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쩝쩝 박사는 비빔국수로 완성된다

남편과 나는 고기를 참 많이 먹는다.

고기를 줄여보고자 이러쿵저러쿵 노력을 해도,

고기가 없으면 밥상이 아닌 거 같고, 먹을 게 없는 거 같고. 그런 기분이 든다.

최근에도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가서 고기를 왕창 사왔다.

엄청난 양의 고기는 두 달이면 쫑날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그러다 보니 고기는 온통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다.

냉동실에 보관해서 좋은 점은 당연 고기를 오래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안 좋은 것은 먹으려고 할 때 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격 급한 남편과 나와 같은 코리안들에게는 힘든 점이다.

그래도 나름 해동을 잘하는 방법을 찾았다. 따뜻한 물이 고기를 좀 담근 다음에

키친타올로 물기와 핏물을 제거하고

맛술을 살짝 뿌려준다.

그리고 다시 키친타올로 맛술을 제거하고. 그러다 보면

꽤 빠르게 녹아 있다.

소고기는 여기에 올리브오일을 발라주면 더 빨리 녹는 기분이 든다.

이번에는 삼겹살을 먹기로 한다. 고기르 해동시키고 맛술을 살짝 뿌려준다.

그다음 이벤트는 비빔국수다.

소면이 조금 남아 있어 다 삶기로 한다.

우리 남편은 국수를 참 좋아한다. 국수 면 사이사이 빨려 들어오는 양념의 맛이 좋다고 했나.

연애할 때는 카톡으로 점심 뭐먹었냐 물어볼 때마다 면이었다.

라멘, 우동, 메밀면, 국수...

지나친 면사랑이 지금 우리 가정의 밥상까지 바꾸게 될 줄이야.

아무튼, 비빔국수 레시피를 찾다보니 류수영 님의 레시피가 있더란다.

류수영님이 추천해주신 대로 불고기를 만들어봤는데, 기가 막혔다.

그에 대한 신뢰도는 무한 상승 되었기에. 비빔국수도 시키는대로 믿고 해본다.

특이한 건, 오이와 양파로 절임을 먼저 만든다는 거다.

식초, 맛소금, 설탕을 넣어 절임을 만들어 잠시 기다려준다.

그리고 비빔국수의 하이라이트 양념장이다.

참기름 4, 간장 6, 고추장 1, 고춧가루 2, 설탕 4, 깨 2, 식초 4, 마늘 1/2, 케첩 1, 후추 10바퀴.

이렇게 넣어주면 된단다.

사실 양념을 배합할 때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만큼은, 신뢰도가 높은 류수영님 레시피 만큼은 고대로 따라해 본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후추는 갈리는 후추가 아닌 뿌리는 후추를 조금 넣었다는 거..

그리고 마늘을 좀 많이 넣었다는 점이다.

아마 한스푼 넘어가지 않았을까.

거기에 오이와 양파를 절여두고 나온 채수를 양념에 4스푼 넣으라고 했다.

하지만 난 이미 너무 신맛이 있었기에 패스....하진 못했고 2스푼만 넣었다.

절인 오이와 양파는 꾹 짜서 물기를 제거한다.

그렇게 삼겹살을 굽고 국수를 삶아 완성했다.

실패.. 라기보다는 실수 요인들이 좀 보였다.

우선 삼겹살에 맛술을 너무 많이 넣어서 탔다는 거, 그리고 마늘을 너무 많이 넣어서 매웠다는 거.

그래도 한입 먹자마자 남편도 나도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이제 진짜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이러다가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 굴러다니게 되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아무튼 오늘도 고기다. 고기 쩝쩝 박사들은 비빔국수와 함께 완벽한 저녁을 완성시켜 버렸다.

배부르고 기분이 좋다.

뒤쪽에 보이는 삼겹살은 너무 타서 못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