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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an 18. 2021

그거 때문에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비지니스로 관계하는 사람과 진심으로 만나는 사람

드디어 오늘에서야 브레이브하트를 마지막까지 보았고 로버트 1세와 에드워드 왕가의 싸움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며 넷플릭스의 아웃로킹이 브레이브하트의 로버트 1세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윌리엄 월리스를 만나서 석연치 않아 하는 동공지의 로버트와 이세벨 공주의 흔들리는 눈빛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 자비가 아닌 자유를 달라!"라고 외치면서 스코틀랜드인들의 마음에 용기를 가져다준 윌리엄 월리스를 왜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까? 오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브레이브하트에서 이세벨 왕세자비로 등장한 소피마르소의 눈빛, "아 이 매력 어쩔꺼야~"라고 하는 듯.


나이가 30을 넘어서 40에 접어드니 인간관계에 대한 어떤 철학이나 신념이 생긴다. 물론 고집이나 편견이 되지는 않아야 하겠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주 단순하게 두가지의 관계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비지니스로 만나는 사람과 순수한 진정성에서 만나는 사람이다.


비지니스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무엇인가 도움이 되거나 무엇인가 해줄 것이 있거나, 혹은 아주 미미하나마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때 다가오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보통 눈빛은 '아 이 친구를 어디다 써먹으면 좋을까? 어떤 때 부르면 아주 요긴하겠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여지없이 관계가 지속될 수록 그 사람은 나의 대한 판단이 깊어지고 어느순간에는 "그럼 이것도 해줄 수 있어?"라고 부탁하는 듯한 명령을 내린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런 순간이 오면 이미 손끝에서 그런 의도를 파악하고서 부르르 떨더니 잘못하거나 실수하거나 머뭇거리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그런 사람들하고 별로 관계가 좋아지지도 않고 어느순간 그런 사람들은 "아~ 저 사람? 알고보니깐 아무것도 없던데? 별로 도움이 안돼!"라는 말을 누군가에게서 듣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이런 사람들을 빗겨내느라 이모양으로 사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아첨도 하고 처세술도 부리고, 잘난것처럼 한껏 부풀려서 말해도 되는데 이상하게 그 사람들 앞에 서면 말문이 안 트이고 마음에 몇개의 자물쇠가 담긴 것처럼 철컹철컹 닫혀 버린다.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 바로 접니다!



세계 어느곳을 가나 마음문을 활짝 열어 놓고 즐겁게 뛰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_필리핀 일로일로


다른 한편, 이상하게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라고 느낄만큼 잘해주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상하게 그들은 내게 어떤 매력을 느끼거나 호기심을 갖는데 그 출처를 잘모르겠다. 그 사람들은 내게 도움을 구하기보다는 무엇인가 나를 도와주기 원하고 응원해주는 것을 아주 즐긴다. 그래서 어느순간 보면 그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대도 굳이 말을 하지 않아서 나중에 서운해질 때도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더 챙기고 싶고 관심이 가고 연락하고 싶어진다.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이 좋다. 그 사람이 어떤 비지니스의 관계로 갑과 을 혹은 거래를 주고 받는 수익모델의 하나로 대하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인간 이하라는 수치심을 갖는다.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은 마음 깊이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있으며 브레이브하트가 있다. 자유를 향해서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다. 40이면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는 시기라고 하는데 나의 주름 속에서 어떤 길로 걸어왔는지가 보인다. 나는 또 성큼성큼 앞으로 걸었는데 그게 잘못된 걸음인지도 의심하게 된다. 가만히 놓아두면 마음 속에 길이 보이는 얼굴의 길로 드러날 것 같다.


가끔 사회에서도 진짜 친구들을 만난다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은 머니머니해도 아들이다. 청소년 친구들과 멘토링을 하면 정말로 무장해제를 하고 서로 즐겁게 만날 수 있다. 가끔 아이들이 "쌤~ 왜케 우리에게 잘해줘요? 머 바라는 것 있어요?"라고 물어본다. 그럼 머 "없어 그냥 만나면 좋은 친구지 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니깐 이제 아이들이 물어보지 않는다. 그리고 내 주머니사정을 걱정하면서 스스로 절제한다.


친한친구가 개업하면 찾아가기가 애매하다. 공짜로 줄 것 같아서 이왕이면 혼자 가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서 같이 계산하게 된다. 지금까지 만는 친한 친구들은 아마도 평생을 가겠지? 여전히 사회 속에서도 진심으로, 본심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지금까지 아껴놓았던 보약같은 마음을 나누어주며 마치 '홍삼젤리'를 건내듯이 보약같은 마음씀을 받으면 '아~이게 정말 세상 사는 맛이구나~'한다.


괜히 마음이 가서 그 사람을 응원해주고 싶고, 몇 마디라도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끔 오해도 받지만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이나 집안배경, 성공가능성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이 험한 세상에서도 고이 간직한 것 때문이겠다.



그거 때문에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인간의 어떤 선한 면을 보았을 때인 것 같다. 인간을 개선할 수 있고, 악의 구렁텅이에서도 선함을 추구할 수 있으며, 실수도 많이 하고 어려움도 많이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면서, 잘못된 것들을 만회해가는 것을 본다. 선한 마음이면 된다. 진정성을 가진 마음이면 된다. 그럼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그 사람은 자신이 처음 내걸었던 발걸음의 깊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워진 무게로 여기저리 뛰처 다닐 찌라도 자신의 본심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무거워진 발자국의 깊이는 그 사람이 원래 내딛어야 하는 그 방향으로 욱푹 페일 것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 속에 한 가득 자유와 사랑을 품고, 어떤 바보들처럼 바보같이 허허허라면서 웃어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들어서 자꾸만 마음이 이리저리 갈팡질팡한다. 나도 좀 해봐?이런 마음들을 먹을라치면 일단 마음의 중심과 멀어지고 귀를 틀어막아야만 다른 길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다녀온 오늘의 산행에서 내 인생을 반추하면서 '그래 시간 문제지, 지금이 지나면 내가 잘 참았다'라고 말할 날이 올 꺼라고 생각한다.


반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러니깐 '아 그때~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라고 하면서 순간의 선택을 평생 후회의 시간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있는 그 반대, 나는 부지런히 뒤돌아 봐야 한다. 그럴려면 일단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데 있어서 조건 빼고, '그냥 좋아~'라고 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한 80세까지는 끌고 가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을 먹으니 주변에 바보같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순하딘 순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깨끗한 마음 지켜온 바보같은 사람들. 나도 그들 곁에 있으니 바보이기 매한가지 같지만 말이다.


해명산 정상에 오르며 생각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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