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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학일기

초대교회는 '공동체'였다

한스큉의 '그리스도교' 3강_원시그리스도교 묵시문학 패러다임

by 낭만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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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큉은 논쟁적이다. 가톨릭에서도 그렇고 기독교에서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종말론'을 다루는 칼바르트, 폴틸리히와 함께 자유주의 사상에 물든 혹은 '종교다원주의'나 '교회일치운동'의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스큉의 책을 들고 다니니깐 사람들이 빨갱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책이 빨갛기도 하지만 내용 역시도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에게 임한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 묵시는 미래를 점치는 예언처럼 보이지만 큉이 분석한 원시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오히려 하나님나라의 도래와 공의의 완성,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질적인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만물을 새롭게 하는 그리스도의 은혜가 미래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들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묵시문학의 핵심이다. 오늘은 큉의 패러다임 정리 중에서 첫번째인 원시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의 주요한 패러다임인 '묵시문학'에 대해서 알아보고 묵시묵학을 통한 카리스마가 어떻게 초대교회의 '교회형태'인 '공동체'를 형성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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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묵시문학이란 무엇인가?


한스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패러다임은 '한 시대의 인식론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회든지 공유하고 있는 패러다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스큉은 이러한 관점에서 패러다임을 적용하여 6가지의 패러다임으로 나눈다. 원그리스도교 묵시문학의 패러다임, 고대교회 헬레니즘 패러다임, 중세 로마카톨릭 패러다임, 중교개혁 개신교 패러다임, 근대 계몽주의 패러다임, 현대의 일치운동 패러다임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부터는 하나하나 패러다임의 특징과 한스큉의 역사해석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해하면 그 시대에 그리스도교가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지를 알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해볼 수 있다.


묵시적 혹은 묵시라는 한국어는 아포칼립테인(apokalytein)에서 온다. 이는 ‘폭로하다’, ‘드러내다’라는 뜻으로 성서가 말하는 묵시는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드러냄으로써 세속 현실의 정치 사회적 현실 너머를 응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가 세상에 도래하는 것을 알려준다. 묵시적이라고 하면 a). 문학의 장르로서 묵시문학, b). 종교적 상상력을 지칭하는 세계관, c). 사회안에 존재하는 특정한 그룹, 즉 사회적 실체로 구분해볼 수 있다. 묵시묵학은 이렇게 절대적인 통치자가 일정한 영역에 자신을 현시하면서 미래를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계시하고 폭로한다는 특징에서 과거 구약의 '예언자들'이 주로 썼던 글들이 묵시문학의 핵심이 된다.


묵시문학(apocalyptic literature)과 묵시사상(apocalyticism)

묵시적 상상력을 공유하고 묵시적 세계관에 둘러싸여 기록으로 남긴 묵시적 작품이 묵시문학이다. 그러한 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세계관과 사고의식이 묵시사상이다.

묵시문학 전체에는 ‘윤리적 이원론’(ethical dualism)이 깔려 있다. 선과 악의 세계관이 기본적이라는 것이다.

‘진리의 영과 불의의 영’, ‘빛의 영과 어둠의 영’, 등 하나님의 통치와 악의 세력 사이의 영적인 세력들이 종말의 때에 하나님의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대립하며 투쟁하는 것이 묵시문학의 특징이다. 현재의 세계는 선과 악의 두 세력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묵시사상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진리의 영과 불의 영에게 이중의 영향아래 놓여 있으며,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한다.

묵시문학에는 하나님이 역사 가운데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악을 영구히 말하실 것을 기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종말론의 관점에서 보면 과격한 종말론(radical eschatology)을 담고 있다. 빛과 어두움 사이의 투쟁은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악을 소멸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실 것이다.

묵시문학에는 역사의 마지막 날에 하나님께서 악을 종결시키시고, 심판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데, 이 심판의 약속된 시간은 형벌과 보상이 포함되어 있다.

