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 책을 쓰기 위한 심호흡
나는 항상 적응이 느렸다.
무엇을 하더라도 여러번을 해봐야 겨우 감을 잡았고, 실수란 실수는 항상 달고 살아야 하는 자존감 하락의 원인이었다. 공부를 할 때도 개념이 이해가 안되어 한참 동안이나 남아서 더 해야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도 4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가능했고 한글을 익히는 것도 초등학교 2학년이 넘어야했다. 조기교육의 부족이라기 보다는 나중에 알고보니 아이큐가 내가 감당할만한 일들보다 낮았던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내내 애를 먹었다. 영어를 배우는 것도, 사회와 국가를 배우는 것도, 새로운 노래를 익히고, 운동을 하는 것도 내게는 쉽지 않았다. 왜 이렇게 '적응'이 느린 것일까?
그러다보니 무엇을 하기 전에 미리미리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차리 그 순간에 가면 나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할 것이니깐 미리 그 상황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해야할 말들이나 행동을 미리 그려보았다. 큰 일들이 있으면 더욱 그랬고,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머릿속에서 항상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있었다. 예상하는 것이 사실은 두려움에 대한 방어기제였던 것이다. 그렇게 예상을 하다보니 이제는 잠을 자려고 누으면 내일일부터 시작해서 몇년치의 일들을 머릿속에 돌려보곤 했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우유부단하다거나 소심하다거나 근심이 너무 많다며 애늙은이라고 불렀다. 초등학교때부터 그래서인지 세치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몇 가지의
비슷한 패턴들이 발견되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의 태도라던지 행동의 방식이 예상한 것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여지없이 맞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바로 잊어 먹지 않을려고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다른 모임이 있을 때 정말 그런지 적용해보고 또 와서 다시 현실에 맞게 고쳐서 내가 생각하는 생각의 방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은 두려움에 대한 방어기제이다. 어릴적 가난한 환경 탓에 학원 한번 가보지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던 탓에 새로운 경험들을 해볼 기회도 없었기에 나는 살아남고자 삶의 지혜를 터득한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적응력은 아이큐와 연결되어 있었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패턴화해서 인지하고 행동하는 것은 두뇌회전이 매우 높을 때만 가능하다. 주변에 아이큐가 158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한 번 쓰~윽 본 것 같은데 이미 그 본질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머리속에 있었다. 그래서 무엇인가 물어보면 이미 그 사람 안에서는 모든 것이 시뮬레이션이 된 후였다. 아이큐가 높은 사람들이 부러웠고, 어떻게 하면 나도 똑똑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천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사람들이 하는 생각을 배울 수만 있다면 나 같은 사람들도 조금은 삶을 쉽게 살 수 있지 않을까?'였다. 그래서 천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 때부터 수집하기에 이른다.
예를 들면, 아인슈타인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생각'한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언어는 반드시 그 형식과 패턴이 있는 문법체계이다. 문법체계를 맞추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전에 이미 언어 구조 안에서 막혀버린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생각을 할 때 그림을 그리면서 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언어로 쓰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간혹 필요하면 기호를 쓰기는 했지만.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것이 바로 상대성이론과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빛이 질량이 큰 행성 주위를 지나갈 때 휘는 일이 나는다는 것은 언어로 하면 표현만 할 수 있지만 만약 그것을 려보면 무엇인가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일종의 중력장이라고 할까? 그래서 뉴턴이 말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조건 쓰는게 아니라 먼저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천재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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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개념으로 정리해보니 한마디로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고, 더 나아가 사물과 사람들의 생각도 알 수 있게 만드는 방법. 그리고 메타인지는 철학자들이 항상 하던 사고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철학을 열심히 익히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가지게 된 삶의 가치인 '배워서 남주자'를 비로소 실천할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내가 잘 배우는데서만 끝나지 않고 정말로 사람들이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마도 내가 어릴적부터 '적응력'이 느리다보니깐 사람들이 스스로 똑똑하지 않다고 운명론으로 치달을 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나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이 포기하는 것이 결국 내가 포기하는 것과 같고 느껴졌다.
