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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금 Sep 29. 2024

세상에서 제일 쉬운 제육볶음

아직 요리에 도전장을 내미는 중이라고 해도 

내게 만만한 음식이 있긴 하다.


돼지고기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 제육볶음이다.


처음 신혼집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해준 음식이 제육볶음이었다.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라고 당당하게 말하자

남편이 '그럼 제육볶음 만들 수 있냐'라고 물었다.

당연. 그깟 제육볶음쯤이야!

유튜브 세상 속에서 제육볶음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니.


그렇게 우리의 제육볶음 굴레가 시작됐다. 도르마무도르마무.

마트에 가서도 돼지고기 앞다리살은 꼭 사 오게 됐다.

왠지 냉동실에 앞다리살 한 덩이쯤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마트에 꼭 가지 않아도 될 거 같고.


앞다리살을 잘게 잘라주고, 설탕과 간장으로 간을 한다.

간장은 2스푼, 설탕도 2스푼 정도.

간 마늘도 이때 함께 버무려 주면 좋다.

그렇게 10분 이상 방치해 두고 양념을 만든다.


고추장 1스푼 반, 고춧가루 반스푼, 맛술 한 스푼 섞어준다. 맛이 부족하다.

그땐 굴소스다. 

볶음류를 만들 땐 굴소스 만한 게 없다.

굴소스를 취향껏 한 스푼 이상 넣고 잘 섞어준다.


양파와 파, 당근도 적당이 썰어준다.

이제 볶자.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한 앞다리살을 먼저 볶아주고, 양념을 넣어 섞어준다.

이때 나는 물을 조금 더 넣었다. 양념이 뻑뻑한 느낌이 들어서 물을 넣으니 좀 부드럽게 풀리는 기분이다.


그리고 잘 섞어준다.

남편은 매운맛을 싫어하니, 일부러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조금 덜 넣긴 했다.

맛이 살짝 이상하다 싶으면 다시다를 살짝 뿌려준다. 혹은 참치액 조금도 괜찮다.

이맛도 저 맛도 안될까 걱정이지만, 제육볶음은 배신하는 법이 없다.


잘만 볶아주면 끝이다.

항상 음식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고, 새로운 개척인데, 제육볶음만큼은 안전빵이다.

무난하게, 그리고 든든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물론, 매번 나의 계량은 달라지서 맛은 매번 달라지지만, 매번 맛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제육볶음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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