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북 공모전 11편

by 김민관


‘파리가 내 고향이야’

덜컹거리는 지하철,

옆 자리의 인호 목소리가 들린다.

실컷 졸다 깬 나는 인호 손에 들려있는 종이컵을 봤다.

에펠탑이 인쇄되어 있는 예쁘고 앙증맞은 종이컵.

‘파리가 네 고향이라고?’

인호가 낄낄거리며 웃는다.

‘그게 아니고’

종이컵이 눈 앞에 다가온다.

‘파리 고향이 여기라고’

종이컵 속에 파리 한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다.

눈이 찡그려 진다.

‘못 먹겠네’

인호가 남은 커피를 흔들거렸다.

‘달콤한 걸 찾았나봐’

문득 궁금한게 떠올랐다.

‘인호 넌 원래 고향이 어디야? 태어난 곳’

골똘히 생각하던 인호가 대답했다.

‘서울 성모병원...’

이번에는 내가 웃었다.

‘그럼 병원이 고향이야?’

지하철 창으로 한강 물이 넘실대며 흘러간다.

잠시 서행을 하겠다는 역무원 음성이 흘러나온다.

인호가 말했다.

‘한국도 꽤 아름답지 그런데 난 프랑스가 더 좋아

여기 종이컵에 그려져있는 에펠탑이라던지 화려한 꽃 그리고 이국적인 사람들

그 먼 나라의 향취를 떠올리다 보면

난 오히려 프랑스가 진짜 고향인것 같아‘

태어난 곳을 떠올려 본다.

나는 어디였더라 대전의 어느 병원이였던것 같은데.

인호가 말했다.

‘파리가 달콤한 커피에 꼬이는것처럼

나도 달콤하고 아름다운 나라 프랑스에 끌리는 것이지‘

‘에이 그래도 네 고향은 서울 성모 병원이잖아’

내가 또 웃었다.

인호가 입술을 씰룩댄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야

제 2의 고향 즉 정신과 소울, 영혼의 고향!‘

지하철이 한강다리를 넘어

다시 지하로 들어섰다.

그때 한 아이를 품에 안은 아주머니가 탑승한다.

‘슬슬 내리자’

그러나 인호는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저 아이처럼’

‘그게 무슨 말이야?’

‘피터팬 콤플렉스란 말이 있잖아

나는 언젠가부터 어머니의 편안하고 달콤한 품에서 벗어나고 싶지가 않았어.

어른이 된다는건 무척 힘이 드는 일이니까‘

내가 일어서자 앞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아이를 내려놓고 잽싸게 의자에 앉았다.

아이가 엄마의 무릎에 앉는다.

인호가 따라 일어섰다.

‘하지만 살려면 어른이 되야돼 달콤한 것만 찾다가는

이 파리꼴이 나게 된다고

영리한 사람들은 일찍 어른이 될 줄 알지.

어떻게 보면 이 파리는 무식한거야 결국 이렇게 죽잖아‘

인호가 다시 종이컵을 흔들었다.

어째 이 녀석이 슬슬 헛소리를 시작할 모양이다.

귀찮지만 그럴때는 바로바로 수긍해주는게 상책이다.

아니면 말도 안되는 개똥철학으로 쓸데없는 논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커피속의 파리는 지금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데,

만약 달콤하고 편안한것이 행복의 한 기준이라면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그 품을 경험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아’

인호가 순간 얼음이 되었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단 얼굴이다.

‘그런’

이번에는 내가 배를잡고 웃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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