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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02. 2018

마음과 밤

밤에 떠오르는 심상들

체호프의 소설을 읽은 것도 아닌데

하늘을 처다보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아마도 이젠 글을 빌리지 않아도

일상에서 그 감각을 느끼며 살아가는 듯하다


언어로 치환시키지 않고

감각 그대로 놓아두기를 여러번.


이제는 제법 내게 다아온 인상들이

나름의 형상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마음의 심상들을 찾아가느라


많은 말들을 삼켜야 했고

때론 어린왕자와 같은 난처함을 겪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생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글로 담을 수 없고

언어화 할 수 없는 것들의 가치가


겨울철 눈발 날리듯이

마음속에 벚꽃처럼 떨어진다


오히려 생의 감각은

더욱 살아나서 조금만 일에도


급격한 화를 내거나

조급하게 우울해지는 경향을 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감정을

애써 외면하면서 나름의 윤리적 잣대를 대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누군가를 위한 윤리가 아니라면


기준이나 한계설정은 별로 의미 없기에

나에게 다시 돌아갔다


무엇을 해야한다는 설정으로

마음 졸이기를 포기한 순간


찾아오는 자유는

무한의 폭력이 가져다준 벌판에서


이제는 혼자 서 있는 듯한

외로움을 주었지만


곧 마음의 친구들이 찾아와서

나를 달래주고 함께 거닐고 있는 요즘.




마음이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친한친구는 내가 예술가형이라서


방어기재로 생산성을 택한다는데

음. 그래서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에 나를 정의하려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난 것 같다


굳이 나를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붕어빵이 순식간에 뜨거운 철판에 익어가듯


나를 찍어내려는 사람들의 언어에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해버리곤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스로 나를 넘어서는

감정의 파도를 경험하고선 신기해 했다


아! 정말 증명하라는 듯이 채근하는

당신들과 같이 걷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이렇게 앉은 지금

나는 그들에게 화해의 악수를 조용히 청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렇게 생겨먹은 심성이라서


나쁜짓 할때 가슴이 첫사만난 것처럼

쿵딱쿵딱 뛰고


나를 넘어서는 어떤 말들을 할 때

마틴루터킹 같이 흥분하면서 내뱉는달까?




혼자서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새벽을 넘어가는 사이 공원을 달리고 돌아온 땀방울


나를 기다리는 작은밤

작은 가로등 세상


한편의 시를 읽고서는

한 문장의 글로써 답가를 보낸다


감정에 더욱 충실해지고자

외로움도 친구로 삼고는


한 숨, 한 잔

한번의 시선으로


내일을 맞이하려고

오늘을 닫는다


마침 좋아하는 last carnival도 끝나가고

마음의 열정도 끝나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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