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치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Jun 30. 2022

제국과 시민

우리를 착취하는 제국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

역사상 존재하는 제국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면모를 갖추었다. 마치 문명의 조건이 정형화되어 있는 것처럼, 제국의 조건도 몇가지만 달성하면 그 자체로 자동화되는 수순이었다. 고대 역사에서 등장했던 로마제국이나 바벨론, 앗시리아와 같은 제국에서 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미국과 중국까지 모든 제국은 다음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모든 제국은 약자의 부를 착취해 강자에게 몰아주려 했다.

둘째, 제국은 상품화 정책을 추구했다.

셋째, 제국은 착취와 상품화를 위해서라면 모든 수위의 폭력을 즉시 행사할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추었다. 


이러한 모든 제국의 조건은 제국이 부를 증심으로써 정당화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제국이 계속 발전하고 진보하고, 성장한다는 논리 때문에 정당화되었다. 제국은 이러한폭력을 몇가지의 예식ritual을 통해서 정당화하고 발전시켰다. 예식은 각자를 기리는 것도 있지만 종족이나 민족, 국가에 존재하는 '신'으로 매칭되는 존재에게 경례를 함으로써 수직적인 질서를 부여했다. 그러니깐 신의 존재에서 왕의 존재로, 왕의 존재에서 신하와 백성으로 내려오는 제국의 관계가 오늘날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스타워즈에서 '제국'은 위의 3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질서가 확고할 수록 제국은 강압적이거나 눈에 보이는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저 사람들에게 '소프트파워'라는 이름으로 상식적인 한계선을 짓고 유리천장과 칸막이를 만든다. 제국은 자신의 영역에 속한 사람들의 '상상력'을 앗아가려고 끈힘없이 거대 담론을 만든다. 새로움이나 변화, 혁명이나 탄생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꿈꾸지 않는 이들에게 제국은 쉽게 안정감을 주고 적당한 풍요를 안겨준다. 더욱이, 제국의 꼭대기로 올라갈 수록 신의 자리에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문화적 혜택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은 금물이다.


역사상 제국이 존재하던 곳은 언제나 '대항텍스트' countertext가 있었고 제국의 내러티브 속에서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했다. 대항텍스트는 예언자들이 전해준 미래에 대한 이야기였고, 사람들은 전승으로 전해지거나 기록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고 결국 그 꿈이 전파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제국이 만들어내는 주류 텍스트를 전복시키는 이러한 하위텍스트은 항상 주류담론에서 벗어난 하위버전이었고sub-virsion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그 텍스트를 발견한 이는 새로운 꿈을 꾸고 그 열정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혹은 한번에 제국은 무너지게 되었다. 역사상 존재한 제국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곳은 없다.


레디플레이원'에서 설계자는 예언자가 되어서 세상을 구원할 열쇠를 남겨놓았다


그렇다면 제국을 무너뜨릴 상상력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어떤 요소가 있으면 제국의 예식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낼 수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해방의 이야기, 미래비전, 사회계약이다. 이방식은 명확히 제국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요소이다.


첫째, 약자들이 해방되었던 내러티브가 발굴하고 공유해야 한다.

둘째, 제국에서의 상품이 아니여도 풍요할 수 있다는 미래의 비전이 제시해야 한다.

셋째, 미래 비전을 이루어갈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들어야 한다.


https://brunch.co.kr/@minnation/2374


착취가 가능한 구조, 착취가 제도로 안착된 사회, 착취가 자연스러운 문화가 된 곳에서는 사람들이 서로를 목적으로 대하지 못한다. 마치 동물의 먹이사슬처럼 계속해서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고, 나는 누군가를 먹어야만 사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유대인들을 학살하기 위한 독일군의 계획 중에 하나는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수용소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화물칸에 용적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가두어놓고 화장실도 없이 몇날 며칠을 가게 만들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인간으로서의 수치심을 가지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동물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그들을 악독함은 독일제국을 세우려는 목적으로 정당화되었다.


레디플레이원의 마지막 장면, 메타버스안에서 해방이 시작된다


우리에겐 해방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착취의 역사속에서 누군가 깃발을 들고 '대한독립을 외쳤던' 역사가 필요하다. 생각보다 이러한 해방의 역사를 가지지 못한 국가나 공동체가 많다. 해방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던 시대, 해방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전수하는 시대, 그리고 다시 해방의 이야기를 불러내서 재현하려는 시대, 해방의 이야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써 내려가는 시대의 흐름들이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해방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전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다음 수순을 생각한다면 잘 전수한다면 다음시대에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재현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3.1운동 이후에 4.19혁명 그리고 5.18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민주화운동,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2017년 촛불혁명 등
굵직한 해방의 과정이 있었다.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시기 위해서 열심히 기록하고 또 만나야 한다. 이러한 해방의 노력들 때문에 대한민국은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민주화가 어느정도 진행되고 또 발전을 이룬 부분이 많다. 함께 그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쉽다. 물론 2017년 촛불혁명은 함께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바로 '미래비전'에 대한 부분이다. 불안정하다, 미지수다, 잘 모르겠다라고 하는 부분들 때문에 미래를 불투명한 상태로 놓아둔다. 그러다 보니 내일을 희망하기 보다는 오늘을 근근히 살아가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제국의 논리는 항상 착취에 뿌리를 두고 있고 누군가는 불로소득이나 시세차익, 갭투자로 이익을 보게 되는 구조가 된다. 이미 그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을 향해서라기보다는 그 구조를 만든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GOXdPtipxE


최근들어 사회의 이상적인 비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노무현대통령외에는 앞으로 진보가, 한국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할지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제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삶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함께 꿈꾸는 비전이 필요하다. 이른바 '사회비전'이다. 어느곳이나 사회의 변화가 결국 이루게 될 최종 비전end vision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너무 현실적이 되어 버리면 미래를 꿈꾸는 상상을 하지 않게 되고 결국 현실적인 선택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버리게 된다. 그래서 더 자본주의가 만연할 수록 더욱 착취가 심한 제국이 되고, 그 제국은 자신만의 논리를 강조하면서 미래를 상상하고 꿈꾸는 '비전'을 잃어 버린다. 


다음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없어지는 것들이 아니라 영원히 남아 있는 사회비전과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지, 그리고 무에서도 유를 창조하는 상상력이다. 또한 그렇게 미래를 꿈꾸며 의지를 가진 이들에게는 마지막으로 동등한 권리에서 함께 약속하고 정초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른바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함께 토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주체가 되고, 주체가 된 사람들은 상상했던 것들을 이루어가게 된다. 우리 사회는 '비전'에 대한 갈증과 함께 '함께 만들어가는 방법'도 잃어 버렸다. 그러니 부지런히 방법론도 고민하면서 미래도 꿈꾸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반드시 제국의 질서와 착취를 넘어서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제도를 새롭게 설계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약속을 기초로 사회비전을 실현해갈 것이다. 누군가 두리번거리면서 사람들 앞에 선다는데, 나는 위아래를 같이 보면서 이상과 현실을 왔다갔다 해야겠다. 한사람 한사람 잠에서 깨어나서 자신의 말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길 꿈꾸어 본다. 너무 먼 미래가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이야기를 찾고 만들고, 미래를 꿈꾸고 함께 약속하는 과정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지. 


https://brunch.co.kr/@minnation/2638









매거진의 이전글 이 시대에 우리에게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