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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만식 Apr 23. 2023

프란츠 카프카 [변신]

그는 진정 실존주의자였다


  “어느 날 일어나니 벌레가 되었다"는 카프카 소설 <변신>은 어느 날 일어나니 우리가 000이 되어버린 상황이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일어난 일로 인해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실존적인 우리네 인생을 풀어낸다.



   우리가 원하는 삶과는 다른 삶, 그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을 “어느 날 일어나니 벌레가 되어버린 삶”으로 묘사한다. 자신의 몸마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벌레로 변한 한계를 표현한다. 소설 안에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은 누구일까, 카프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변신]이라는 소설로 풀어냈다.



   그는 여동생 셋을 둔 오빠였다. 외아들, 가장 큰 오빠의 위치. 장남, 자수성가한 아버지, 아버지의 강압적인 요구와 기대, 원하지 않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야 하는 상황 그러나 그는 글을 쓰며 작가로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 그로 인한 부모와의 갈등, 외로움, 고독을 벌레로 변한 주인공으로 묘사했다(물론 그는 아버지를 매우 존경했다).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나 그곳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프라하 토종 카프카, 그러나 그는 프라하 사람도, 오스트리아 사람도, 헝가리 사람도 아니었다는 사실. 말할 때는 체코어를 그러나 글은 언제나 독일어로 썼던 카프카, 정작 그는 독일인도, 체코인도 아닌 유대계 독일인. 방랑자도 토착민도 아닌 그 땅의 이방인으로 살았던 사람.



   그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후손, 유대인이었으나 서방 세계와 그 문화에 동화된 유대계 후손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물으려 할 때면 자신은 그 어느 쪽에도 낄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에 사로잡혔다. 정체성의 혼란, 그 속에서 방황하며 살았던 그, 이젠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진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현실, 벗어나고 싶어 수없이 노력하고 애써보았지만 이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 서 그만 좌절해 버린 삶,



   끝없는 고뇌와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그가 찾은 진정한 구원, 해방, 자유는 다름 아닌 글을 쓰는 것, 글은 그에게 구원이었고 해방이었고 자유였다. 그는 인생의 모든 모순과 부조리와 고통과 고뇌를 글로 담아냈다. 샤르트르와 알베르 카뮈는 그를 존경했다. 그를 실존주의 대가로 인정했다. 그의 글에서 그의 삶, 인생 그리고 그가 살았던 세상, 오늘을 사는 나, 우리 이웃의 또 다른 삶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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