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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Sep 03. 2020

아내의 마술_심보선

엄마의 연기_민네이션

아내가 슬프고
슬픈 아내를 보고 있는 내가 슬프고


그때 온 장모님 전화 받으며, 그러엄 우리 잘 지내지,

하는 아내 속의 아내는 더 슬프다
 
마술처럼 완벽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모자에서 나온 토끼가


모자 속으로 자청해서 돌아간다
내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려 하면


딱딱한 면은

왜 나를 막는가
 
엄마가 아이를 버리고
직업이 아비를 버리고


병이 아픈 자를 버리고
마술사도 결국 토끼를 버리고
 
매정한 집이, 너 나가, 하며

문밖에 길을 쏟아버리자


미망(迷妄)이 그 길을 받아 품에

한번 꼭 안았다가 바로 버린다
 
온 세상을 슬픔으로 물들게 하려고
우는 아내가 식탁 모서리를


오래오래 쓰다듬고 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마술이다


아내의 마술_심보선




엄마가 아푸고

아푼 엄마를 보고 있는 내맘이 아프고


그 때 걸려온 할머니 전화를 받으며

그럼요 우리 잘지내지요


하는 엄마 속의 엄마는

더욱 아프다


일일드라마처럼 완벽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대기업 회장 아들로 나온 우가


배역을 끝내고 지하철을 타고

원룸으로 돌아간다


내가 티비 화면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해피엔딩으로 드라마는 왜 광고로 이어지는가?


어머니가 인생을 포기하고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고


병원은 의사를 버리고

결국 시청자들도 드라마를 버리고


매정한 국가가 너 나가 그러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영락없이 사지로 떠밀려야 한다


온 세상을 허무함으로 물들게 하려고

하염없이 창문 밖에 어머니의 시선이 고정되어 버린다


누가 오기라도 한 것처럼

넋놓고 기다리는 어머니의 눈빛은


처음보는 일일 드라마다

드라마에서는 죽는 것도 연기인데


현실은 안 아픈척 하는게

연기이다


어머니의 메쏘드 연기에

일일드라마보다 조연 연기자 처럼 엉엉 운다


엄마의 연기_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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