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치일기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 실험을 성공할 수 있을까?

로베르토웅거_민주주의를 넘어

by 낭만민네이션
보통사람의 위대함을 신뢰하는 자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0. 들어가기


로베로토웅거는 하버드 법대에서 비판법학운동으로 유명한 이론가이자 사회실천가이다. 브라질태생인 그는 룰라대통령과 연합하여 장기부장관에 제직하면서 보우사파밀리아정책을 통해서 브라질 전체의 빈곤을 끊어내는 역할을 하였다. 협동조합에서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웅거가 제시하는 '주체성'을 알아보는 '주체의 각성'을 마침내 다 읽었다. 웅거는 주체의 각성에서 시간의 이율배반과 사회의 비대칭성 가운데 여전히 숨어 있는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힘을 끌어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연속에서 인과율에 지배받는 필연적 존재가 아니라 우연적인 시간 속에서 필연을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뇌의 가소성과 이산적 무한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간의 위대함은 이미 그 안에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적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역사주의일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면 알아서 머리를 수그리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힘이라는 명목하에 엘리트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엘리트들의 권력을 담보하기 위한 방식으로서의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힘을 깨우는 사이에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우선순위, 프레이밍, 투명성, 미래에 대한 기대, 비대칭성 안에 존재하는 공간을 찾으면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간다. 그 찾아가는 방법이 바로 민주적 실험주의이다. 잠재력을 발견해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실험하고, 발견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민주적 실험주의자이다. 이제부터 웅거의 두번째 책인 '민주주의를 넘어'Democracy realized를 읽어보려고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함께 나누고 고민하면서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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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넘어, 옮긴이의 변

오늘날은 혁명가의 시대가 아니라 실험주의자들의 시대이다. 도처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실험에 주목해야 한다. 웅거는 브라질 사람으로, 미국에서 성장하고 지금도 브라질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를 변혁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실험해야하는 지에 대해 평생을 바쳤다.

그의 경세론과 조세와 재분배보다 생산과 재산 질서의 변형에 맞추어져 있다. 한마디로 세후 지니계수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세전 지니계수를 낮추기 위해 이중구조적 정치경제를 흔드는 정책이다. 세후 지니계수는 조세-이전지출로 보정된 지니계수이고, 세전 지니계수는 순전한 생산활동그 그 수입으로 본 지니계수이다.

우리는 사회제도와 체제에 대한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인간의 주체성을 일깨우고, 대중들의 삶과 이상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제도는 가소성을 가지므로 인간이 행동하지 않으면 운명처럼 고정화되지만, 우리가 변혁의 에너지를 높이면 인간다운 제도로 새롭게 성형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의 위대함과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변혁적 정치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보통 사람의 위대함을 신뢰하는 자만이 민주주의자이다. 역사에는 종말이 없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우리에게 영원한 전진만 있을 뿐이다.


Contents_시련에 처한 민주주의_1장 민주적 실험주의란 무엇인가?

1. 실천적 진보와 개인적 해방

2. 민주적 실험주의와 보통 사람들 : 통찰과 행위주체성

3. 제도적 혁신

4. 허위의 필연성과 대안적 다원주의들

5. 이책의 구상


시련에 처한 민주적 실험주의


전세계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종식되고 있다. 그 동안 적대적으로 보였던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대립,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중에서 우선순위, 국가주의와 개인주의의 모순이 다른 방식으로 이해된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과연 무엇이 실용적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인지에 대한 경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제는 이것이 맞다, 저것이 틀리다가 아니라, 이것이 더 실용적이고, 이것이 더 유용하다는 말이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서 수출되고 수입되는 제주들의 범주는 아예 다른 구성요소들로 국가마다 친화적인 제도군을 만든다. 이것은 일종의 신제도주의의 방식으로 기존의 '문제와 원인-대안과 제도'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역사적인 경로, 사회적인 대안, 합리주의적인 접근이 가미된 제도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 시대에는 어떤 것이 문제일까? 무한경쟁체제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은 인간안보 위협과 외화 유동성 함정, 환율의 불규칙적인 변동에 대해서 무감각하다. 문제로 표면에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친근한 자본주의'라는 정도로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진보좌파들 도한 사민주의로 대변되는 변곡점을 만들어 낸 것 이외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못 내고 있다. 문제는 점점 깊어지는데 그에 따른 처방과 해결책이 부족한 현실이다. 노동자들은 경영자들의 약탈자라고 단정하면서 적대시하고 노동운동에 치우치는 한편, 정치인들에 절망하고 사회적 절망 앞에서 개인적인 탈출구를 찾지만 아직 동굴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이제부터 웅거의 대안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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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천적 진보와 개인적 해방


