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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l 18. 2023

경제학파의 9가지 갈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찾아보는 9가지의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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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시작은 원래 정치경제학이었다. 정치의 하부요소로서 고려해야할 사항이 경제학이었다. 그런데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면서 경제가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되었고, 요즘은 오히려 경제가 정치를 이끌어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경제학에서는 2가지의 전제를 가지고 있다. 1) 세계에서 자원은 희소하다 2) 인간은 이기적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적으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전제는 인간을 합리적이고 경쟁적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인간들이 자기 스스로 조정되는 시장에서 이기심을 발휘할 때 더 발전한다고 본 것이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인정이나 우유배달원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이기심 때문이다_아담 스미스_국부론(1776)


이렇게 우리는 경제학을 받아들이고, 이기심에 기초한 생산과 공급, 수요와 소비를 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정책들을 고등학교 때부터 배워왔다. 그러다 보니 사회는 항상 이기적인 인간의 각축장이 되고 그 안에서 경쟁을 하기 싫은 사람은 도태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무한경쟁이라는 기치를 내건 신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진짜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그건 하나의 학파가 가지고 있는 전제일 뿐이다. 경제학은 무려 9가지의 종류가 있다. 각 학파마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자본과 사회가 맺는 관계가 다르며, 국가의 역할이 달라진다. 다양성은 언제나 위기를 해소하며 미래를 열어준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단 경제학적인 다양성을 익혀보자.


경제학파 9가지

1. 고전주의 학파
2. 신고전주의 학파
3. 마르크스 학파
4. 개발주의 전통
5. 오스트리아 학파
6. 슘페터 학파
7. 케인즈 학파
8. 제도학파
9. 행동주의 학파




경제학파 9가지 요약

1. 고전주의 학파 : 시장은 경쟁을 통해 모든 생산자를 감시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2. 신고전주의 학파 :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므로, 시장이 오작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 놔두는 것이 좋다.

3. 마르크스 학파 :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사유재산이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면서 저절로 무너질 것이다.

4. 개발주의 전통 : 후진 경제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 놓으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5. 오스트리아 학파 : 모든 것을 충분히 아는 사람은 없으므로, 아무한테도 간섭하면 안된다.

6. 슘페터 학파 :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기업이 대형화하고 관료주의화하면서 쇠락하게 되어 있다.

7. 케인즈 학파 : 개인에 이로운 것이 전체 경제에는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

8. 제도학파 : 개인이 사회적 규칙을 바꿀 수 있다 해도 결국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다.

9. 행동주의 학파 : 인간은 충분히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을 통해 의도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




1. 고전주의 학파


전제 : 시장은 경쟁을 통해 모든 생산자를 감시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키워드 : 보이지 않는 손, 세이의 법칙, 자유무역
세이의 법칙 :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주요 학자 : 아담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장 바티스트 세이, 토마스 로버트 멜서스


아담스미스(1723-1790)으로 부터 시작된 고전주의 학파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 경제학의 주류 학파였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데이비드 리카도, 장 바티스트 세이, 토머스 로버트 멜서스가 고전주의 학파에 속한다. 고전주의 학파들은 경제 주체들이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사회의 이익으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은 국가의 부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최저비용으로 생산량을 극대화시키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시장은 발전하게 된다.


시장은 완전하고 자기조정적이기 때문에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고전주의 학파에게는 금기시 되었다. 따라서 장기불황이나 해로우운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시장실패의 경우에도 정부의 정책적 개입은 제한되었다. 상황에 따라서 간단하게 산업정책이나 금융정책, 재정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고전주의 학파에 주장으로 불가능해지면서 불황이 장기화되는 일들도 생겼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세이의 법칙' 때문이었다. 세이의 법칙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논리였다. 모든 경제활동이 생산물의 가치인 임금, 이윤, 소득을 수반하기 때문에 공급을 통해 수요는 조절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에 있어서
거대한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각 나라들은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비교 우위를 가진 제품을 수출하면 자유무역을 통해 전세계가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비교우위론은 한 나라의 기술이 이미 정해진 것으로 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순진한 이론이 되었다. 자유무역을 실제로 해 보니 자본과 노동, 자원에 있어서 불균등한 분포로 인해서 선진국들은 대부분을 가진 나라가 많았기 때문이다. 생산과 공급을 변수로 놓고 다른 것들을 상수 놓다 보니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고전주의 학파는 자본주의 경제가 '자본가, 노동자, 지주계급'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본가를 중심으로 산업과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자본가만이 자신의 소득을 재투자해서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카도의 전제를 요즘 시대에서 대부분의 기업들과 보수적인 정치세력들이 받아 들인다. 투자가 핵심이며,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자본가가 원하는대로 모든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계급을 인정하고 발전을 위해서 특정계급을 편애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고전주의 학파는 이후 장기적인 불황과 세계대전, 대공황을 거치면서 한계를 드러내 보였고 이후에 다양한 이론들이 태동한다.



