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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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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Oct 09. 2018

그날과 질문

그날이 오면_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_그 날이 오면




시인의 외침이 이른 저녁

할일 없는 늦은 청춘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너가 기다리는 그날은 어떤 날인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른 청년들

그들에게도 그날은 존재하는가?


그날이 와서 우리가 어떤 자유를,

어떤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겠는가?


가슴 속에 작은 고향하나

조그마한 희망하나 품고 살아야 하는데


부유한 청년들의 가슴 속에서는 쪼잔한 이기심과

끊임없는 경쟁이 만들어낸 질투뿐이다


빈곤한 청년들에게는 가슴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노동으로 흘려진 땀을 쓸어 담기에 바쁘다


나도 청년시기가 있었다

나도 인생의 꽃이 피우던 시간이 있었다


그 무엇보다도 정의로운 시간의 흐름 앞에서

나는 계속 되묻고, 되짚어 본다


나에게는 그날이 있는가?

삼각산이 일어나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한강물이 뒤집혀 옹솟음 칠 만큼

기다려지는 그런 날이 있는가?말이다


시대의 이상이 꺼져가는 심야의 시간

사야할 상품의 할인마감만 중요한 것 같은 이시간


나는 조용히 영혼의 촛불을 켜고 앉아서

다시 한번 물어본다


나에게는 희망이 있는가?
나의 가슴을 뛰게 하고 다른이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허무한 내일이 아니라

어떤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모험들이 가득한.


비교와 질투에서 벗어나서

오롯이 나의 내면에서 사회로 뻗어나가는 그런


모두에게 외치고 싶은 희망이 있느냐 말이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청년의 죽음은 낙망이고

청년이 죽으면 나라가 망한다던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이 반짝이는 초겨울

저녁의 야릇한 밤공기를 뚫고서


100년전 흐느끼는 시인들을 불러 놓고

소주 한잔 거느리며 삶의 여백을 그려간다


419기념탑을 방문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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