실천적 진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나 물질적 풍요를 축적하는 과정에 머물지 않는다. 웅거는 생산력의 증대와 같은 실천적 혁신이 반드시 개인의 내면적 해방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간이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이나 관습의 노예가 되지 않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정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진보는 외부적인 성취와 내부적인 자아 확장이 결합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우리는 물질적 토대를 개선함으로써 개인이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고 창조적인 삶을 영위할 가능성을 얻는다.


개인적 해방은 개인이 사회적 역할이나 위계에 고착되지 않고 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적 구조가 개인의 잠재력을 억압하는 벽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 웅거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행위 주체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해방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발현된다. 사회적 제도는 개인의 독창성을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해방된 개인들이 모여 더 역동적이고 유연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보의 최종 목적이다.


실천적 진보와 개인적 해방 사이의 상호작용은 민주적 실험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경제적 혁신은 개인에게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여 자아를 실현할 기회를 넓혀준다. 반면 해방된 개인들의 창의성은 다시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기술적 발전을 가속화하는 원천이 된다. 이 둘은 분리된 과제가 아니라 서로를 견인하며 함께 나아가는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만약 기술적 발전이 개인의 소외를 초래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진보라고 부를 수 없다. 웅거는 이 두 가치의 결합을 통해 인간 존엄성의 실질적인 회복을 꿈꾼다.


마지막으로 웅거는 이러한 진보와 해방이 특정한 엘리트 집단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사회 전체의 에너지를 결집하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 모두가 진보의 혜택과 해방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 공공 서비스의 질적 혁신이 수반되어야 하며, 모든 시민이 실험주의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기회의 평등을 넘어 역량의 평등을 지향할 때 사회는 비로소 정체된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끊임없는 자기 쇄신과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질 때 실천적 진보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이 여정을 통해 비로소 인간다운 삶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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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민주적 실험주의와 보통 사람들 : 통찰과 행위주체성


민주적 실험주의는 엘리트가 사회를 선도한다는 오만한 가정을 단호히 거부한다. 웅거는 역사의 진정한 동력이 평범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통찰 속에 숨어 있다고 믿는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통해 기존 체제의 모순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존재다. 이러한 통찰은 거창한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생생한 감각이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대중의 통찰이 제도적 장벽에 막히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의 지혜를 과소평가하는 모든 종류의 엘리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행위주체성이란 인간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환경을 재조직하는 능동적 주체임을 뜻한다. 웅거는 인간이 가진 뇌의 가소성과 이산적 무한성이 바로 행위주체성의 생물학적 근거라고 본다. 우리는 이미 우리 안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을 내포하고 태어난 위대한 존재다. 사회 제도가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와 실천 앞에서는 결국 변화할 수밖에 없다. 행위주체성을 깨닫는 것은 자신을 억압하는 허위의 필연성으로부터 탈출하는 첫걸음이 된다. 주체로서 각성한 보통 사람들은 더 이상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든다.


통찰과 행위주체성이 결합할 때 민주적 실험주의는 비로소 실천적인 방법론으로 완성된다.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실험을 반복하며 사회 전체를 성형하는 민주적 실험주의자가 된다. 이러한 과정은 전문가들의 설계도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실험의 성과는 공유되고 실패의 경험은 새로운 통찰의 자양분이 되어 전체 시스템의 진화를 이끈다. 이것이 바로 웅거가 말하는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힘이 발현되는 방식이다.


결국 민주적 실험주의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행위주체성을 온전히 발휘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는 소수의 통치자가 지배하는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다수의 주체가 경쟁하고 협력하는 역동적인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통찰을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의 위대함을 신뢰하며 민주적 실험의 과정을 함께 견뎌내고 즐겨야 한다. 역사에는 종말이 없기에 우리의 주체적인 발걸음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주체로 각성한 보통 사람들의 끊임없는 행진 속에서만 실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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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도적 혁신


제도적 혁신은 사회의 기본 골격인 법과 제도가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웅거는 우리가 제도를 마치 자연 현상처럼 받아들이는 '우상숭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는 인간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언제든 수정하고 재구조화할 수 있는 인위적인 창작물이다. 따라서 현재의 체제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과감하게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고 도입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혁신은 기존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미세 조정을 넘어 구조적인 변혁을 지향해야 한다. 사회의 가소성을 믿고 변화의 에너지를 제도화하는 것이 혁신의 본질이다.