심판 날에 하나님은 악을 파멸시키고 불의한 존재의 종말을 내리고, 그 이후 하나님의 통치의 은총이 세상 가운데 드러나는데, 여기서 의로운 인간은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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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면 묵시란 “시간적으로는 종말론적 구원을 상상하며, 공간적으로는 초자연적인 다른 세계까지 아우르는 초월적 실재를 드러내는 계시가, 초월적 존재에 의해 인간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내러티브의 틀을 갖춘 계시문학의 한 장르이다”(존 콜린스, 묵시문학적 상상력, 가톨릭출판사). 묵시적 환상은 초자연적 계시이지 공공의 지식이나 경험의 산물이 아니다. 묵시적 환상은 초자연적이며 내세적 실재이다. 역사는 초월적 실재가 결정적인 방식으로 땅위에서 드러내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묵시를 초월적 차원으로 해석하는 입장이다. 초월의 관점에서 묵시는 '계시'의 성격을 가지며 이런 방식으로 큉이 이야기한 예수그리스도 시대를 이해하면 묵시문학적 특징과 연결해서 '형태와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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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묵시문학의 두 관점


묵시문학을 보는 관점은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묵시를 문학과 연결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문학이라는 것은 언제나 시대적 현실의 반영이지만 그것 자체로 '사실'을 말하지는 않는다. 문학은 비껴나가면서 비유하고, 환유와 대유로 현실을 폭로한다. 그런 의미에서 묵시문학이라는 것은 두 가지의 관점으로 나누어 진다. 묵시문학을 문학적 장르로 보는 관점과 사회적적 측면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묵시문학은 초월적 실재를 드러내는 내러티브 형식을 가진 문학적 작품으로 이해한다. 이 관점은 묵시문학을 헬레니즘적 영향을 강조하는 콜린스가 대표한다. 콜린스는 묵시문학을 역사 적 묵시와 초월적 묵시로 분류한다. 헬레니즘 시대의 묵시적 작품에서 역사적 묵시는 다니엘서, 에녹1서(85-90장), 제4에스라서, 제2바룩서, 희년서가 있으며, 초월적 묵시로는 에녹1서(1-36장), 제2에녹서, 제3바룩서, 아브라함의 언약서, 아브라함의 묵시, 스바냐의 묵시같은 ‘초월적 세계여행) 등이 있다.


묵시문학을 사회학적 측면에서 해석하는 입장에 대해서 알아보자. 묵시문학은 유대교의 사상과 운동으로 주로 하위계층의 저항문학의 한 분류로 본다. 묵시사상은 억압받고 힘없는 자들의 종교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묵시는 위기의 상황을 반영하며, 이 세계의 권력구조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그리고 권력자들이 가진 종교적 확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제공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다”(Paul Hanson, “Apocalypse and Apocalypticism”, in: Anchor Bible Dictionary). 스티븐 쿡은 콜린스의 입장에 따라 이런 관점에 약간 부정적이다. 이렇듯이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묵시문학은 소외되고 핍박받는 사람들에게 임하는 계시라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의 '하나님의 나라'의 선포는 묵시문학에서 가장 핵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묵시사상은 그 자체로 신화가 아니며, 신화적 원형들을 묵시적 상상력안에서, 묵시적 양식으로 활용한다. 묵시사상은 마지막 일어날 일들에 대한 “신화적-현실적 실체”(mythic-realistic entities)로서 역사를 향해 물리적으로 침투할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모든 것들이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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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묵시사상

이스라엘의 회복을 통해 다가올 새 시대를 내다보는 흐름이 있다. 막13장, 마 24장, 눅 21장은 ’작은 묵시록‘(little apocalyptic)으로 불리운다.

“멸망의 가증한 것”. 종말의 징조들.

예수 재림 표현들, 도래할 하나님의 통치(심판)를 대비하라는 말씀.

예수의 상징적 행위와 가르침에 묵시적 관점이 드러내 있다.

세례요한의 언술에서 묵시적 표현이 있으며, 이것이 예수에게 연결된다.

상당수 바울서신에 강력한 묵시적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데살로니카와 고린도 서신은 대부

분 묵시묵학에 해당한다. 예를들어, 부활하신 예수가 이 땅에 다시 오실 것이라는 파루시아. 예수의 재림으로 죽은 자 들의 부활, 몸의 구속, 전 세계에서 하나님의 심판, 묵시적 본문에는 해방적 차원이 드러나 있다.