2. 신고전주의 학파


전제 :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므로, 시장이 오작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히 놔 두는 것이 좋다.
키워드 : 수요적 요인, 개인 강조, 교환의 자율성
주요 학자 : 윌리엄 제번스, 레옹발라, 앨프리드 마셜


신고전주의 학파가 등장하는 1870년대에는 경제학이 순수 과학의 하나로 자리잡는다. 경제학이 그전까지는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정치적인 평등과 분배의 관점이 우선했다면, 1870년 이후 앨프리드 마셜의 경제학 원론이 출간되면서 확실하게 주관적인 판단에서 객관적인 증거로 이동한다. 신고전주의가 '고전주의'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여전히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과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점은 고전주의가 '공급과 생산'에 중점을 두었다면, 신고전주의는 '수요와 소비'에 중점을 두고 분석을 전개해 나간다.


손님이 왕이다


고전주의가 생산비용을 노동의 가치로 계산했다면, 신고전주의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얼마의 가치를 부여하는지로 계산하였다. 따라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가 더 중요하다는 현대의 경제학 개념이 자리 잡힌다. 다시 말하면 고전주의는 '생산'하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경제학을 꾸려 나갔다면, 신고전주의는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얼마의 가치를 부여하느냐로 경제학을 정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느끼는 제품의 효용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우리가 아는데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나 '무차별 곡선'과 같은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고전주의는 고전주의와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이다. 모두가 이기적인 동기로, 제 각각의 가치를 제품에 부여하지만 이러한 자유가 전체적으로 사회에 이로운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은 이러한 자유를 추구하는 개인들이 자유롭고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바로 '파레토 최적'이다. 빌프레도 파레토(1848-1923)는 어떤 사회든 일정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나오는 문장들은 '어떤 조직도 망가진 조직은 없다'라는 것이다. 자유방임주의를 그대로 수용하고 또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신고전주의는 그 자체로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지 않을까? 시장실패가 곧 등장하기 때문이다.


외부효과side-effect는 시장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아서피구 교수는  1920년대 대공화이 찾아오면서 그렇게 자유롭다고 여겼던 시장이 실패하는 광견을 목격한다. 그리고 시장실패의 원인은 아무도 원하지 않고 또 예상하지도 않았던 해로운 외부효과들에 시장가격이 매겨지지 않아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측면에서 해로운 외부효과 역시도 예상할 수 없는 효과였기 때문에 계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장의 공금과 수요의 적절한 파레토최적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경제학은 언제나 단일한 개체가 단일한 시장에서 단일한 생산방식과 소비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사회가 복잡해질 수록 대처하기가 더욱 힘들어 졌다. 자유방임의 문제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은 마르크스를 필두로 해서 새로운 이론들을 제시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제도주의 학파'와 혁신을 강조한 '슘페터 학파'에 영향을 미친다



3. 마르크스 학파


전제 :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을 인정하기 때문에 경제가 발달할 수록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사회의 효용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키워드 : 노동가치론, 계급, 생산
주요 학자 : 윌리엄 제번스, 레옹발라, 앨프리드 마셜