웅거가 제안하는 핵심적인 혁신 중 하나는 '고에너지 정치(High-energy Politics)'의 구축이다. 이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동적인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선거 때만 반짝하는 정치가 아니라, 끊임없는 토론과 실험이 이루어지는 참여형 구조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투표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는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주체적인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가꾸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 고에너지 정치는 제도의 경직성을 타파하고 사회의 활력을 유지하는 근간이다.


제도적 혁신은 또한 사회의 '가소성'을 극대화하여 외부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돕는다. 가소성이 높은 사회는 위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자신을 변모시킬 수 있다. 웅거는 이를 위해 중앙집권적인 통제보다는 지방의 자율성과 다양한 실험적 공동체를 장려해야 한다고 본다. 각 지역과 부문에서 서로 다른 제도를 시도해 보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제도적 다원주의'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실험은 확산시키고 실패한 실험은 교훈으로 삼아 체제 전체를 개선해 나간다. 이러한 상향식 혁신은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진보의 속도를 앞당긴다.


결국 제도적 혁신의 목적은 인간의 잠재력을 가두는 장벽을 허물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데 있다. 어떠한 제도도 인간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웅거는 제도를 성형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우리는 제도라는 도구를 활용해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설계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혁신은 멈추지 않는 과정이며,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전진한다. 끊임없이 자기를 갱신하는 제도만이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보장할 수 있다.


로베르토 웅거가 주장하는 고에너지 정치(High-energy Politics)

국가와 시민사회의 소통 창구 확대 : 고에너지 정치는 국가 기관과 시민사회 사이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좁히는 것을 지향한다. 기존의 대의 민주주의가 선거 시기에만 시민의 뜻을 묻는다면, 이 체제는 일상적인 소통과 참여를 보장한다. 시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채널을 구축하여 정적 상태를 타파한다. 국가와 사회가 서로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끊임없이 에너지를 교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정치는 소수의 관료적 결정이 아닌 대중의 열망이 집약되는 과정으로 변모한다.

제도적 가소성의 극대화 : 사회의 모든 제도가 언제든 수정되고 재구조화될 수 있다는 '가소성'을 정치의 중심에 둔다. 웅거는 법이나 제도가 신성불가침한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필요에 따라 성형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에너지 정치는 제도가 경직되어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것을 방지하고, 변화의 에너지를 즉각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 구조 자체가 유연해질 때 시민들은 더 과감한 실험과 혁신을 꿈꿀 수 있게 된다. 결국 가소성은 사회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진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결단력 있는 정치 : 전통적인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가져오는 정치적 마비나 교착 상태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웅거는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저에너지' 상태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본다. 고에너지 정치는 위기 상황이나 중대한 변화가 필요할 때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수 있는 기제를 갖춘다. 이는 독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합의를 바탕으로 구조적 변화를 신속히 실행에 옮기는 역량을 말한다. 결단력 있는 정치는 사회적 에너지가 소모적인 논쟁에 낭비되지 않고 실질적인 변혁으로 이어지게 한다.

상향식 민주적 실험주의의 장려 : 중앙집권적인 하향식 통제가 아니라 지역과 부문별로 진행되는 다양한 '상향식 실험'을 장려한다. 각 지방 자치체나 공동체가 서로 다른 제도적 대안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실험들은 서로 경쟁하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가장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표준화된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수많은 시도가 공존하는 '대안적 다원주의'를 정치의 현장에서 실현한다. 이를 통해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바꾸는 실험의 주체가 되어 정치적 효능감을 직접 경험한다.

