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보는 것
밀란쿤데라_시인이 된다는 것은
시인이 된다는 것은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행동의 끝까지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절망의 끝까지
그 다음 처음으로 셈을 해보는 것,
그 전엔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
왜냐면 삶이라는 셈이 그대에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낮게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게 어린애처럼 작은 곱셈 구구단 속에서
영원히 머뭇거리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시인이 된다는 것은
항상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밀란쿤데라_'시인이 된다는 것은'
머뭇머뭇 거리는 인생의 언덕에서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언어는 미래의 희망찬 언어도
도래할 재앙들에 대한 우울한 언어도 아니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초신자처럼
인생에 겁을 먹은 내게
그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인생은 끝까지 가보아야만 아는 것
가는 내내 현실이 담아낼 수 없는
시를 짓는 일
우리는 여기서 부터 삶의 다른 향기를 찾는다
다른 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다른 향기를 다른 향에 담는 것부터
끝까지 가본이들의 향기는
항상 다른 색깔을 나타내기에
삶이 생기있는 답을 내어놓기까지
끝까지 가보는 것
구구단 속에 숨바꼭질하는
삶의 속살이 활짝 자신을 널어놓고
이 길의 끝을 이야기할지
모르기 때문이겠지
시인이 된다는 것은
이 놀이의 끝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