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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Sep 23. 2020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밝은 태양이 눈부시게 비추는 날에는

당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나조차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외로운 사람들이 새벽 섬 기슭으로

숨어 버리고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비로소 까만 달빛 알래에

당신의 눈빛이 글썽글썽 보입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것보다

당신의 눈빛을 응시하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사랑하는 것보다


보이는데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그러나 항상 볼 수 없기에

보이는 사랑만 할 수는 없기에


사람들은 산기슭으로 외로움을

한웅쿰 집어들고 들어가서 기다리나 봅니다


당신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산기슭에서 기다립니다


또 이렇게 기다리는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보이면 더 좋겠습니다


또 기다리는 편지_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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