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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n 05. 2017

역사와 노동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성문이 일곱 개인 테베를 누가 건설 했던가?

책에는 왕들의 이름만 적혀 있다.


왕들이 바윗덩어리들을 끌고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된 바빌론 -


누가 그토록 여러 번

그 도시를 일으켜 세웠던가?


건축 노동자들은 황금빛 찬란한

도시 리마의 어떤 집에서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완공된 날 밤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에는 개선문이 많기도 하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케사르같은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개선했던가?


흔히도 노래되는 비쟌틴에는

비쟌틴 주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적인 아틀란티스에서도

바다가 그 땅을 삼켜 버린 날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자들이

그들의 노예를 찾으며 울부 짖었다.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 혼자서 해냈던가?


케사르는 갈리아를 쳐부셨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쯤은 데려가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페 왕은 자신의 함대가 침몰 당하자 울었다.

그 말고는 아무도 울지 않았던가?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말고 또 누가 승리했던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승리가 하나씩 나온다.

승리의 향연을 위해 누가 요리했던가?


십 년마다 한 명씩 위인이 나온다.

그 비용은 누가 지불했던가?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

그렇게 많은 의문들.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노동위에 서 있다

누군가의 노동위에 앉아 있다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지금 우리가 소유하는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노동을 거친 것이고

누군가의 땀이 베어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우리가 스스로의 땀으로

얻어낸 것이 없다


인간은 처음부터 겸손하게 태어나고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


타자가 없이는 나는 존재할 수 없고

삶을 유지할 수도 없다


인간의 기쁨은 항사 이러한 존재의 연결이

최대가 될수록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인가를 더 가졌다고 기뻐하는 것은

사실 더 가지는 것들의 노동을


자신이 소유했다고 하는 것의

다름 아닌 표현이다


노동이 중요한게 아니라 다른이가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생명을


불어 넣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인생의 의미가, 진리가 있다




우리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땀흘리면서


삶을 걸어가고

역사를 만들어 간다


노동 위에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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