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예술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Sep 25. 2018

햇빛과 봄

햇빛이 말을 걸다_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햇빛이 말을 걸다_권대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