좋은 방법으로 풀면
안풀리던 문제도 풀 수 있다
철학을 공부하다보니 사람에 대한 메타인지와 세상에 대한 메타인지가 넓어졌다. 더욱이 아이큐도 올라가고 사회지능이나 정서지능도 높아지게 되었다. 더욱이 사람들에게 정말로 '좋은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할 수 있다면 나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기도 했다. 메타인지를 익히는 것은 평생의 사명이라고 느껴질 만큼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친척동생들부터 초등학교 아이들 그리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어릴적 내일이 두려워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던 것들이 사실은 메타인지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럼 이걸로 오늘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사람이 다시 희망을 얻게 돕고, 넘어진 사람이 다시 잘해보려고 할 때 새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메타인지 사고법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7가지의 방법론을 정리했다. 이른바 초월사고법, 맥락사고법, 본질사고법, 수직사고법, 반영사고법, 교차사고법, 가설사고법이 그것이다. 각각의 사고법들은 과거-현재-미래의 시점에서 사용할 때 유용한 생각법들이다. 이번 년도안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메타인지 방법을 책으로 쓰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지금 이런 글도 쓰고 있다. 나에게 메타인지는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무리 공부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몇 가지만 적용해보면 쉽게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갈 수 있다. 수업에도 사용할 수 있고, 말하기나 자기소개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들이 나오게 된 이유는 단연코 '철학'이다. 그래서 요즘 철학을 더욱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인지과학에서는 '퍼셉트론'이라는 개념을 쓰는데 이는 쉽게 말하면 1가지를 인식할 때 뜨는 단위라고 할 수 있다. 노란 바나나라고 하면 여기에 드는 퍼셉트론은 노란 색깔, 길죽한 형태, 과일까지 최소한 3개정도의 퍼셉트론이 필요하다. 방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한번에 보이는 물체를 인식하는 것은 퍼셉트론을 몇 개 정도로 사용해서 인식하는가와 상관이 있다. 퍼셉트론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당연히 한번에 많은 것들을 인식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한번 본 걸로는 기억이 안되어서 어러번 봐야 하는 것이다. 벌써 오랜 이야기이지만,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싸울 때 이세돌 9단이 사용한 퍼셉트론은 인간 중에서도 매우 높은 20개 정도였다. 그러나 반대로 알파고는 이미 48개의 퍼셉트론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이 퍼셉트론은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엄청난 경우의 수로 사물을 인식하게 된다.
퍼셉트론의 개념이 인공지능의 원리이기도 하다. 하나의 경우의 수를 몇가지의 방법론으로 교차해서 현실을 그물망처럼 만들고 이해하고는 과정 말이다. 인공지능은 말그대로 인공이니깐 이 원리는 인간에게서 나왔다. 인간의 지능이 성장하는 방식이 바로 퍼셉트론의 갯수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퍼셉트론끼리 서로 상호참조하는 것들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도 그렇다.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과 만나서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새로운 생각들이 나온다. 그리고 천재들의 생각법을 빌려와서 그러한 교차하는 패턴들을 빠르게 익혀나가고자 하는 것이 메타인지의 핵심이다. 지금은 초등학생들에게 메타인지를 알려주고 있지만, 메타인지가 필요한 사람들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다.
나 처럼 돈없고, 빽없고, 가진 것 하나 없어서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이면 좋겠다. 그래서 교육학을 공부한 것도 있고, 지금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도 사실 이거다. 내가 접할 수 있었던 다양한 교육의 기회는 완전히 특권이다. 특권의식을 갖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러한 특권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못 얻을 기회를 얻어서 내가 배웠으니 최대한 많이, 친절하게, 넘치도록 공유하자는 것이 나의 취지이다. 배워서 남주고, 모자라면 더 공부하고, 부족하면 더 고민해서 찾아본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되었다. 내일을 희망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
한 사람이 일어서면 세계가 일어나고,
한 사람이 넘어지면 세계가 넘어진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 마음을 먹고 메타인지 이론, 가이드북, 워크북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심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공부한 것들을 모아서 써보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일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사는 방법에도, 말하는 방법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한 사람이 일어서면 모두가 일어나는 것이고, 한 사람이 넘어지면 모두가 넘어지는 것이다. 전체주의라고 하기에는 중심이 없다. 우리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자유가 있고, 이 자유를 더 확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뿐이니깐. 하나님이 계속 부르신다. 가장 낮은 곳으로. 그리고 기꺼이 내가 가진 것들의 값어치를 내려 놓고 내려오라고 하신다. 나는 하염없이 기뻐하면서 다 내려놓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 간다. 오늘도 벌써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두려움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태양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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