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

by 민만식

기독교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교회의 역할과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크게 와닿는 말은 없었다. 다만 마지막에 강조된 한 마디,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말이 남았다. 사실, 신앙공동체로서 교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공동체가 진짜 신앙공동체인가?”


오늘날 교회는 그 모습과 성격이 다양하다. 이를 단순히 ‘다양성’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다양성은 분명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겉은 교회 같으나 속은 그렇지 않은, 진짜를 가장한 가짜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분별력이 필요하다.


분별력은 단순히 신앙 열심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균형 잡힌 지혜가 필요하다. 이때 인문학의 역할이 크다. 인문학은 사유의 힘을 길러 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상식을 익히면, 극단적 주장과 비상식적 행동을 가려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단순한 상식만 갖추어도 허황된 가르침을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은 비신자만 아니라 기존 신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기존 교회 역시 성도들에게 단순히 “성경만 읽어라”라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성경 자체는 진리지만, 잘못 읽고 해석할 때 문제가 생긴다. 성경과 더불어 좋은 신앙 서적과 양서를 함께 읽도록 안내해야 한다. 나아가 성도들과 함께 ‘책 읽기 모임’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책과 함께 드리는 예배” 같은 실험적 시도도 필요하다. 작가를 초청해 삶과 신앙, 문학과 일상을 함께 나누는 장은 성도들의 영성과 인격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미 사이비와 이단이 곳곳에 뿌리를 내렸고, 심지어 정통 교단 안에서도 이단과 다를 바 없는 행태가 나타난다. 겉으로는 순한 양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에는 탐욕과 거짓이 가득한 교회들도 있다. 간판에 ‘교회’라는 이름이 걸려 있다고 다 교회가 아니다. 그러므로 공동체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목회자의 이력, 설교, 삶, 그리고 교단의 정체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맹목적 신뢰는 위험하다.


지금은 영적 어두움이 짙고, 치열한 영적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분별하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하다. 상식을 벗어난 가르침, 상식을 넘어선 행동과 언행은 가짜임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신앙공동체, 건강한 공동체,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가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미 세워진 교회들이 그런 공동체로 굳건히 서 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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