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섹터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고민들
비영리분야에 들어선지도 벌써 15년째다. 국제사업도 하고 긴급구호도 하고 교육도 하고 다양한 업무를 하다보니깐 '비영리'섹터에서 일들이 일정한 패턴을 갖는다는 것을 알았다. '가치'에 충실해야하면서도 '사람들'과 어울려서 마음을 얻는 것, 그리고 '모금'을 통해서 자원을 마련하다보니깐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관념도 있어야 한다. 더욱이 규모가 커지면서 '행정'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야 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전략까지 필요하다. 그 동안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다양한 스터디를 하고 학교에서도 정책과 MBA를 배우면서 새로운 방법론을 배우기도 했다. 최근 비영리를 컨설팅하는 대표님과 만나고서는 여러가지 인사이트를 얻었다. 계속해서 변화해야하고 또 적응해야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질문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체인지 매트릭스라고 하는 것이 있다. 물론 버전은 다양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보았다. 비전, 스킬, 인센티브, 자원, 전략이 모두 맞으면 변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비전이 없으면 조직은 바로 혼란에 빠진다. 우리가 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 혹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런 고민들을 각자가 하게 되면 혼란스러워진다. 스킬이 부족하면, 역량이 부족하면 무슨일을 만나든지 근심과 걱정이 쌓이게 된다. 인센티브는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부분과 승진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거나 미흡할 경우에는 사람들이 저항하게 되고, 반발을 가지게 된다. 또한 자원이 부족하면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지만 시간이나 사람, 재원이 없어서 못했다는 좌절감이 조직을 감싸게 된다. 마지막으로 전략이 부제하면 시작은 했지만 잘못된 걸음을 걸으면서 나폴레옹의 유명한 일화처럼 "이 산이 아닌가벼?"가 되어 버린다. 끊임없이 변화를 고민한다면 5가지의 요소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지친 사람들은 한마디로 '맺고 끊음'이 없다. 성과를 내기 위한 주체로 퇴근해서도 계속해서 '재태근무'를 하고 있다. 따라서 2~4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진정한 '힐링'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역량강화를 위한 '힐링' 세라피는 보통 악기나 음악, 댄스를 같은 것을 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힐링은 아주 작은 것에서 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서서 밥먹기, 찬물로 샤워하기 등등 정말 쉽지만 확실하게 새로운 도파민이 나온다고 한다. 찬물로 샤워하기의 경우 처음에는 도파민이 나오지만 익숙해지면 도파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인간의 두뇌에서 '해마'는 경험을 담당한다. 해마는 '시간과 공간'을 재료로 해서 활동한다. 익숙해지기 위해서 해마는 부담히 노력하고 익숙해지면 활성화되지 않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기억력이나 적응력에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된다. 반대로 보면 새로운 시공간을 경험하게 될 경우에 사람들은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도 받지만 부담히 해마가 발전하게 되면서 '맥락'을 통한 새로운 패턴을 인식하고 학습한다. 힐링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해마의 활성화를 원한다면 기존에 너무 큰 변화는 아니여도 자기에게 낯선것들을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이나 인간이나 모두 똑같다. 신뢰의 조건에 대한 이해가 말이다. 신뢰의 조건은 보통 '성실, 의도, 역량, 성과'이다. 조직에 있어서 상급자가 성실하지도 않고 의도도 불순하고 역량도 없는데 나의 성과만 가로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아무리 유능한 직원이라도 의도가 변질되고 쉽게 일상의 성실함을 잊어 버린다. 더욱이 이러한 시간이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역량도 사라지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도 무너져버린다. 그러니 자신이 여기에 있다가는 결국 '망할 것 같다'라는 생각까지 미치면 조직을 떠나게 된다. 보통 국제개발에서도 쓰는 이야기이지만 이럴 때 'voice & exit' 중에서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조직의 신뢰가 떨어질 때 무엇을 해야할까? 위에서 말한 4가지의 기준으로 조직이 풀어가야 한다. 조직이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주고 서로 맘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개방감 있는 문화를 만들어서 숨겨진 의도를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역량을 높여야 하고 특히 역략에서 '태도'는 문화로 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과'는 함께 만든다라고 하는 평가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협업지수라던지 기여도라던지 이런 기준을 설정하고 비중을 높이면 가능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조직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라고 하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직급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과 직무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있다.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일의 특성이 조직의 특성을 결정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직무의 전문성이 문제가 된다. 업무의 당위성이 높을 수록 직급체계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업무가 많을 수록 직무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규모가 큰 조직에는 당위와 자율성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다가 모든 것을 한 방향으로 정해버리면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실리콘벨리에서는 모두 그 분야의 '전문가'만 뽑기 때문에 직무중심의 조직이 맞다. 수평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수직조직으로 다시 돌아가는 조직도 필요하다. 조직별 특성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구분해서 제안해야 한다.
