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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l 28. 2018

37과 현상

37살의 현재 나의 감각과 상태

#1. 나이

벌써 37세가 되었다. 나는 80년대가 막 시작되는 서울의 봄과 전두환의 야비한 독재정치의 사회상 가운데 가난한 전라디언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적부터 시간과 공간은 항상 공동체와 함께 성장한다는 논리를 자연스런 사투리로 받아들였고, 언제나 가족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나 자신에 대한 관심보다 더 높도록 무형식의 교육을 어깨 넘어로 받았다. 그러다보니 함께 울고 즐기고 아파하는 이들에 대한 공감능력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자식 농사 잘 지어서 부귀영화는 아니더라도 좀 호강을 하겠냐 하시지만, 이 사회가 많은 문제가 있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영구임대 아파트의 이웃들의 아품이 매일매일 후덥지근한 열기와 함께 경험되어지는 나의 세계에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이상과 아픔을 함께 경험하고 이해하는 사이에 나는 벌써 37세가 되었다. 곧 불혹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인생의 안정된 길을 가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나도 독립을 해볼까? 나도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일상의 시름을 같이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누군가에게는 변명처럼 들릴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변명처럼 들리겠지. 어쨌든 이건 내가 속해 있는 context 속에서 나의 고민이다. 나이라는 개념이 그렇게 반갑지 않고, 아니 낯설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생애주기라는 것도 누가 만들었는지 한다. 피부는 점점 노쇠해가고 점점 무릎이 아파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은 더욱 명료해지고, 누가 이 구조를 만들었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점점 나이에 따른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누군가 잘못된 세상을 만들었다면, 그것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것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시대의 의문에 대답respose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럼 나는 그 의문에 대답resposte할 수 있는 능력ability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이게 바로 책임간resposibility이다. 나는 알고 있다. 그런 능력이 없음을. 그래서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더 공부하고 더 익히고 더 알아보려고 한다. 나이가 먹는다는 것은 그 나이만큼의 경험과 지혜가 쌓여간다는 의미에서는 이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혹은 책임지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닐까?한다. 이미 37세이니 40세까지 한번 열심히 날아가 보려고 한다.


#2. 학습조직

여기저기서 학습조직을 이야기한다. 학습하는 조직이라는 것은 1990년대에 피터센지가 이야기한 개념이고 이러한 개념의 핵심은 '시스템사고'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서 빠르게 대응하려면 결국은 빠르게 학습하고 결과물을 만들어서 대응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학습조직이다. 학습조직은 1.0에서 4.0까지 발전한다고 한다. 1.0버전에서는 모여서 그냥 독서모임을 하는건에서 2.0이 되면 나름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3.0이 되면 그 프로젝트를 실행해보면서 실제로 변화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4.0이 되면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함께 다른 사람들과 공부하면서 네트워킹으로 세상을 바꿔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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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횟수로는 6년이나 되었다. 처음 직작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한 것이 말이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라는 신시아 몽고메리교수의 책으로 시작했다. 추운 겨울 아침 7시에 2명이 함께 모여서 시작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곧 책을 즐겁게 마치고 그 유명한 지식경영의 대가인 노나카이쿠지로의 '지식경영'에 대해서 학습했다. 그리고 그러한 지식경영의 방법론을 실천해보고자 직장 내부의 여러 조직들이 어떻게 핵심의 동력을 얻고 그것들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 후로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사람들은 회장님이 바뀌면서 '역량강화tf'로 모여서 함께 공부한 것들을 맘껏 펼쳐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만든 것이 '어벤저스 1기'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메타인지 역량, 프레젠테이션 역량, 액션러닝 역량, 퍼실리테이션 역량 개념을 만들었고, 이러한 결과로 역량사전도 만들게 되었다.


그로부터 5년간 다채로운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정치철학을 공부하면서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을 공부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진보와 보수의 12가지(고전적 자유주의에서 현대보수주의까지)를 표로 정리해서 사람들의 정치적 인식구조를 밝히는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그것이 결과물로 나오게 되었다. 월요일 점심마다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면서 협동조합의 시작인 로버트오웬과 로치데일 협동조합에서부터 최근의 몬드라곤 사례까지 공부하였고, 법적인 장치와 운영의 원리도 익히게 되었다. 이 모임은 곧 2.0으로 우리의 '사회적 경제모델'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셋팅하고 있다. 화요일 아침에는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고, 수요일 아침에는 국제개발협력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빈곤의 종말(제프리삭스)에서부터 이스털리의 이론(세상의 절반 구하기)까지 여러 스펙트럼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물로서 국제개발협력에 대하 강의를 여러곳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UN에서 부터 NGO단체의 구석구석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화요일 점심마다 선교신학에 도전을 읽으면서 신학적인 관점을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교회와 문화가 만날 때의 변증법을 정리해보고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수요일 점심에는 경영학에 관련된 독서모임을 하면서 최근의 트렌드를 익히고 이것을 바탕으로 고객경험관리 사례를 후원자 경험관리 사례로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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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최소 7개의 학습조직을 운영한다. 토요일 일요일까지하면 거의 10개의 학습조직이다. 한주가 지나가는 숨가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책을 읽고 모임을 이끌어 간다. 그렇게 6년 그 동안 읽은 책만해도 몇백권이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것을 자료화 시키고, 프레지로 정리하고, 강의도 하고. 시간이 많이 지가가지만, 한가지 "시간이 내 편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숨가쁘게 살아가니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 그러던데 인간이 깨달을 때 엔돌핀의 몇배 효과인 '다이돌핀'이 나와서 피곤도 사라지게 만든다는. 일주일에 10번 이상 그런 시간들이 있다. 머리에서 쥐가 날것 같지만, 사실은 작업기업working memory가 계속 늘어나서 오히려 더욱 연결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먹으면 생각이 사라진다? 전혀.


