풀며
조금 더 행복한 날들이 됐으면 좋겠다.




6.


꽃의 부리는 한사코  몸을 향해있다
뒤란에 매화향 가득하다
 많이 앓았겠다

-이태흠, 열이 오르다 -


 전체 내용과  상관이 없는 해석이 될지 모르지만,
 많이 앓았겠다 라는 문장이  닿았던 .
누가  많이 앓으셨네요 하면
왈칵 눈물 쏟아질 이들이 꽤나 있을  같다.
 많이 앓고  안내며 버텨내는 사람들.

유난히 여러모로 힘든 기간의 끝을 보인다.
아픔 앓고   일상의 소중함을 만끽하는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거기 지원자, 자기소개해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