마르크스는 자신의 동반자인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함께 공산단 선언을 시작으로 1867년 자본론을 집필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해졌다. 마르크스의 이론은 정치경제학적으로 유용할 뿐 아니라 철학적으로는 유물론적 변증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제1, 2 인터내셔널과 같이 사회구성체 논쟁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보면 마르크스 주의는 철저하게 고전주의 학파의 주장을 계승한 진정한 아들이다. 특히 생산을 기반으로 노동에 의해서 제품을 생산한 노동자가 만들어낸 잉여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한 마르크스는 '계급'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계급의 대립적 양상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하고 이러한 구조를 깨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 질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크스 주의는 계급을 중심으로 사회를 바라보기 때문에 계급을 지속적으로 양산한 생산수단이 누구의 소유인가가 중요하다. 모든 사회는 경제를 하부 구조로 해서 사회를 건설한다. 그리고 생산양식이라고 부르는 생산력의 원천은 기계, 기술, 인간의 기능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생산양식의 소유가 생산관계를 만들어 낸다. 생산관계는 재산권과 고용의 관계 그리고 분업과 같은 사람과 기계,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말한다. 이러한 하부 구조 위에서 상부구조인 정치, 문화, 인간생활의 기타 측면이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볼 때 역사의 발전단계를 재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시공동체에서 봉건사회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주의 사회로 발전한다고 믿었다. 자본주의는 어쩌면 어디서나 거쳐야할 필수 조건이었던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계급투쟁'이라고 본 것이다. 역사의 변증법으로써 계급투쟁은 능동적으로 역사를 발전시키는 기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급투쟁의 핵심에는 노동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기 때문에 자본가들을 몰아내고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마르크스는 계급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근대인이었다. 그래서 후에 나오는 제도주의 학파는 마르크스주의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제도주의는 구제도주의와 신제도주의가 있지만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원인은 '제도'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같은 맥락을 갖는다. 마르크스주의는 제도의 변화, 다시 말하면 국가의 시스템의 변화, 생산양식을 정의하는 방식이 제도로 규정되면 그 제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보는 관점에서 제도주의를 옹호한다고 볼 수 있다. '제도-사람-문화'라는 세가지의 커다란 변수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제도가 사람과 문화를 변화시킨다고 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철학적인 전통으로는 '구조주의'가 마르크스 주의와 상보성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개발주의 전통


전제 :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후진국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맞겨 놓으면 개발이 되지 않고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커진다.
키워드 : 역량, 유치산업론, 중상주의, 제국주의
주요 학자 : 앨버트 허쉬먼, 사이먼 쿠즈네츠, 아서 루이스, 군나르 뮈르달


고전주의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마르크스주의 보다 더 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개발주의 전통은 지적순수성보다는 현실적인 변화를 기반으로 하기에 '학파'보다는 전통으로 남았다. 지금도 국제개발을 하는 UN과 같은 국제기구를 비롯하여 각국가들, NGO와 학계, 기업들은 개발주의 전통의 관점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주의 전통은 중상주의를 넘어서 유치산업론과 같은 개발을 위한 제도나 정책들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그 명맥을 이어왔는지를 살핀다. 어떻게 보면 실사구시의 실학과 같아서 그 나라의 그 상황에 맞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UN에서 2000년에 새천년개발계획을 만들어서 전세계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했을 때 콜롬비아 대학교의 지구연구소장인 제프리삭스는 그의 저서 '빈곤의 종말'에서 임상경제학을 이야기한다.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산업이 발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빈곤을 줄이는 것은 커다란 목표이지만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국가가 가진 자원, 지정학적 위치, 정부운영구조, 국민의 학습능력, 외교적 능력과 역사적 경로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계획경제와 비슷하게 두드러지는 특징은 정부가 제조업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 유명한 쿠즈네츠의 곡선은 개발주의 전통에서 나온다


중상주의 경제학에서 현대의 개발주의 전통은 '개발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앨버트허시먼의 산업 연관 효과나 사이먼 쿠즈네츠의 '쿠즈네츠 곡선'과 같은 이론들이 바로 그것이다. 앨버트 허시먼은 산업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특정산업이 서로 연관성linkage을 가지게 된다고 말하낟. 자동차와 철강산업,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만드는 산업들이 서로 상호보완성을 갖는다는 이론이다. 쿠즈네츠 곡선은 불평등정도와 1인당 국민소득의 관계에서 다양한 해석을 준다. 어떤 국가는 불평등이 어느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국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결국 불평등이 심해짐으로 국민소득을 줄어드는 하향세를 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민주화와 경제적 성장 사이의 연관관계를 개발경제학에서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주의 전통은 장점이 단점이 된다. 개별적인 임상경제학적인 방식은 다시 말하면 하나로 통일된 이론이 없다는 말과 같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정책이나 이론을 사용해야할지는 실제로 그 사업을 하는 당사자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 조직, 국가, 혹은 시민단체와 지역공동체의 역량에 크게 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의 실패보다 더 민감한 것은 정부의 실패이다. 정부가 능력이 없거나 정부에 부정부패가 심할경우 아무리 좋은 전통이나 제도라도 개발은 실패하고 만다. 그래서 1970년대 UNDP의 주된 목표는 좋은정부Good Governance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싱가폴, 홍콩, 한국, 대만과 같은 나라들은 개발경제학의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5. 오스트리아 학파


