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회사의 누군가에게 이상한 다이어트 방법을 알아왔단다.
3일은 아무것도 먹지 말고 오직 단백질만 섭취하고, 그다음부터는 하루 한 끼만 밥을 먹는 거였다.
그렇게 정해진 스케줄 대로 한 달을 살기로 작정했단다.
4일째가 되는 날, 단백질만 먹어서 힘없는 남편을 위해 몸보신용 갈비찜을 만들기로 한다.
찾아보니 압력솥 없이도 갈비찜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없는 게 없는 편스토랑의 류수영 님 레시피를 참고했다.
그런데 류수영 님 레시피는 매운맛이라, 나는 맵지 않은 갈비찜을 만들기로 했다.
뭐,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만 빼면 그 맛 그대로 날 거 같다는 생각이다.
우선 돼지갈비를 찬물로 씻어주고, 잠시 물에 담가뒀다.
그리고 깊은 프라이팬에 갈비를 구워준다.
류수영 님의 레시피라면 진간장 5스푼, 참치액 5스푼, 설탕 5스푼이면 끝이라고 했다.
그거에 맞춰서 양념을 만들어 구워진 갈비에 붓는다. 그리고 볶는다.
썰어둔 야채, 양파, 파, 당근, 버섯도 함께 넣어 볶는다.
근데 왜 이렇게 허옇지. 분명 시키는 대로 딱 맞췄는데 말이다.
여기에 케첩도 넣으면 맛있다고 했지만, 나는 넣지 않았다.
빨간 돼지갈비가 아니라 갈색빛 도는 돼지갈비가 먹고 싶었으니까 빨간 소스는 금지다.
얼추 익었다 싶을 때 물을 넣고 40분 동안 끓여준다.
그리고 40분 동안 소파에 누워 있기로 한다.
지난 일주일은 피가 말랐다. 회사에서 해야 할 것들이 눈앞에 너무 많이 쌓여 있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갑갑하기만 했다. 점심 시간이면 답답한 마음을 팀원들에게 와다다다 털어놓기 바빴다.
사실 일은 그냥 하면 되는데, 사람과 사람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내겐 어려웠다.
누군가는 착하고, 누군가는 참 못됐다. 근데 착한 사람도 못되게 말할 때가 있고, 못된 사람도 착하게 말할 때가 있다. 착하려면 착하고, 못되려면 못되지, 그냥 하나만 하지 싶다가도, 사실 우리는 모두 사람일 뿐인 거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님의 "사람은 잔혹하기도 하고 선하다"는 말이 유독 절실하게 와닿았던 일주일이었다.
금요일에 앞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할 것인지 상사에게 보고하고 정시에 퇴근했다.
그리고 토요일 점심에는 남편과 맛있는 갈비를 먹어야겠다고 즐거운 생각을 했다.
갈비는 즐거운 음식이다.
물론 잘 만들어졌을 때 하는 얘기다.
40분이 지나 갈비찜을 열어보니, 뭔가 싱거웠다.
류수영 님이 만든 레시피보다 우리 갈비가 양이 더 많았나 보다.
그래서 아까 넣지 않았던 케첩 2스푼과 진간장 한 스푼을 더하고, 설탕을 조금 더하기로 한다.
거기에 고춧가루도 살짝 더해준다.
역시 모르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물이 부족하니 물도 조금 더 넣어서 푹 삶아준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돼지갈비찜 완성이다.
물론, 엄마가 압력솥으로 해준 부드러운 갈비찜은 아니다.
압력솥을 쓰면 왠지 폭발해 버릴 거 같아 그간 사지도 않았고, 갈비찜도 그 핑계로 안 만들어왔다.
그러나 프라이팬으로 만든 갈비찜도 이 정도면 낫 배드.
양념이 맛있는 갈비찜 정도. 좀 더 맛있게 만들 순 없었을까 고민해 보지만 밥과 잘 어울리니 이 정도면 성공이다.
물론, 중간중간 고기가 탄 부분이 있지만, 남편이 눈치채진 못한 거 같다.
밥과 고기를 오랜만에 먹는 그의 얼굴에 만족감이 맴돈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도 하고. 우리의 토요일 낮이 그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