사회 구조에 대한 집단적 통제권 강화 : 마지막으로 고에너지 정치는 사회의 근본적인 경제·정치 구조에 대해 시민들이 집단적 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만든다. 운명처럼 주어지는 사회적 배경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 배경을 재설계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자본주의의 맹목적인 흐름이나 역사주의적 필연성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미래를 기획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단순히 권력을 나누는 게임이 아니라 사회의 성격 자체를 결정하는 숭고한 창조 행위가 된다.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힘이 제도화될 때 정치는 비로소 최고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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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허위의 필연성과 대안적 다원주의들


허위의 필연성이란 현재의 사회 체제나 경제 구조가 유일하게 가능한 정답이라고 믿는 착각을 말한다. 웅거는 우리가 '다른 대안은 없다'는 식의 결정론적 사고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주의는 특정 방향으로 역사가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환상을 심어주어 인간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필연이 아닌 무수한 우연과 투쟁, 선택의 결과로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현재의 모순을 타파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 필연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주체적 각성의 시작이다.


대안적 다원주의는 단 하나의 완벽한 모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는 태도다. 웅거는 사회가 획일적인 체제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협동조합 모델을 극대화하고, 다른 곳에서는 공공 기술 공유 모델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다원적 시도들은 서로 경쟁하고 보완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풍부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표준화된 정답을 강요하는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차이와 다양성을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다원주의는 민주주의를 풍요롭게 만드는 필수적인 토양이다.


우리가 대안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적 상상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웅거는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틀에서 벗어나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구조를 상상해 볼 것을 권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제3, 제4의 길을 만들어가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대안적 다원주의는 이러한 상상력이 실제적인 정책과 제도로 구현될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작은 실험들이 모여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만들고 마침내 허위의 필연성을 무너뜨리게 된다. 우리는 우연적인 시간 속에서 스스로 필연을 창조하는 존재임을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허위의 필연성에 저항하는 것은 민주주의자의 가장 숭고한 임무 중 하나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왜 안 되는가?'라고 묻는 비판적 정신이 사회를 진보시킨다. 웅거는 보통 사람들의 직관과 통찰이 전문가들의 경직된 이론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중의 상상력이 제도화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민주적 실험주의의 요체다. 우리는 수많은 대안 사이를 유영하며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영원한 전진만이 있을 뿐, 정해진 종착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헬드(David Held) '민주주의의 모델들'(Models of Democracy)

고전적 민주주의와 초기 모델 : 고전적 민주주의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를 기원으로 한다. 모든 시민이 입법과 사법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공직은 추첨이나 윤번제로 결정되는 구조다. 이는 시민의 정치적 의무와 직접적인 참여를 가장 중시하는 형태다. 이후 근대로 넘어오면서 보호적 민주주의가 등장한다. 벤담과 밀 등에 의해 정립된 이 모델은 통치자의 권력 남용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정치는 시민의 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며, 법치주의와 권력 분립이 강조된다.발전적 민주주의는 루소와 존 스튜어트 밀의 사상을 토대로 한다. 이 모델은 정치가 단순히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시민의 도덕적·지적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시민들이 공적 사안에 참여함으로써 이기심을 극복하고 공동체적 자아를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참여를 통한 자아실현과 사회적 진보가 이 모델의 핵심 가치다. 이는 민주주의를 하나의 생활 양식이자 인간 발달의 조건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변형과 경쟁 : 20세기 들어 등장한 직접적 민주주의(마르크스주의 모델)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비판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정치적 평등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생산 수단의 공유와 계급 폐지를 통해 국가를 사회에 흡수시키고, 인민이 직접 통제하는 체제를 지향한다. 이는 의회 민주주의를 넘어선 근본적인 사회 변혁을 목표로 한다. 반면 엘리트주의적 민주주의(슘페터 모델)는 현실적인 정치 과정을 경쟁적인 선거로 정의한다. 대중은 통치자를 선택할 뿐, 실제 정책 결정은 유능한 엘리트 집단에 맡겨야 한다는 기술적 민주주의론이다. 다원적 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 중 하나다. 사회 내의 다양한 이익 집단들이 서로 경쟁하고 타협함으로써 권력의 독점을 막고 균형을 이룬다는 이론이다. 국가를 집단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재자로 보며, 정치적 역동성은 집단 간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 모델은 자원이 풍부한 집단이 정치를 주도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헬드는 이러한 다원주의가 실제로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은폐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법적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 : 법적 민주주의는 신우파(New Right) 논리와 결합하여 국가의 비대화를 경계한다. 하이에크 등은 민주주의가 다수의 폭주로 변질되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엄격한 법의 지배와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제한적 민주주의를 옹호한다. 이는 국가가 사회 전반에 개입하는 것을 막아 개인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반면 참여 민주주의는 다시금 대중의 참여를 정치의 중심에 세운다. 참여 민주주의는 엘리트주의와 법적 민주주의의 협소함을 비판하며 등장한다. 정치는 단순히 투표하는 행위가 아니라, 직장이나 지역사회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시민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직접 참여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된다. 웅거의 민주적 실험주의와도 맥을 같이 하는 이 모델은 시민의 정치적 역량 강화를 최우선으로 한다. 제도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관계의 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포괄적인 모델이다.