전제 : 인간의 자유는 최고의 가치이며, 누구의 간섭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개인은 매번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키워드 : 복잡성, 제한된 합리성,
주요 학자 : 카를 멩거, 루트비히 폰 미제스,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정치철학에는 '자유지상주의'가 있다. 로버트노직으로 대표되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은 모든 인간에게 가장 최고의 가치는 자유이며 그 어떤 개입이나 간섭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규제철폐를 외친다. 마찬가지로 우리에는 하이예크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학파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간섭을 극렬히 반대한다. 특히 1920년대부터 시작된 케인즈와 하이예크의 논쟁은 신자유주의나 수정자본주의냐의 논쟁으로 유명하다. 정부의 간섭은 시장실패로 인해서 당연하다는 논리와 정부실패의 원인은 정부의 간섭이기 때문에 '노예의 길'로 접어드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아도 한다는 하이예크의 논리이다. 당연히 하이에크는 마르크스주의자들과도 싸울 수 밖에 없었는데 정부의 간섭을 통해서 제도를 수정하고 고치려는 노력을 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개인의 본성과 자유를 잃게 만드는 공산주의자로 여겼다.


관습과 전통은 본능과 이성 사이에 놓여 있다_하이에크


오스트리아학파와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차이는 '개인을 합리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정의 자유가 아니라 적절한 복잡성과 선택지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넛지'와 같은 행동경제학에서 선택의 갯수를 줄임으로써 행동을 유도하는 부분으로 연결된다. 특히 대니얼 카너만의 '생각에 대한 생각'에서는 제한된 합리성을 어떻게 셋팅하는가에 따라서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오스트리아 학파는 세상의 복잡성에 대한 인간의 합리성이 무한대로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인식 때문에 정부나 국가에서 내리는 결정이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조건들에 집착하여 정책을 만든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 모든 복잡성을 대처할 수 없고, 인간은 제한적으로 합리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시장의 질서를 방해하는 정부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가하면서 케인즈식 계획경제에 대해서 전쟁을 선포한다. 이러한 하이에크는 최근에 신자유주의 논쟁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정부가 실패하지 않고, 시장이 실패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항상 두 주체는 실패하고 그 사이에 시민사회가 소비자도 되었다가, 생산자도 되었다가 한다. 요즘의 트렌드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따라서 오스트리아학파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 슘페터 학파


전제 : 자본주의의 문제는 기업이 혁신을 하지 못하고 관료주의화되면서 정체되었다는 것이다.
키워드 : 창조적 파괴, 혁신, 기업가 정신
주요 학자 : 조지프 슘페터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수용을 바탕으로 슘페터는 '혁신'을 통한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던 슘페터를 부활시켜서 '창조적 파괴'를 말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슘페터가 이야기한 핵심에 근접해 있다. 그것은 가격경쟁력으로 우위를 선점하는게 아니라 기술경쟁력으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기술혁신을 하려면 일단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던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기업가들이 사회에 대한 얼마나 기여하려고 하는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어떤 희생을 치루는가?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개발과 인적자원개발을 얼마나 하는가?이다. 따라서 슘페터 학파를 이야기하면 '혁신'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고, 곧 이어 창조적 파괴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기업가 정신을 만나게 된다.



슘페터는 마르크스주의와 마찬가지로 역사의 발전단계를 기업의 발전단계로 정의한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서 일싲거으로 우이를 점한 리딩그룹 first mover는 시간이 지나면서 혁신을 따라하는 기업들에 의해서 추격을 당하고 '혁신'이 '정상'의 범주에 오게 되면 그 사회나 그 분야는 그 만큼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밀어서 잠근해제'는 손에 꼽을 정도의 혁신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제품들이 터치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또 새로운 혁신의 방법은 홍채인식이나 얼굴인식과 같은 방법이 나오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애플은 '라이다 센서'를 핸드폰에 탑재하는 기술력을 보여주었다. 최근 애플에서 나온 '프로비전'은 특허만 5000여개에 달하며 그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메타버스 시장을 '증강현실'로 바꾸는 창조적 파괴를 감행했다. 이와 같이 여전히 기업들은 슘페터 학파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만든 CPU칩을 계속해서 혁신하여 그래픽과 속도를 모두 잡았다. 한해 애플의 기술개발 연구비는 23조를 육박한다.


그러나 슘페터는 마르크스의 역사발전의 단계를 수용하고 자본가들이 어느순간 '하향평준화'되면서 기술혁신이나 창조적 파괴가 잦아들면서 사회는 사회주의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그런 경향도 있지만 기업의 기술혁신은 끊임없는 전쟁터로써 자본주의는 해를 거듭할 수록 버전업을 하고 양자역학과 행성적 비전을 탑재한 리더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의 역사를 쓰고 있다. 특히, 슘페터가 예언한 '경영자'들이 결국 기술개발을 가로막는 방해꾼이 될 것이라고 하는 부분은 스티브잡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개발자에서 페이스북 메타에 주커버그나 테슬라의 일론머스크와 같은 찐 개발자들이 나오면서 '개발자'들이 더욱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는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전문 기술자들이 경영을 맡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될 것이다.