하나님의 최종적, 종말론적 구원은 개인적이고 영적인 차원보다는 사회적이고 정치적 차원들을 포함한다. 여기에 인간의 정부, 경제, 문화, 사회으 갱신을 담고 있다. 따라서 묵시사상은 여성의 해방, 가난한 자의 해방, 자연 환경의 해방을 포함한 해방의 차원이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계시록 22:1에는 에덴의 신화적 이미지를 빌려 자연생태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묵시문학에는 심판적 메시지가 강력하게 등장한다.

계시록 예수는 묵시의 전령사(herald)이다.

예수운동은 세례요한의 메시지와 태도와 동일시된다.

노예의 자유를 선포하는 예수의 메시지(눅4장)

예수의 하나님나라 선포는 가장 강력한 묵시적이며, 묵시사상적 개념이다. 세상의 파국늠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의 도래이고, 새로운 세계의 도래의 예고를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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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시그리스도교 공동체


최초의 원시기독교공동체는 팔레스타인 헬레니즘 문화권에 거주하던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다. 아람어나 그리스어 사용자들을 말한다. 그들은 후대 교회에 유대교의 언어, 표상세계, 신학을 전수한다. 원시교회는 하층계급 사람들의 역사이다. 어부, 농부, 장인, 영세민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원시교회의 사회적 계급은 보통 중산층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마르틴 헹엘이 쓴 '초기 기독교의 사회경제사상' 에서 볼 수 있다. 제자들은 중산층 계급이었으며, 사도행전의 기독교공산주의적 재산 분배는 일시적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던 두 종류의 그리스도인들은 두 종류였다. 첫번째는 유대인(유대 그리스도인)으로 12제자를 비롯한 히브리 사람들이다. 이들은 성전과 율법에 충실한 팔레스타인 출신의 아람어 사용자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스어 사용하고 디아스포라 출신인 일곱집사를 비롯한 헬라사람들로서 성전과 율법에 비판적이었던 그룹이다.


두 번째는 비유대인으로 이방인 중에서도 믿음을 갖게 된 그리스도인이다. 이들은 그리스어나 라틴어 사용한다. 유대교적 율법에서 자유를 추구한다. 그래서 이러한 유대인들과 비유대인들이 모인 집단이 원시그리스도교 공동체였고 3가지 교회 형태가 나타났다. 첫번째는 아람어를 사용하는 예루살렘 유대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이며, 두 번째는 헬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였고 마지막으로 이방 그리스도인 공동체였다. 이렇게 3가지의 공동체가 큉이 이야기하는 원시그리스도교 공동체의 핵심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핵심은 '공동체'라는 것이다. 모여서 살았고, 정체성을 공유했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스큉은 '공동체로서의 교회'라고 정의하고 있다.


초대교회는 교회(Kirche)라기보다
공동체(Gemeinde)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교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왜 원시그리스도교는 공동체에서 교권제도 혹은 교계제도적 교회로 변모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예수의 12제자를 결집함(제자로 불러냄/소환)으로써 시작된 묵시적 종말론적 하나님나라 운동은 주님의 부활 이후 성령 강림을 기점으로 교회가 태동하였다. 바야흐로 예수운동은 교회로 넘어갔다. 여기서 예수운동(그의 하나님나라)은 교회를 통해 계승인가(연속성), 단절인가(불연속성)의 논란이 있다. 다시 말해 종말론적 대망사상에 기초하고, 예수 가르침에 철저한 뒤따름을 특징으로 하는 급진 제자도와 대안 공동체로서 예수 운동은 급기야 제도와 기관으로서 교회, 성례전의 교회, 더 나아가 교직제도로서 교회로 전락되고 말았는가의 여부이다.


사도적 공동체 교회_예루살렘 유대인 기독교 원시공동체(48년경)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원시 기독교공동체는 그 중심 지도력은 12사도(특히 베드로, 야고보, 요한), 그 다음으로 예언자, 복음선포자, 협력자들, 장로들 가장 바깥에 형제, 자매들(공동체의 지체들)로 구성되었다.

사도들에 의한 초대교회에도 직분별 역할과 기능이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교직계급 조직에 따른 교회구조는 아니었다.

