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_신철규
누군가에는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산다는 것은
희망의 등불이기도 하고
내면의 공간이 없어져 버린
자아의 감옥이 되기도 한다
짝과 한패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내가 시계방향으로 걸어가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당신이 보인다
굳이 같은 길을 가도 될텐데
방향이 틀어지는 순간
당신과 나는 완전히
다른 공간에 다다르게 된다
방향 뿐이겠는가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고
나의 시선도 마찬가지이다
흘러가는 것들을 정지시켜 놓은 체로
하나로 정의해 버리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나는 당신과 멀어지고 있다
같이 흘러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다가
같이 흘러가야해?라는 고민이 들때
나의 방향은 달라지더라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으로
각자의 블랙홀 속으로
심연의 가장 자리를 지나서
깊은 곳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지도.
센치한 자아를 탓하지 말고
그냥받아주기로 한 날부터
나는 자인식과잉에서 나와서
또한 당신의 그늘에서 나와서
무엇인가 새로운 방향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듯 해.
나는 시계 방향으로
당신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각자의 심연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