기업의 기술혁신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슘페터학파는 노동, 금융, 거시경제와 같은 기업 외적 요소를 살피지 못했다. 특히 요즘과 같은 기술패권 시대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교적 관계'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포함하지 않은 기술혁신이나 창조적 파괴는 기껏 잘 만들어 놓고 팔 곳이 없거나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일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슘페터 학파는 혁신의 범주를 기업과 노동자, 경영과 물류방식을 넘어서 국가시스템까지 발전시키는 위엄을 달성했고 정치권에서도 '정치기업가'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가 되었다. 슘페터학파를 '신성장학파'라고 부르는 것도 기업에 국한된 기술혁신이 국가전반에 적용되면서 국가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정책적 혁신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7. 케인즈 학파


전제 : 개인의 욕망이 전체 경제 시스템이 작동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키워드 : 거시경제학, 공공정책, 큰정부, 유동성 함정
주요 학자 : 존 메이너드 케인즈


사실 케인즈가 소장하고 있던 것이 있다. 바로 뉴턴의 역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린키피아' 초판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뉴턴역학 이전까지는 데카르트의 보텍스 이론이 행성간의 운동을 설명했다. 우주에 에테르라고 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행성들을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뉴턴역학이 나오면서 에테르라는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행성들 간의 끌어당기는 힘때문에 행성운동이 진행된다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케인즈는 이러한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유동성의 함정'이나 거시경제와 같은 사회시스템을 연구한다. 이러한 기반에서 케인즈를 보면 미시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욕망'이나 '기업의 혁신'을 연구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크기를 지닌 국가들의 수준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기존의 고전주의 혹은 신고전주의 이론에 의하면 생산과 소비의 적절한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시정의 '보이지 않는 손'은 완전고용의 상태로 노동자와 자본가들의 합리적인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잉여되는 자본이 저축으로 가지 않고 투자로 이어져야만 선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딱 봐도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한다. 실업자와 가동을 멈추는 공장, 주식 거래의 하락과 같은 변수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간의 욕구는 선함보다는 이기심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을 놓고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전체적인 부는 감소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서 케인즈는 완전고용을 목표로 하고 능동적인 재정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확실성이 늘어나면 개인의 심리는 리스크를 최소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저축을 늘리고 이것은 전체적으로 '저축과잉'의 상태가 된다. 저축과잉은 그 자체로 악순환의 결과이면서 원인이 된다. 투자가 안되면서 기업에서는 공장을 돌릴 돈이 없어지고,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줄어들면서 제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면 올라간 가격 때문에 더욱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것은 다시 시장에서 자금의 흐름이 막히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쳐서 수요를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농협과 같이 추곡이 끝나면 일시에 쌀을 사들임으로써 쌀가격을 안정시키는 것과 같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


케인즈 이론의 허점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술발전이나 제도변화와 같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둔감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한국의 경우에도 케인즈식 큰정부를 운영하면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수요와 공급의 범위를 늘리기는 했지만 그것이 가져온 부작용은 임금인상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흔히 정부돈은 눈먼돈이라고 하는 것처럼, 정부에서 재정지출을 통해서 수요를 늘린다는 기사만 떠도 시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공공정책에서는 '기대'라고 하는데 기대심리가 정부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느라 정부의 움직임이 커지면 그에 따른 후폭풍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마치 보텍스의 뜻이 소용돌이인 것처럼 정부의 한번의 움직임은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든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계획과 함께 기술개발과 제도적인 탄력성이 필요하다.





8. 제도학파 : 구제도학파와 신제도학파


전제 :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며, 결국 제도의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된다.
키워드 : 제도주의, 신제도주의, 역사적 산물
주요 학자 : 소스타인 베블런, 웨슬리 미첼, 존 커먼스,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존 모리스 클라크, 아서번즈, 더글라스 노스, 로널드 코스, 올리버 윌리엄슨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이나 '자본에 본성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서 한국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스타인 베블런의 진가는 바로 제도학파에서 나온다. 제도학파는 개인에에 영향을 주고 또 사회에 영향을 주는 제도의 영향력에 대해서 집중한다. 고전학파나 신제도학파가 보는대로 인간의 합리성은 원래부터 그랬던게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사회의 제도와 공식적 규칙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사회정체성 이론에 의하면 사회적 정체성은 자신이 몸 담은 조직의 공식적이고 비공식적인 규범과 문화, 제도에 의해서 형성된다.