복음선포의 기능: 사도, 예언자, 교사, 설교자, 권고자들

자선, 구호 기능: 집사(deacon, 디아코노스/봉사자), 구호담당자, 간병인, 과부들

공동체 지도 기능: 첫 회심자, 공동체 책임자, 감독.


예루살렘 교회와 그 변화

최초의 교회: 예수운동은 갈릴리 출신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시작했고, 갈릴리 지방에서 시작되었으나, 최초의 교회형태는 예루살렘 교회였다: (예루살렘)성전과 집에서 예배.

첫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회당과 성전에서 예배드리면서도, 성전의식(ritual)에 따라 제사를 드리기도 했으며(행 21:26), 율법을 지켰던 사람들이었다.

예루살렘교회는 <아람어를 사용하는 히브리(파) 유대인들>과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헬라(파)유대인들>의 혼합 공동체였다. 그러나 두 부류의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은 각자 자신들의 회당이나 가정집회를 별도로 가졌으며, 예배 시간에 각각히브리어나 그리스어로 성경을 봉독하였다.

디아스포라 유대인 기독교인들은 헬레니즘의 영향과 도시 환경으로 인해 히브리 사람들의 유대인 기독교인들보다 더 문명화된 사람들이었다(Küng). 팔레스타인 중심의 예수운동은 (갈릴리같은) 시골 환경에서 시작된 반면, 신생 기독교는 (예루살렘, 안디옥, 로마같은) 도시적 현상이 되었다.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은 시골에서 사용되어 온 민중언어인 아람어를 사용했지만,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은 코이네 그리스어를 사용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점차 헬라어 사용의 유대인 기독교인들은 공동체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히브리 유대인들로부터 차별대우를 받게 되면서, 두 공동체에 갈등이 시작된다.

초기에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교적(유대주의) 정통성은 점차 헬라주의적 유대인 기독교인들의 반발로 인해 갈등이 가속화되었다. 구제봉사의 문제는 7집사 임명으로 봉합되었다.

스데반의 설교: 예루살렘 성전에 대한 비판적인 설교(성전중심의 교회론을 비판하고, 우주적이고 종말론적 교회를 제시). 예수 처형에 대한 유대인 지도자들 비판. 돌에 맞아 순교, 헬라유대인들의 추방.

흩어진 헬라 유대인 기독교인들이 사마리아, 키프러스, 시리아, 안디옥으로 선교 활동. 이방인 교회들의 출현. 베드로는 로마, 마가는 알렉산드리아로, 도마는 인도로, 요한은 예베소에서 선교.


카리스마적 공동체 교회: 바울의 이방인 기독교 공동체(55년경)

사도(바울)은 예언자였고 교사였으며, 모든 신자에게 카리스마적 리더였다. 협력과 지도를 하면서 개종자, 대표자, 감독자, 봉사자였다.

바울서신의 (고린도)교회는 카리스마적 교회(charismatic church)였다.

바울의 모든 교회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목회서신에 나타난 교회는 매우 직임적 교회, 직무형 교회의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교회내의 봉사자들의 역할과 기능은 각자 받은 성령의 은사에 따라 분담되었다. 물론 무질서와 혼란이 엿보였다. 그럼에도 바울은 교회의 일치와 질서를 획일화, 위계화, 중앙집권화를 통해 이루려고 하지 않았다(H. Küng, 그리스도교, 171).

초대교회는 사제직이 없었다. 신약의 공동체는 교회 지도자에게 “사제”(제사장 priest, sacerdos)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초대교회는 하나님과 인간사이의 구원의 중재자로서 “사제직”을 내세운 적이 없다. 사제직(제사장직)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사역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의 한 단번의, 영원한 중보자로서 제시되었을 뿐, 이것을 어떤 인간에게 결부시키지 않았다. 어떤 경우라도 초대교회는 사도직의 직무를 종교 예식(예전)과 연관된 사제직을 말한 바 없다. 그 대신 초대교회는 장로, 목사, 감독 등의 직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크린샷 2025-07-21 오후 8.58.33.png 카리스마적 공동체 교회_바울의 고린도교회 = 이방 기독교인들의 공동체(55년경)


