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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l 18. 2021

경제가 발전하면 민주화가 된다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에관한 3가지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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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를 졸업하기 1년전 취업도 안되고 실의에 빠져 있던 나에게 노르베르트 엘리야스의 '문명화 과정'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힌트를 주었다. 그전까지 역사에 관심은 있었으나 딱히 역사 발전의 주체로 설 마음도, 새로운 해석을 해보려는 강심장도 아니었던 나는 문화화 과정을 단숨에 읽고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원래부터 이렇게 존재했던 문화적 관습과 일상의 제도들이 사실은 어디에선가, 누군가 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으로 중첩되면서 마치 진리처럼 된 것이었다. 그 지점에 도달하니 우리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고자 하는 열망이 커졌다. 그리고나서야 내가 배웠던 국사시간의 '역사이해'로는 도무지 현실에 어전히 손을 뻗치고 있는 역사의 실체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3가지의 큰 흐름을 정했고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이 세가지를 풀기 위해서 연구도 하고 활동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대안을 만들것 같다.


제국주의 : 동일한 문화권에서 발생한 제국주의는 어떤 충격을 주며 어떻게 하면 제국주의의 잔재를 청산하고 자생적 근대화와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개발독재 : 경제화와 민주주의는 같이갈 수 있는가? 경제화가 먼저여야만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민주화가 먼저 있고 경제화가 이루어지는가? 개발독재를 과연 시대적인 필연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IMF 외환위기 : 외환위기는 외생적 변수인가 아니면 내부의 원했던 세력이 있는가? 외환위기 이후에 파생된 비정규직, 노동유연성, 신자유주의의 결과 만들어진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최근에 너무 정책만 공부하다가 보니깐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원래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학기도 마무리 되어 가고 다시 나의 본질적 물음으로 돌아왔다. 그런의미에서 다양한 비판과 함께 찬사를 받고 있는 최장님 교수의 책들을 다시 보면서 새로운 해석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일단 오늘은 '민주화 이후 민주화'를 통해서 산업화와 민주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 관료적 권위주의, 근대화론, 사회적 기원 이론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오도넬의 관료적 권위주의론

_Guillermo A. O'Donnell, Modernization and Bureaucratic Authoritarianism (Berkeley :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7)


198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 정치학계에서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중반 사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 등장한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발생 원인을 이론화환 오도넬의 BA모델이 유행했다. 특히, 1972년 유신체제 성립에 적용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둘러싸고 활발한 논쟁이 있었다. 오도넬의 관료주의적 권위주의론을 Bureaucratic authoritarianism이라고 하는데 이 모델의 핵심은 산업구조의 변동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관료제를 미리 경험한 군부가 민중을 탄압하고 등장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갈등의 해결하는 데 있어서 무력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수입대체산업의 고갈과 산업구조의 심화라는 경제적 변수가 권위주의 정부를 만들어 낸다는 이론이다. 수입대체산업화가 가져왔던 내수 시장의 성장을 통해 사회의 광범위한 계층을 끌어안는 민주우주의 동맹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산업 구조의 심화 단계에서 해체됨에 따라 정치적으로 활성하되고 전투적이 된 민중 부문을 억압하기 위해 민간경제 부문 및 군의 테크로크라트, 외국의 다국적 기업을 주축으로 한 쿠테타동맹이 형성된다. 그 결과가 바로 권위주의 정부가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Guillermo A. O'Donnell


사회경제적 변화가 정치체제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이론으로, 라틴아메리카의 군부가 들어선 이유는 경제적 변화를 무능한 정부가 해결하지 못해서 민중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강력한 군대와 관료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경제적 변동이 독재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회가 안정적이었으면 독재가 없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독재의 정당성을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문제해결에서 찾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와의 연결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민주주의가 가진 점진성과 다원주의적인 요소 때문에 국가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화정'에서 사용되는 폭력이나 마키아벨리즘과 같은 목적주의는 수단을 폭력이나 독재라고 해도 용인하게 된다.