사실 192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늪을 건져낸 것은 제도학파의 덕이 컸다. 물론 이때 사람들은 케인즈의 큰정부를 이야기 하지만, 사실 케인즈가 쓴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은 1936년에 출간되었고 뉴딜정책에 사용된 금융규제, 사회복지 제도, 노동조합 제도, 공공요금으로 대표되는 수도 및 가스와 전기요금제도는 모두 제도학파의 산물이다. 그래서 제도설계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좋은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라는 경험이 확산되었다. 제도주의는 구제도주의와 신제도주의로 나누어지며 구제도주의가 제도자체가 주는 효과와 이점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면, 신제도주의는 그 동안 제도주의의 약점이었던 제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분석했다.


1980년을 기점으로 제도주의는 나누어진다. 정치와 정책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제도학파와도 결을 같이 한다.


제도학파는 제도 자체가 생겨나고 변화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수 만가지의 제도들이 만들어지면서 '결정력'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에서 '휴가'제도는 1년중 2달이나 된다고 하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이런 고민을 해보자. 그럼 이러한 제도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과 팀효과성과 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제도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는 가늠만 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1980년대가 지나면 신제도주의가 등장한다.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론화한 결과 아래와 같이 역사적 제도주의, 합리적 선태제도주의와 사회학적 제도주의로 정리가 된다.


합리적선택 제도주의가 신고전주의 혹은 오스트리아학파의 관점을 기반으로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했다면, 역사적 제도주의는 역사적 흐름에서 제도의 변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조직과 문화의 관점에서 본다.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마르크스주의와 친밀성을 가지는데 사회적으로 '동형화'가 일어나면서 제도가 서로 공유되는 부분에서 수용과 채택이 일어나는 것을 설명한다. 신제도주의의 등장으로 제도변수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서 '국제경제적 변수가 국내정치적 요소에 미치는 영향'이라던지 반대로 '국내 경제적 요소가 국제경제에 미치는 요인'과 같은 연구가 진행된다. 이 부분은 슘페터학파에서는 내다볼 수 없는 한계의 영역이지만 제도주의에서는 어디에도 제도가 있기 때문에 제도변수로 다양한 설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제도주의 3인방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신제도주의로 넘어가면 사회현상과 경제적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신제도주의는 '거래비용' transaction cost에 집중한다. 경제활동을 조직하는데도 비용이 들어가며 생산과 소비에만 비용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협상이나 규정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비용의 관점에서 제도 설계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비용편익이 달라지고 매몰비용이 기회비용과의 정점에서 어느시점부터 '손익분기점'을 넘는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신제도주의 역시 '구조주의'의 오명을 벗기는 힘들다. 제도 역시 구조를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에 구조에 의해서 개인의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를 중심으로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신고전주의학파에게는 치명적인 요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학파의 공헌은 제도가 제약적인 요소도 되지만 유인동기나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교부에서 수출바우처제도가 있다. 수출을 장려하기 위하여 중소기업에 일정한 지원을 '바우처'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중소기업은 슘페터학파가 말하는 기술혁신을 진행하기도 하고 조직문화를 바꾸어 수출바우처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제도는 무엇인가를 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인가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제도의 유기적인 활동들에 대해서 지금도 열려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위시한 워싱턴 컨센서스는 규제철폐를 외치지만 계획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베이징컨센서스는 국가가 제도를 두팔 걷고 나서서 설계해야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9. 행동주의 학파


전제 :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 안에서 더 똑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키워드 : 제한된 합리성, 후생경제학, 넛지, 동기이론, 휴리스틱
주요 학자 : 허버트 사이먼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선택하는가? 인간은 정말로 자유가 최대로 주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는가? 행동주의 학파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해동주의 학파의 거장인 허버트 사이먼은 행동재무학이나 실험 경제학과 같은 실제적인 현장에서 '인지심리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선택 후에 효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알아보는 '후생경제학'은 인간의 경험이나 판단, 해석에 따라서 그 다음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도와주었다. 허버트사이먼은 이렇듯 인간의 합리성은 항상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 안에서 작동한다고 보았다.


파리 한마리를 조준하기 위해서 인간은 직관적인 사고를 사용한다.


인간이 비합리적인 존재인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어떤 경제적 선택을 할 때 100%합리적인 선택만 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에서 인간은 감정을 가진 존재이면서도 사회적인 동물이고, 또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상대적으로 시간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영적 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니 인간을 '논리적'으로만 해석하는 신고전학파에 대해서 행동주의학파는 '내가 좀 아는데~'라며 큰형이나 노는 언니 같은 느낌으로 훈수를 둔다고 할 수 있다.