직급중심의 조직에서는 자연스럽게 승진하게 된다. 경쟁이 아니라 협업을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직무중심의 조직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이지만 경쟁을 통한 협업 혹은 경쟁이 불가피한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직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조직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직무급제와 같은 직무중심의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필요한 것은 결국 전문가이다. 그러나 비영리의 특성상 이미 전문가를 뽑을 수는 없다. 오히려 전문가가 되는 길을 셋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미션, 가치, 철학에 대한 연결고리가 조직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비영리에서 전문가보다는 사명감을 가진 개방적 태도의 인재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의 철학과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비영리에서 전문가는 곧 떠나지만 전문가가 되어가는 길에 있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조직을 먹여 살리는 일꾼이 된다.
비영리단체에서도 직무급제를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가지의 사업만 하는 비영리단체는 없으니깐 당연히 각 분야마다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공통의 전문성도 있어야 하기에 직무급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IT기업처럼 빠르게 대처해서 고수익을 올리면서 고연봉을 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명'에 의존해서 전문가들을 붙잡아 놓기에는 우리 사회가 비영리단체 월급으로 살기는 너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면 투 잡이상을 가능하도록 인사시스템을 개방하는 것도 답이 되긴 할텐데, 오히려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균형이 생기면서 보통은 진행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느정도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인재유출도 안되고 인재들도 찾아오기도 할 것 같다. 일단은 호봉제와 직무급제에 대한 비교를 이해해보자.
결국은 이 모든 변화가 평가제도에서 결정될 것이다. 직급제도가 유지되면서도 직무중심으로 돌아가는 OKR이 도입되었다고 한다면 평가제도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동인이 우선하냐는 것이다. 동인이라는 driver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cost, target, core value로 나누어진다. 비영리라면 여기서 우선되는 동인은 바로 '가치'이다.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제도를 설계하고 기준을 잡아야 한다. 평가제도가 제도로만 돌아가면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지만, 그것 자체가 일을 더 잘하고, 올바르게 하기 위한 방식이라면 모두가 환영할 것이다.
OKR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비영리섹터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평가제도이다. 구글같은 경우야 OKR을 해도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기여도'정도만 체크하면 된다. 하지만 관리, 사업, 모금 등 모든 부서가 망라되어 있으면서도 직무의 크기와 정도가 다 다르다면 OKR이 도출되는 것은 쉬워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같은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평가'도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평가'로 하는 것도 애매할 수 있다. 주관성과 객관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에 OKR이나 KPI와 같은 제도적인 피로감에 다들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제도가 가장 핵심적이다.
평가제도를 셋팅하기 위해서 먼저 해야할 일은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미션과 비전, 철학과 핵심가치를 정립하는 것이다. OKR에서 목표를 '성장'과 같은 일반적인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단체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목표를 정해야 한다. 사람들의 가슴이 뛰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10년에서 30년 사이의 목표를 비전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미션과 핵심가치를 정하면 된다. 비전은 쉽게 달라지지 않지만 미션과 핵심가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비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리더가 오면 비전은 무시되고 오로지 단기 목표를 미션으로 잡아서 많은 이들의 시간을 잡아먹고 결국 조직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게 된다.
- 비전이란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10년에서 30년 안에 미래의 생생하고 거대한 목표이다
- 비전을 보고 가슴이 뛰게되고,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미션이 만들어지고, 미션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전략이 되며, 전략이 미션과 비션에 위배되지 않게 행동양식을 정해주는 것이 핵심가치이다.
- 대부분의 조직들은 '비전-미션-전략-핵심가치'가 한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어서 일을 할 수록 가속도가 붙게 된다.
- 비전은 눈에 보이는 생생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하면 사람들은 비전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거 생각하고 중요하게 생각안하게 된다.
- 핵심가치 Core Value : 행동의 규범
- 눈에 선한 미래 Envisioned Future : 우리의 존재 이유
- 10-to-30-year BHAG(Big, Hairy, Audacious Goal : 10~30년 동안 크고, 세부적이면서, 담대한 목표
- Vivid Description : 생생한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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