사회경제적 변동이 독재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


최근에도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 때 군부가 없었거나 박정희, 전두환이 없었으면 사회가 폭도들로 뒤집혔을 것이고 지금의 발전도 없다고 말한다. 광주민주화사태에 대해서 대부분 '폭도'로 몰아넣는 사람들은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2. 립셋Lipset 과 쉐보르스키의 근대화론


립셉의 이론은 간단하게 말하면 산업화와 경제성장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는 이론이다. 경제발전을 통해서 중산층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이를 통해서 자연스러운 '적하효과'tricle down가 발생하여 사회의 하층까지 교육과 문화가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정치참여와 함께 갈등을 창의적으로 해결하여 국가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쉐보르스키와 리몽기F. Limongi는 최근에 '신근대론'을 제시하며 부유한 경제를 가진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6천달라를 넘어설 경우 민주주의는 다른 제도들(독재나 전체주의 혹은 공산주의)보도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에 있어서 충분한 경제성장 이후에는 역사가 자연적으로 민주화된다는 관점은 '권위주의'를 역사적인 에피소드로 본다.


그러나 립셋의 이론은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누가 주체가 되어서 어떤 방식으로 민주화를 이끌어가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정치에 대한 태도와 삶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부분에 집중했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며 국가제도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 부족한 것이다. 또한 미시적인 분석의 한계는 비단 한 국가안의 해석과 분석의 부족 뿐 아니라 국제적인 차원에서 각 국가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인 관점을 배제한다는 데 있어서 '경제성장이 바로 민주화'로 향한다는 이론 자체가 '역사적으로 하나의 에피소드'에 그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국가의 역사적 변천은 크게 '자본주의-관료제-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분석해보자면, 각 국가마다 역사적인 경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유럽대륙의 경우에는 잦은 전쟁에 따른 전쟁물자와 전쟁비용을 운영해야 하는 관료제가 먼저 발전하고 그 다음에는 프랑스혁명과 같이 민주주의가 등장하고 곧 있어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따라서 유럽대륙은 역사적으로 자본을 다룰 수 있는 역사적 경로가 먼저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에는 관료제의 발달보다는 먼저 민주주의가 들어섰고 그에 따라서 의회정치가 발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영미법이라는 독특한 의회중심주의는 역사적인 경로를 가지고 있다. 그 후에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자본주의 형태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미국만큼 자본주의의 선봉에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료제가 정립되기 시작하면서 특히 미국의 행정은 자본주의적인 요소들을 행정적인 요소로 많이 가져온다. 이렇듯 각 나라는 3개의 동인들의 시간적 순서에 따라서 민주화와 경제화 혹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등장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minnation/2407


3. 무어의 사회적 기원 이론


세번째는 무어가 주장한 사회적 기원이론이다. 무어는 정체체제의 유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각 나라마다 특정한 사회적 기원을 가지게 되고, 그안에서 주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 립셋의 이론을 반박한 논리는 역사적제도주의의 관점이었고 지금 이야기 하는 무어의 이론은 사회학적 제도주의를 말한다. 역사적 제도주의든, 사회학적 제도주의든 모두 신제도주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제도주의와는 다르게 사회적 현상과 원인을 설명하고 더 나아가 다른 분야와 영역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무어의 이론에서 체제의 유형이 민주주의 혹은 파시즘, 공산주의로 기결되는 것은 '근대화'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패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최장집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무어의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농업이 어떻게 상업화되느냐 하는 패턴을 핵심으로 토지 귀족들이 실제 생산ㅏ인 농민에 대해, 신흥계급인 도시의 부르주아지에 대해서, 그리고 기존의 국가권력을 대변하는 왕권에 대해 어떤 관계를 갖느냐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토지 귀족이 농업생산으로부터 잉여를 획득하는 방법과 관련된, 농업 지주와 농민 간의 관계에서 물리적 강제력의 사용 정도는 특히 핵심적인 변수가 된다

_최장집 '민주화이후 민주주의' 3장 권위주의적 산업화와 운동에 의한 민주화

나라마다 상이한 근대화의 패턴들이 서로 다른 흉형의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냈고, 프러시아에서는 독재로 영국에서는 민주주의로, 프랑스에서는 혁명으로 귀결되었다.


https://brunch.co.kr/@minnation/2402

https://news.joins.com/article/2976180


0. 나오기


이제 한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딤돌 하나를 놓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있어서 경제화는 필연적이었는가는 이제부터 한국의 역사를 3가지의 이론을 기본적으로 분석하는 가운데 정합성을 따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IMF 이후에 한국의 사회적인 체제, 유형, 주체들은 어떻게 변화되었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근대화에 대한 유형들이 그 기초가 될 것이고 말이다. 갈 길이 멀지만 다시 정치학 책을 펴고, 제도를 공부하고, 원인과 해석을 해 나가는 사이에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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