복잡성이 증가하고 불확실성이 기본인 세상에서 인간의 두뇌는 '인지적 구두쇠'로써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여 선택하는 방식으로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직관적 사고라고 부르는 휴리스틱스 heuristics를 사용하고 있으며 어림짐작이나 상식, 전문가의 판단에 빠르게 선택을 맞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어떤 선택의 순간에 자신이 그렇게 해 왔던 방식, 믿고 있는 신념에 근거한 빠른 지른길을 추구해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충분한 선택'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처럼 어느정도가 되면 더 이상은 원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형성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엘리슨의 정책결정론'을 만나게 된다. 보통 어떤 조직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는 보통 합리성이 완전히 충만한 상태에서 결정하는 '합리적 선택 모형'을 사용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합리성이 가장 낮은 '정치적 선택'을 하거나 조직에서 이미 정해놓은 규범에 따라서 '조직관료 모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복잡성이 증가하고 의사결정의 부담이 커지면서 조직이 이미 정해놓은 규범을 통해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선택을 하나는 것이다. 해동주의 학파에서는 일정한 규칙을 통해서 주체들은 휴리스틱스를 사용해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허버트 사이먼은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시장경제'라고 하는 허상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경제'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시장경제의 구체적인 모습은 항상 조직안에서의 경제활동 행위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행동주의 학파의 단점도 많다. 특히 제도학파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휴리스틱스나 감정, 충성심과 동기를 자극하기 위해서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되며 너무 미시적이고 '변동'의 관점에서만 선택을 하기 때문에 행동을 만드는 요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넛지'와 같은 유인들은 순간의 행동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생각까지는 바꿀 수가 없다. 따라서 효용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넘어서 생각의 변화까지, 삶과 일상의 기반이 된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행동경제학은 말그대로 '후생'경제학 정도가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0. 나오기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전해지는 경제학의 9가지 갈래를 알아보았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경제학을 공부하던 선배가 보던 책이 생각난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이었는데, 지금 보니 결국 경제학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경제학은 '신자유주의'에서 '비용-편익'에 따른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법뿐인 것 같지만 9가지의 역사의 장단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즐겨 사용하는 5p에 의해서 구분해 보면 행동주의 경제학은 4번째 층인 performance에 집중하는가 하면 개발주의 전통은 5번째 층인 개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제도주의학파는 원리인 3번째 층에 집중하고 있는가하면 신고전주의는 2번째 층위정도만 정의된면 원리나 실행, 개별적인 부분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것도 같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인간은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때론 감정적이고 어떤 때는 제도의 영향을 받았다가도 행동할 때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개인으로 있다가 사회적으로 뭉치면 일정한 역사적 발전단계를 거치는 것 처럼 보이다가 또 어떤 조직에 있는가에 따라서 자신이 처한 역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조직의 정체성에 맞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국가가 한창 발전할 때는 '성장'에 목표를 두고 자신의 선택을 모두 제한하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성장하고 나면 자율적인 개인이 만들어내는 선택의 결과들이 제도를 바꾸거나 정치적인 선택을 통해서 경제적인 정책을 바꾸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칼 폴라니가 쓴 '거대한 전환'은 이러한 경제학의 흐름이 바뀌는 지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폴라니는 장원경제에서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신고전주의 혹은 오스트리아 학파가 '통화주의'를 목표로 화폐경제학을 발전시켰는데 이것은 시작은 '시장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유기체'라는 전제라고 말한다. 물론 폴라니는 이것을 비판하면서 '완전자율적인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1970년대가 지나면서 레이건노믹스와 데쳐리즘이 한 시대를 휩쓸고 나니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에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세상을 뒤덮어 버렸다. 금융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일상생활 모두가 '무한경쟁'의 전쟁터가 되기도 했지만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럼 다시 마르크스주의로 돌아가야 하나? 이럴 때 폴라니의 정신을 이어받아 복지국가 모데를 만든 스웨덴의 비그포르스와 같은 사람들도 등장한다. 지금 우리는 여기서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할까? 정치와 경제가 원래 하나였다면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원인과 결과를 잘 살펴보고 함께 살아갈 미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자세하게 쓸 생각은 없었고, 나도 헷갈릴 때 펴보면서 쉽게 읽어보려고 했지만 몇개월이나 걸려서 겨우 정리를 해본다. 이제 구체적으로 책들을 읽으면서 내공을 쌓고 경제정책을 하나하나 톺아보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다. 공부해서 남주자. 배워서 남주자. 더 공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상을 해석하는데 집중했지만, 문제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책소개


금융 위기 이후, 우리가 기다리던 경제학 입문서
가볍게, 재미있게, 가장 ‘사용자 친화적’인 가이드북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30여 년간 유일한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하면서도 금융 위기에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소개하여 경제와 경제학을 새롭게 보게 해 준다.