심의 민주주의와 코스모폴리탄 모델 : 심의 민주주의는 단순히 표를 세우는 정치를 넘어,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 사이의 '토론'과 '이성적 설득'을 강조한다. 하버마스 등이 제시한 이 모델은 공론장에서 형성된 합리적 의사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당성이 투표 결과가 아닌 토론 과정의 질에서 나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갈등을 힘의 논리가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소통을 지향한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가장 세련된 형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헬드가 주창한 코스모폴리탄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범위를 국가 너머 지구적 수준으로 확장한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 내부의 결정만으로는 기후 변화나 금융 위기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국제 기구의 민주화와 지구 시민권의 확립을 통해 국경을 넘어서는 민주적 통제를 실현하고자 한다. 인권과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구 전체의 통치 원리로 삼는 미래지향적 모델이다. 이는 웅거가 강조한 '역사적 필연성'에 맞서 새로운 지구적 질서를 실험하려는 시도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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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책의 구상


웅거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정치적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단순히 이론적인 분석에 그치지 않고 실제 브라질 정부에서의 경험을 녹여낸 실천적 지침을 제공하고자 한다. 책 전체의 흐름은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이를 담아낼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민주적 실험주의의 철학적 기반을 다지고, 이후 장들에서는 구체적인 경제·정치적 처방들을 다룰 것이다. 웅거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완성된 정답지가 아니라 함께 채워가야 할 실험 노트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의 중점 과제는 사회 민주주의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좌파의 재분배 정책과 우파의 시장 방임주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 정치에 새로운 나침반을 제공한다. 웅거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경로를 탐색한다. 자본주의를 인간의 통제 아래 두고, 시장이 민주주의의 도구가 되도록 만드는 방법을 논의할 것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업이지만 웅거는 낙관적인 시선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의 구상은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역사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책의 구상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생산의 질서와 재산권의 변형에 대한 대담한 제안들이다. 웅거는 현대 경제의 불평등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해부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수술도를 꺼내 든다. 그는 경제적 역동성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안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추상적인 정의가 아닌 손에 잡히는 변혁의 도구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웅거의 문장 때로 어렵고 사색적이지만 그 목적지는 언제나 보통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변화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민주적 실험의 설계도이다.


결국 '민주주의를 넘어' 는 우리 모두가 역사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는 초대장과 같다. 웅거는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독자들의 행위 주체성을 일깨우려 노력한다. 우리는 제도의 우상 숭배를 멈추고 인간의 무한한 가소성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을 읽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지적 실험이며 주체적 각성의 시간이 될 것이다. 웅거가 제시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민주적 실험주의자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웅거가 펼쳐놓은 장대한 사유의 바다로 들어가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탐험할 차례다.


생각해보기

프로그램적인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효과적인 관행은 우리로 하여금 구조적 변화 관념을 고수하도록 요구하면서, 동시에 제도적 역사들이 갖는 기본적 우연성, 제도적 체제들의 분리가능성과 점진적인 교제가능성, 시장경제와 대의 민주제 같은 추상적인 제도적 관념들의 법적 불확정성, 즉 다수의 가능한 형태를 열어 둔다.

뇌의 가소성과 이산적 무산성의 기반에서 사람들의 능력과 역량이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위대한 힘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태도와 의도의 문제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인간은 제도에 종속되기도 하지만 제도를 바꾸어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제도가 잘 설계되었다고 해도 그 제도의 혜택을 누구나 보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선택은 개인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실험주의는 서로 대칭적인가? 아니면 서로 연결될 수 없는 부분인가?

민주적 실험주의에서는 이중성, 대응성, 비대칭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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