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밝은 태양이 눈부시게 비추는 날에는
당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나조차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외로운 사람들이 새벽 섬 기슭으로
숨어 버리고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비로소 까만 달빛 알래에
당신의 눈빛이 글썽글썽 보입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것보다
당신의 눈빛을 응시하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사랑하는 것보다
보이는데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그러나 항상 볼 수 없기에
보이는 사랑만 할 수는 없기에
사람들은 산기슭으로 외로움을
한웅쿰 집어들고 들어가서 기다리나 봅니다
당신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산기슭에서 기다립니다
또 이렇게 기다리는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보이면 더 좋겠습니다
또 기다리는 편지_민네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