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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에 이런 사람이 1명이라도 있다면

사랑은 오직 전이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by 낭만민네이션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다보면 어느순간 그 질문의 끝자리에 앉게 된다. 그 답은 결국 '사랑'이다. 그리고 하나씩 다른 단어들도 지워간다. '인생의 목적'이 있을까? 무엇이든간에 진짜로 추구하는 것들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생의 모든 진리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 인생의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사랑을 하게 되고 결국 어떤 것을 추구하지 않아도 지금이 가장 좋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가장 처음 사랑을 배우고 익히고 실천해야할 가정이 파손되면서 사람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다. 80이 넘은 노인이 아직도 자신을 중심에 놓고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인생의 목적이라는 것이 있을까를 묻지 않게 된다.


그렇게 세대가 세대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으니깐 점점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시대에는 사랑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고, 또 어떤 시기에는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성욕을 채우는 것으로 규정되어 버린다. 저급하다고까지 표현하지는 않아도 무엇인가 진실이지 않아서 더 이상 아무런 색도 피어나지 못하는 물감 같은 것이다. 위선 속에서든 무시와 냉대 속에서든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고, 거짓 사랑을 가정에서 익힌 사람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척한다. 그런데 그건 사랑하는 척이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언제나 목숨처럼 갈구하고 있는 상태가 어떻게 사랑일 수 있을까? 사랑을 잃어버린 시대에 사랑을 구하는 사람들도 점점 사라져 간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랑을 갈구했을까?


라는 질문을 해본다. 어릴적부터 왜 이렇게 부모님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여겼을까? 엄마에게 잘 보여서 칭찬을 얻을려고 했던 수 많은 실패가 결국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들은 부모가 아니니 구하는게 아니라 빼앗아 오거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을 만들어 간 것이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에 갇혀서 어느순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체로 계속 의미도 없고, 생명도 없는 것을 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어쩌면 사랑은 그 형태가 없는지도 모른다. 모른 것을 아우르기 때문에 형태가 없을 것이다. 유한에서 무한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언정 나중에는 이것도 사랑인가라고 물어보게 된다. 무한이 유한에서 나오는 과정을 경험한 사랑은 다들 자기 나름대로의 사랑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자를 만나고 자신의 자녀들을 만난다.


지금까지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어른들은 아직도 어른아이이다. 어른인 척하지만 어린아이이다. 사랑의 특징은 항상 '기다림, 머무름, 배려, 희생, 이해, 포용, 포옹, 마음챙김, 용서, 생각, 판단중지, 미래'와 같은 것들이다. 이기적인 현대인들에게 이런 단어는 '딱 이용당하기 좋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나약한 것들처럼 느껴진다.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 하고 그 경쟁에서 이길려면 '폭력, 속임수, 자기기만, 자기확신, 용기, 이익, 효용, 효율, 효과, 비교우위, 스킬, 통제'와 같은 단어들이 내재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똑똑히 이익을 본 사람들은 그 경험으로 자신의 확신의 증거를 삼는다. 그리고서 만나게 되는 배우자상도 달라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사이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둘 중에서 하나이다. 이러한 부모님과 똑같이 되던가 아니면 이러한 부모님을 피해 달아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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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사랑이 없는 상태로 인생의 되물림은 지속된다. 계속해서 영원한 생명이 남는 게 아니라 인공적인 세계가 남는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의지와 지혜를 남겨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것들을 그대로 소유할 수 있도록 남겨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소유에 의한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이나 세상에 대한 좋은 마음을 품을 의지는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사회 속에서 함께 지어져갈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공유지'는 점점 비극을 맞이하는 수순을 밟는다. 집에서부터 경쟁이 심화된 체로 소유에 의한 자기 존재를 정당화하는 세계에서 자란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서 '자신이 보고 배운대로 세계'를 구성해 나간다. 항상 묻는 질문이지만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사랑은 오직 전이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자기 스스로 사랑을 배울 수 없고, 사랑에 대한 이해와 경험도 불가능하다. 아무리 자신이 스스로를 궁극적으로 탐구한다고 해서 사랑이 발생하지 않는다. 무생물에 대한 혹은 동물에 대한 사랑을 투사한다고 해서 사랑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사랑은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가장 처음이 가정에서 부모님이고 그 다음이 함께 지어져가는 세상 속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친구들과의 우정이 필로스라면 부모님의 사랑이 아가페이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더 다음 세대에게 전할 사랑을 만들어가기 위한 결혼은 반드시 에로스가 바탕이 된다. 몸과 정신이 사회 속에서 하나가 되는 방식으로 우리는 사랑을 완성해 간다. 그래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회 속에서는 어쩔 수 없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더 사랑을 행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알고 있다. 만약 사랑을 행하려거든 위에서 이야기한 그 가치들, 이 세상에서 '쓸모 없는 가치'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값을 받지 않고, 기다려주고 포용하고 포용하고. 어쩌면 자신이 가진 모든 소유를 팔아서 그 사람의 마음을 사야할 수도 있다. 그것이 때론 아가페로, 때론 필로스로 발전하면서 만약 그 사람이 배우자라면 에로스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먼저 경험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사랑을 행함으로써 사랑은 전이되고 다시 사랑을 전해준 사람의 마음에도,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의 마음에도 사랑이 생겨난다. 그러니깐 사랑은 전해주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두 배로, 더욱 풍성이 생겨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비밀이다. 우리는 항상 에로스나 필로스 혹은 아가페의 한 쪽 측면에서 사랑을 이해했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만약 누군가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 위대한 여정에 참여한 순례가자 된다.


그리고 그 순례의 길은 아주 길고 험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사랑과 우정 안에서 자신은 더욱 완성되어져 갈 것이다. 태초에 인간이 만들어진 그 모습으로. 어른이 되어 갈 것이다. 참을 수 있고 용서할 수 있으며, 쉽게 화를 내지 않고 내가 먼저라고 이야기하지도 않으면서 마음 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어른이 더 많이질 수록 세상은 더욱 살기 좋아질 것이다. 사랑은 오직 전이에 의해서만 일어나고 그 전이를 받은 사람과 전해진 사람은 또 다시 사랑을 더 해 나간다. 이것이 바로 아직 우리가 세상을 포기하지 않을 이유이다. 지금 누군가 생각난다면 넌지시 안부를 물어보는 행동으로도 사랑은 시작될 수 있다. 늦게 들어오는 부모님께 '오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은 전이될 수 있다. 함께 수고한 동료에서 '당신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어요'라고 거내는 말 속에서 사랑은 전이된다.


온통 경쟁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모두는 사랑으로 만들어졌고, 사랑을 통해서만 완전해질 수 있으며,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오직 1명만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랑은 점점 배가 되어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말고 우리 서로 사랑하자. 서로 용서하고, 이해주고, 기다려주고,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을 위해서 나의 중심을 내어주자. 처음에는 힘들고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지? 얻을 것이 없는데?'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점점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알게되고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랑이 있었는지 말이다. 사랑이 희귀해진 세상에서 우리는 사랑으로 오늘도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빛나는 미래가 반짝이는 세상을 그려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3HySr8Eo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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