4.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다양한 모델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아직 교회가 만들어지기 전의 방식으로 보면 '공동체'의 형태로 다양한 유형이 나온다. 먼저는 사도적 교회모델이다. 예루살렘교회를 기반으로 구약의 유대교 전통이 녹아 있는 사제단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카리스마적 교회모델로 안디옥교회가 그 예이다. 예언자들, 교사들, 다양한 은사공동체로 구성된 교회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무적 교회모델은 목회서신의 교회(집사. 감독, 과부 등)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가톨릭 교회론은 직무적 교회론과 사제직의 교회론이 이미 초대교회에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초대교회는 꼭 ‘공동체적 교회’이거나 ‘카리스마적 교회’만이 아니었으며, 이미 규율적 공동체로서 직무적 특징을 분명하게 띤 제도주의적 교회였다고 주장한다(사예스, 교회론,217-218).


그래서 바울의 교회가 카리스마적 교회모델이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바울의 카리스마틱한 교회란 반드시 교회의 구조나 사도의 명령, 공동체(사도)의 규정, (사도적) 권위에의 순종이 배제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바울의 카리스마틱한 교회의 출현 이전에 이미 교회의 직분자들을 다양한 형태로 임명하고, 파송하고 있다(빌 1:1; 행 14:22-244); 갈 2:23; 고후 2:13, 골 4:12; 빌 2:25, 골 4:9). 또한 초대교회에 이미 직무적 권위에 순종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살전 5:12 여러분가운데에서 애쓰며 주님 안에서 여러분을 이끌고 타이르는 이들을 존중하십시오). 초대교회에서 선교와 교회사역을 위해 안수를 행하고 있으며(가톨릭적으로 서품식), 사도적 권한을 여러 가지로 표명하고 있다(행 14:26).


목회서신에는 사도의 계승자를 염두에 두고 있고, 주교직(즉 감독직)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울서신 등 초대교회에 등장하지 않는 직무에 대해 가톨릭은 성경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므로 ‘전통’(traditio)에 호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보면 공동체의 유형에서도 '카리스마틱 공동체'가 아니라 사제직 교회론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한스큉은 이러한 관점을 뒤집는다. 한스큉이 보기에는 원시기독교 공동체에서 각각의 역할들은 직무적 개념이 아니라 교회 봉사(섬김)와 부르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교회 봉사(섬김)적 기능이 직무(officium) 개념으로 변모한 것은 후일 성직계급이 평신도들보다 서열상 상위에 위치하여 백성(평신도)을 지배, 관리, 감독한다는 위계적 교회 개념을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교회적 봉사는 교회 직무가 되었고, 결국 교권제도가 되었다.


원시 기독교 공동체(Gemeinde des Urchristentum)는 위계적 조직이 아니었다. 예수 공동체는 어떠한 지배와 군림의 방식이나 태도는 지양되었다(막 10:42-45)5). 그러나 그로부터 5백년 후 디오니시우스가 교권제도(위계)라는 개념을 도입한다(위디오니시우스 법령집). 초기 교회공동체에도 사도와 장로들의 권고에 신자들의 순종은 요구되었다. 특히 사도직의 권위도 이미 강력하게 요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봉사를 위한것이었다. 그러나 초기교회의 형제적 교회구조(공동체적 교회)는 교회에 대한 주교의 지도, 감독, 관리로 인해 교계제도(성직계급)가 출현하였고, 그것은 견고한 교권제도(hierarchy)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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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기독교공동체는 형제애의 공동체였다. 그들의 교회는 복음선포, 세례와 성찬, 다양한 은사와 직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나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집>으로 이해된 이 교회는 지배제도, 지배질서, 종교권력이 아니었으며, 즉 교권제도로서 교회가 아니었다. 계급, 인종, 신분에 따라 차별받는 관료적 교회가 아니라 평등한 신자들의 공동체였다. 가부장적으로 특징지워진 교회가 아니라 형제자매들의 공동체였다. 대표사례는 “너희는 그렇지 아니하니라”에서 볼 수 있다. 섬김의 윤리(막 10:43)는 빌레몬서의 ‘오네시모’라는 노예신분도 환대하는 공동체였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와 같은 부분에서는 남녀가 참여하는 동등 제자직의 교회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울은 여성들을 “동역자들”(synergoi)로 불렀다.“함께 일하는 자들”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큉은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기초위에 세워진 교회는 다름 아닌 “여사도들과 여선지자들의 교회”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피오렌자는 “바울서신과 사도행전은 여성들이 초기기독교운동의 탁월한 선교사와 지도자들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녀들은 바울과 마찬가리로 사도요, 지도자들이었으며, 적지 않은 여성들이 협력자, 설교자, 복음을 위한 경주에서 경쟁자였다. 그녀들은 가정교회를 세웠고, 다른 선교사와 그리스도인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명망있는 후원자로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예수공동체와 사도의 공동체는 대안적 윤리(alternative ethos)에 따라 살아갔던 공동체였다. 다음으로는 성서적 공동체가 얼마나 대안 공동체, 대조공동체였는지, 월터 부르그만, 로핑크, 요더, 스탠리 하우어워스를 통해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 교회를 완전히 이상화된 평등공동체 교회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배없는 평등공동체’, ‘형제자매애적 사랑의 공동체’, ‘재화공유 공동체’로 특징짓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은 초대교회의 지향적 특징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중세기적 (교황주의적) 교회상과 오늘의 관료적, 위계적 교회상에 대한 반발로 인해 초대교회가 우리의 이상적인 교회상이라는 투사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베드로의 주도적 리더십: 베드로는 아직 군주제적, 법률적 차원의 교회 통치자는 아니었지만, 예루살렘 공의회(48년경)까지는 12제자단안에서 “야고보, 베드로, 요한”과 함께 예루살렘 공동체의 지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히브리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의 리더그룹의 하나였으며, “할례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부름받은” 인물이었으며, 유대인들가운 데서 율법을 준수하는 선교를 추진했다면, 바울은 “이방인들에게 선교”를 위해 봉사로 부름받은 것으로 구분지어 이해되었다.