먼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서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 뒤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달라져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다. 이어 신고전주의를 비롯해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 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이렇게 경제학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주류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도외시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 실업, 불평등, 빈곤 등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거시 경제까지 아우르며 경제학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나아가 복잡한 수식이나 모델이 아니라 노동시간, 빈곤율, 국내총생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숫자를 통해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줌으로써, 경제를 제대로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목차


감사의 말

프롤로그-귀찮게 뭘…?: 경제학은 왜 알아야 하는가?
왜 사람들은 경제학에 별 관심이 없는 걸까?│이 책은 어떻게 다른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

1장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에 관한 연구다?│아니면 경제학은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인가?│맺는말: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의 경제학

2장 핀에서 핀 넘버까지: 1776년의 자본주의와 2014년의 자본주의
핀에서 핀 넘버까지│모든 것이 변한다: 자본주의의 주체와 제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맺는말: 변화하는 실제 세상과 경제 이론들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 자본주의의 간단한 역사
빌어먹을 일의 연속: 역사는 왜 공부할까?│거북이 vs 달팽이: 자본주의 이전의 세계 경제│자본주의의 여명: 1550∼1820년│1820년∼1870년: 산업 혁명│1870∼1913년: 결정적인 하이눈 시기│1914∼1945년: 파란의 시기│1945∼1973년: 자본주의의 황금기│1973∼1979년: 과도기│1980년∼현재: 신자유주의의 흥망

4장 백화제방: 경제학을 ‘하는’ 방법
모든 반지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경제학의 다양한 접근법│경제학파 칵테일: 이 장을 읽는 방법│고전주의 학파│신고전주의 학파│마르크스학파│개발주의 전통│오스트리아 학파│(신)슘페터 학파│케인스학파│제도학파: 신제도학파? 구제도학파?│행동주의 학파│맺는말: 어떻게 경제학을 더 나은 학문으로 발전시킬까?

5장 드라마티스 페르소나이: 경제의 등장인물
주인공은 개인│진짜 주인공은 조직: 경제적 의사 결정의 현실│개인조차도 이론과는 다르다│맺는말: 불완전한 개인만이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2부 경제학 사용하기

6장 “몇이길 원하십니까?”: 생산량, 소득, 그리고 행복
생산량│실제 숫자│소득│실제 숫자│행복│실제 숫자│맺는말: 경제학에 나오는 숫자가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

7장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산의 세계
경제 성장과 경제 발전│실제 숫자│산업화와 탈산업화│실제 숫자│지구가 바닥난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보호│맺는말: 왜 생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8장 피델리티 피두시어리 뱅크에 난리가 났어요: 금융
은행과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투자 은행과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탄생│실제 숫자│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그 영향│실제 숫자│맺는말: 금융은 너무도 중요하다. 바로 그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9장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 버렸으면: 불평등과 빈곤
불평등│실제 숫자│빈곤│실제 숫자│맺는말: 빈곤과 불평등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다

10장 일을 해 본 사람 몇 명은 알아요: 일과 실업
일│실제 숫자│실업│실제 숫자│맺는말: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 정부의 역할
정부와 경제학│국가 개입의 도덕성│시장 실패│정부 실패│시장과 정치│정부가 하는 일│실제 숫자│맺는말: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12장 지대물박(地大物博): 국제적 차원
국제 교역│실제 숫자│국제 수지│실제 숫자│외국인 직접 투자와 초국적 기업│실제 숫자│이민과 노동자 송금│실제 숫자│맺는말: 가능한 모든 세상 중에 가장 좋은 세상?

에필로그-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우리는 경제학을 사용해서 경제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그래서 어쩌라고?: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다│마지막 부탁: 생각하는 것보다 쉽다



https://www.youtube.com/watch?v=fc1gUC2i32U


https://www.youtube.com/watch?v=ykZU0RNLwlo&t=1294s


https://www.youtube.com/watch?v=B4ccxkDbKlU


https://brunch.co.kr/@minnation/2363


https://brunch.co.kr/@minnation/1788


https://brunch.co.kr/@minnation/873


https://brunch.co.kr/@minnation/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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