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북 공모전
양념 반 후라이드 반
현관문을 열자 큰 아버지가 친척들을 맞는다.
잠시후 제사를 지내기 위해 거실에 향을 피우고 나면
묘한 향 냄새가 피어나기 시작하고
친척들이 함께 모여 차례대로 제사를 지낸다.
가지가지 펼쳐진 제사 음식이 먹음직스럽다
하지만 전통에 의하면 제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는것이 예의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집안의 풍경중에 조금 별난 부분이 있다.
바로 다 함께 모여 절을 한번 하고 나서
양반다리로 앉아 찬송가를 부르는 것인데
상 위를보니 할아버지 초상화 옆에 예수님의 십자가가 함께 올려져 있다.
그리고 웬걸 이 사람들은 찬송가가 끝나면 천주교의 기도문을 외우고
그것을 다 외우고 나서
다시 차례대로 돌아가며 순서에 맞춰 절을 한다.
돌아가시기 전 이 집 할아버지는 술을 많이 드셨단다.
해서 술잔에 술은 항상 가득채워 놓는다.
경건한 모습이다.
평범한 가정의 제사와는 다르게
찬송가를 함께 부르는 제사를 보고 있으려니
이것이 무슨 위엄있는 의식같기도 하다.
제사가 끝났다.
그러자 큰 아버지가 햇밤을 한움큼 들어 가족들에게 쥐어준다.
이것은 음복이라 하여 제사가 끝난 음식에는
복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풍습 때문이다.
차례가 다 끝나고 제사 음식을 맛있게 차려먹고 나면
친척들은 각자 또래에 맞춰 자신들 방으로 들어간다.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는 거실에 앉고
큰어머니와 작은 어머니는 부엌에서 시시콜콜한 담소를 나눈다.
그리고 아직은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 작은 방에 모인다.
그들중 가장 연장자가 모두 오랜만에 모였으니
다 같이 영화를 보러가지 않겠냐고 의견을 낸다.
다들 찬성을 했는데
마침 작은 방 책상 위에 전단지 하나가 보인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통닭 한 마리 가격으로 판다는 한 치킨 집의 광고.
싼 가격에 통닭을 두 마리나 준다는 것에
귀가 솔깃해진 젊은 친척들은
영화를 보러 나가기 전 간단히 간식을 시켜먹고 나가자고 말한다.
이윽고 한명이 전화를 걸어 치킨을 주문했다.
‘양념반 후라이드 반이요’
용건을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치킨이 올때까지 할 일이 없어진 그들은
동그랗게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나이 많은 사촌이 말한다.
자신이 어릴때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또 다른 친척이 말한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은
어느것을 먹을지 고민이 될 때
둘다 먹을수 있어 참 실용적인것 같다고 말이다.
이후 친척들은 너나할것 없이 자신의 의견을 떠들기 시작했다.
아니 난 그냥 한 쪽으로 통일하는게 좋아.
글쎄 난 아무생각 없네.
요즘에는 심지어 짬짜면도 있지 않나.
됐고 양념이든 후라이드든 양이 많은게 최고야.
그러나 한참을 이야기하던 그들도
결국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이
시대의 흐름이란 것에는 모두 동의했다.
잠시후 양념치킨이 집에 도착했다.
젊은 친척들은 어르신들에게 먼저 치킨을 담아 대접한후
작은 방에 모여앉아 맛있게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