#3. 철학아카데미

2014년부터 존경하는 김만권쌤의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강의를 들으러 철학아카데미에 갔다가 지금까지 일주일에 평균 2번 이상 다니고 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부터 시작해서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법철학, 그리고 프로이트, 자크라캉, 폴리쾨르,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후설의 현상학, 샤르트르의 존재와 무, 크리스테바의 시적언어의 혁명과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 들뢰즈와 시네마, 푸코와 파옵티콘과 레비나스의 타자와 윤리까지. 앞으로도 하이데거와 니체, 화이트헤드와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철학을 하면 할 수록 더욱더 마르크스가 쓴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11번이 기억난다. "철학자들은 세상을 다양하게 해석해왔다. 그러나 철학의 목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있다"라는 것.


https://brunch.co.kr/@minnation/997


그렇게 쓴 철학일기가 벌써 140개를 넘었다. 매번 2시간의 전쟁이고, 언제나 나의 언어로 나의 생각을 적는 것을 목표로 하다보니. 마지막에는 나의 생각이 정리되고 무엇인가 가습속과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들이 만단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세상을 정말 바꾸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물론 철학만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철학이 없으면 응용이 없고, 새로운 것들을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이라는 것은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의 철학의 방식으로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그리고 싶다. 나의 목표는 사람들이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는 오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다같이 만들어내야 하지만. 내 안에 어떤 비전이 있어야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https://brunch.co.kr/@minnation/884


#4. 대학원

대학원을 겨우 수료했다. 이제 졸업을 해야한다. 대학원에서 '정치-경제-복지'가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배웠고 특히 스웨덴의 정치경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면서 비그포르스라는 학자도 만나게 되고, 최태욱 교수님의 방법론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도 보게 되었다. 더욱 열심히 찾아보고 더욱 깊이 고민해보면 정답은 아니더라도 해답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은 매우 재미었다. 복지국가의 논의와 선거제도라는 변수, 정당제도와 권력구조의 셋팅방법과 국회에서 실제로 보좌관들이 활동하는 것까지 모두 섭력하게 되었다. 이제는 졸업을 하고 새로운 대학원이나 박사과정을 가려고 한다. 아마도 '공공정책'을 만들 수 없는 내 능력을 경험했기에 관련 분야을 찾아가지 않을까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면 나이가 있지 않나? 정신차려라 한다. 그럴수도 있지만 좀더 깊게 생각해보면 나는 공부를 왜 하는가? 진짜로 변화시키고 바꾸기 위해서라면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 대안의 시작정도만 점을 찍을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지만, 언제나 인생은 그렇게 그럴싸한 이유로 나를 막아왔다. 그러므로 나는 계속 그것들과 싸워나가야할 수 밖에.


#5. 방통대

방통대에 편입을 했다. 그리고 교육학과에서 생애주기발달과 지역사회 교육론이나 상담심리와 같은 학문들을 접한다. 물론 학부수준이라서 쉽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만나는 친구들과도 별로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다. 결국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데. 문제는 몇개만 틀려도 시험에서 b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학점 따기가 정말 힘들구나 한다. 그러나 어쨌든 공부를 제대로 하고, 더 깊이있게 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방통대로 들어갔고 잘 들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6. 가족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속 더 늙어가신다.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되어 가신다. 매우 낯설은 풍경인데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날 수가 없다. 굽어져 가는 어머니의 허리와 낙타혹처럼 튀어나오는 아버지의 무릎이 인식에 들어오면 하루종일 힘들어할 때가 많다. 인간은 왜 늙고 아픈가, 사람은 왜 어렵게만 살아야 하는가? 인생에서 기쁨은 무엇인가하는 생각들이 휴일저녁에 가득하다.


일단 부모님과 여행은 항상 열심히 다닐려고 한다. 다음달에는 부모님과 여수여행을 가기로 했다. 친절한 민기사가 되기로. 더운 여름 이제서야 삼성 무풍에어컨을 사드렸다. 불효자는 웁니다. 나도 힘들었지만 이제 부모님이 힘들게 하시는 것들에게서 좀 자유를 선물해드리고 싶은 생각들이 있다.


#7. 37

다시 한번 37살이 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중이다. 앞으로 더 잘살아보아야 한다. 마르크스의 유명한 말처럼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실패를 할 뿐이다!"나는 오늘도 도전하고 실패하고 내일은 더 나은 실패를 할 것이다. 한순 한번 쉬고, 한번 크게 주먹을 웅켜쥐고서 한걸음이라도 나아가보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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