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회가 모두 연결되는 플랫폼에서
2018년 정치 스타트업인 재단법인 와글과 함께 '플랫폼'연구를 시작하면서 '기술과 사회, 과학과 정치'의 연결고리에 대한 상상력이 넓어졌습니다. 정치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내기 위한 '가치의 권위적인 배분'인데, 그것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선거제도나 정부의 구조를 바꾸면 될 일이었지만, 이미 정치권 내부에서는 새로운 세력을 끌어들이지도, 또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 우리사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 플랫폼과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를 접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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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온라인 정당 '포데모사'와 아이슬란드의 '해적당', 스페인의 '디사이드 마드리드'나 대만의 '거브제로'와 같은 단체들 연구하면서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기술과 플랫폼'을 통한 거버넌스가 정치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 KT희망나눔재단 소셜체인지메이커에서 이사장상을 수상한 '홀라크러시를 이용한 공교육시스템의 변화라는 주제역시 과학 사회학의 일부라는 것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재단법인 와글과 함께 온라인플랫폼의 10대기준 뿐만 아니라 17개 광역시도 정부플랫폼을 전수조사하면서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프레임워크의 기준과 실제 플랫폼 운영의 실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현저히 그 구성원리와 운영방식의 능력이 차이가 보이는 가운데 이미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들은 플랫폼 뿐 아니라 국가 AI를 만들어서 시민들이 정책실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어 갔습니다.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고, 행정대학원에서 핀란드 총리실과 '실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을 조사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발견했습니다.
2년의 시간동안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고 또 이론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디자인씽킹으로 해야할 연구의 목록과 꼭 다루어야할 주제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특히 사단법인 철학아카데미에서 칸트에서부터 시작해서 엠마누엘레비나스까지 현대철학을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유기적정치플랫폼'이라는 모델을 만들어가는데 기초가 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만든 디자인씽키은 총 5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감하기-정의하기-아이디어-프로토타입-테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1학기에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과학철학과 지식사회학을 기반으로 기술철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합니다. 특히 고전적 기술철학이 랭던 위너의 '경험으로의 전환'이후에 사용자의 경험과 만족도가 기술의 사회적인 위치를 만든다는 이론을 학문저으로 적립하고자 합니다. 또한 최근에 벌어지는 포스트휴머니즘과 트랜스휴머니즘의 담론 위에서 기술과 과학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일론머스크의 '뉴럴링크'나 구글에서 진행되는 '베이비X'프로젝트 등 다양한 트렌드를 익히고 이에 맞게 적절한 이론적 틀거리를 갖추고자 합니다.
연구 주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유기적인 정치 플랫폼의 모델링을 통한 한국형 유기적 정치플랫폼 연구'이며 특히 '핀란드 정책실험 플랫폼과 핀란드 칼라사타마 스마트시티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플랫폼에 대한 모델링을 해보자면 플랫폼은 자크라캉의 RSI 모델을 통해서 재현해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상상계는 사회의식과 개념 그리고 컨셉에 해당하며, 실제계는 실제 플랫폼을 이용해서 우리가 이용하게 되는 서비스나 장소, 재화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이어주는 매개가 '상징계'로서 플랫폼이며 자신만의 언어와 기호를 가지게 됩니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가 '플랫폼'이며 이러한 인간의 존재론은 '어떤생각'을 하는지의 상상계와 실제 어떻게 살고 있는지의 실제계, 그리고 그의 언어를 통해서 상징계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플랫폼의 존재론은 인간 뿐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구조를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으며, 자연과 인간, 동물 뿐 아니라 AI도 동일한 구조를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를 기반으로 인간이 플랫폼에 어떻게 접근하고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플랫폼의 상상력이 실제가 되고, 다시 기호와 상징이 되어서 인간과 사회를 움직이는지를 동선을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핀란드의 사례를 기존의 연구에서 이어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실험하는 문화'라는 핀란드 총리실의 '상상계 확장'과 정책실험 플랫폼의 '상징계적 확장', 그리고 핀란드 국토를 대상으로 한 '실제계의 확장'이라는 자크라캉의 RSI이론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의 구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론적 모형의 정의와 사례분석을 통해서 다양한 플랫폼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기 때문에 '유기적 정치플랫폼'의 다양한 존재방식과 행위자들간의 네트워킹 등을 연구하고 합니다. 특히 일반체계이론에 근거해서 기존의 시스템에서 플랫폼 기술의 도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연구하고자 합니다. 시민사회와 국가의 대조적인 관계설정을 통해서 실제 혁신적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에 모형을 적용해보고자 합니다. RSI 모형을 적용했을 때 어떤 요소들이 적절한 플랫폼을 만드는지에 대한 결과를 통해서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며 '우연성'이라는 요소를 '필연성'으로 바꾸는 과학의 존재론도 규명하고자 합니다.
유기적 정치플랫폼의 이론적 근거와 모델링을 통해 비로소 한국형 유기적 정치플랫폼을 설계하는 것으로 연구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해서 문제해결을 하며 정책실험을 통해 실제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바꾸어갈 수 있는지를 고찰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기존에 연구한 다양한 사례들 중에서 유의미한 요소들을 결합하고 한국적 상황에서 추가하거나 수정해야할 사항들을 고려하고자 합니다. 특히 한국의 전자정부의 혁신적 발전을 위한 전자정부 프레임워크의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서 한국의 상황에 맞는 플랫폼과 실제 삶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대안을 찾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핀란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도시재생의 사례나 세종시의 사례처럼 플랫폼으로서 스마트시티의 유효성 조건을 찾고자 합니다.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진 한국형 유기적 정치플래폼을 테스트해보고 유의미한 결과를 찾는 것이 마지막 목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연구과정에서 결론적으로 박사학위 논문은 한국형 플랫폼의 프로토타입을 구성하는 것에서 끝나겠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대전환이라는 정당이나 협동조합 그리고 서울시나 지방정부의 다양한 곳에 제시하여 유기적인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하는지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수정사항들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포이어마흐의 유명한 11번째에서 '철학자들은 세상을 해석해왔으나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라는 말을 했던 것처럼 연구가 단순히 해석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초가 되도록 근성을 가지고 도전해보려 합니다.
아직의 연구주제에 대한 질문과 애매한 해석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과학기술학협동과정을 통해서 뼈에 살을 붙이고 실제 움직일 수 있는 모델과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모든 부분에서 과학기술이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이 꼭 결정요인이 아니라면 결국은 사람이 그 결정요인일 것이며, 플랫폼으로서 인간을 연구하고 다시 사회와 국가로 발전하는 순서를 정리해보면 존재하는 모든것들이 플랫폼이며 그 플랫폼들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꼭 찾아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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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마무리 못한 플랫폼과 민주주의를 이론화하는 작업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 어디에서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야 한다. 누구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