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젝시옹과 성스러움
프로이트는 인간이란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라기보다는 다소 억압된 기억과 간간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충동 사이를 오가는 존재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심리 구조 가운데 꿈과 무의식적 증상들을 분석해 들어가면서 종교를 신경증과 병리적 현상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관점은 20세기 동안 인류가 경험한 삶과 거주지의 상실과 무관하지 않다. 기술과 정치는 우리의 자연적 거주지로부터 우리를 더욱 분리했고, 다시 한번 유목민으로 변화시켰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이주 노동자들과 위성방송과 인터넷을 이용한 국경없는 항해자들, 정치적 박해를 피해 새로운 거주지를 찾는 망명자들까지 세상은 유목민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권위와 법, 가치체계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이 문제는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도 해석되었다.
프로이트는 문명의 발전을 본능의 단념, 즉 충동희생과 보상이라는 경제학적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인류 문명은 삶의 본능과 파괴 본능 사이의 투쟁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으며, 문명 발달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설명되었다. 자연과 투쟁을 벌이면서 문명은 신에게 두었던 권능을 사람에게 부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사람은 문화인으로 만족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죽음 본능이 사람 속에서 침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문명 속의 불만의 형태로 그 공격성과 파괴성이 드러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여기에 사람이 사람에게 품는 원초적 적개심과 파괴 본능을 감추기 위한 죄책감이 자리 잡는다. 이 죄책감의 기원은 아버지 살해라는 것이 프로이트의 설명이다. 죄책감은 문명이 공격성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 같은 것이며, 또한 유일신교의 핵심이다.
신은 우리가 죽인 아버지의 이미지를 덧입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는 존재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종교는 우리 속에 숨어 있는 파괴 본능과 공격본능을 순화시킨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종교와 문명에 대한 설명은 결과적으로 인간이 죄책감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헤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바위를 굴려야 하지만 결국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지프의 운명을 떠안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종교에 대한 프로이트의 주장은 신 없는 자유의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불안을 끌어 들인다. 우리는 문명 속에서 이 끝나지 않는 불안의 근원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곧 프로이트가 끝낸 지점에서 매듭을 풀고 다시 매듭짓기 위해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우리가 찾는 지점은 적개심과 공격성이 아버지 살해에 대한 죄책감으로 순화되는 지점보다 더 근원적인 곳이다. 종국에 그것에서 우리는 죄책감이 아닌 사랑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브젝시옹과 성스러움_김선하 교수님
크리스테바는 현대 사회가 운명적으로 살아왔던 거지주를 상실함에 따라 인간을 뒷받침해주던 본래적 장소와 인간의 정체성 자체가 파괴될 위협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차적 안정성의 파괴가 인간의 생물학적 승화하고 상징화할 수 있는 최종적 지표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안정적인 거주지, 부모, 나아가 종교의 상실이 야기하는 불안에 주목한다. 이러한 탐색을 크리스테바의 멜라니 클라인 읽기에 의존하면서,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의 실체에 맞닥뜨리고자 한다. 멜라니 클라인이 선택한 길은 거주지 상실에 따른 고통 자체와 원초적 고향상실의 장소를 찾는 것이다. 그것은 거주지를 신속하게 다시 건설하기 위해 고향 상실의 문제를 억합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 박탈, 원초적 분리 그 자체 속에 "거주"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크리스테바는 말한다.
프로이트가 인간의 성을 둘러싼 욕망과 억압으로 인한 문제에 문을 열었다면, 클라인은 어린아이든 성인이든 간에 심리적 공간의 파괴와 정신적 삶의 멸절로 이어진 광기(정신병) 분석에 주목했다고 할 수 있다. 광기는 인간 심리의 추진력이면서 동시에 한계이고, 오늘날 개인의 삶에서 뿐 아니라 가장 격렬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목도되는 현실이다. 정신분석은 그러한 광기를 통해 현시대를 말할 수 있다.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광기는 무시되거나 일축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말해지고 쓰이며 사유되어야 한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일시적 상태이고 창조성의 무한한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 광기를 통해 진리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정신분석은 심리적 병을 치료하고 병든상태를 분석함으로써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경험에 내재하는 논리적 과정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어떤 조건에서 그러한 과정이 증상으로 퇴화하는지 설명하는 법을 배운다.
아브젝시옹과 성스러움_김선하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