교회공동체의 유형

갈등하는 교회공동체: 완전한 평등공동체와는 달리 사도들간의 (교리적) 권력투쟁도 존재했다(갈라디아서). 사도직의 권위주장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사도들에게, 장로에게 순종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교회안에 이미 순종의 질서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히 13:17)

직무적 교회: 목회서신에는 확연히 직분(직임)에 따른 기능과 역할, 자격이 열거되고 있다. 은사적 공동체에서 질서적, 직무적 교회로 이행되고 있다. 유대인 공동체에는 장로들과 원로들이 공동체의 상급위치에 있었다(사도 이후 지도그룹). 감독, 집사, 과부 등 각양 직임에 따른 직무적 위상이 자리잡고 있었다(특히 목회서신).

성례전의 교회: ‘세례’와 ‘성찬’이라는 성례전은 예수운동에서부터 이미 주어졌다: 가톨릭교회에서 그것이 예전적(liturgical) 형태로 변모한 것은 사실이나 성례전적(sacramental) 교회상의 맹아는 이미 존재했다.

그리하여 예수운동에서 시작한 공동체 교회는 주교직의 교회가 되었다.

예수운동: 묵시적, 종말론적 하나님나라

사도적 교회조직: 예루살렘 교회 등

카리스마적 교회: 열광주의, 종교개혁, 가톨릭의 일부

직무 중심의 교회: 성직자중심의 교회(사제-주교 교회 혹은 목사 교회). 가톨릭교회, 그리스 정교회, 영국 성공회, 개신교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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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큉에게 원시그리스도교에 대한 이해는 왜 이렇게 중요했을까? 그것은 기독교의 '시초'와 '기원'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면 교회가 지향해야할 교회의 비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대 교회는 지금처럼 사제나 담임목사, 당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교회라기 보다는 '공동체'였고, 모든 사람들은 섬기는 사람들이었다. 따로 직분을 두지 않고 더 잘 섬기기 위해서 역할은 나누었던 것이다. 그러나 큉이 보기에는 초대교회의 모형에서 벗어나서 위계적 교회로 바뀐다. 여기서 큉이 교황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이유가 된다. 교황의 존재론은 '무오류'의 인간이 아니라 오류를 행할 수 있고 충분히 인간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섬기는 종으로써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돌아가야할 곳, 지향해야할 곳은 바로 '공동체'이다. 이때 공동체는 서로 성령의 은혜로 하나님으로부터 '카리스마적인 은사'를 받고 필요한 때에 사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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