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과 부자 친구

by 미노칼럼


곧 군대에 간다는 친구를 위로해 주려고 맛있는 회전 초밥집을 갔었다. 맛만큼이나 가격도 엄청났기에, 한 그릇 한 그릇 고를 때마다 맛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지갑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같이 마시던 사케는 상반되는 두 감정을 내 머릿속에서 섞어주기 적당하게 데워져 있었다. 그래도 이런 집에 또 언제 오냐 하며, 비싼 초밥부터 싼 초밥까지 한 번씩은 다 먹어야겠다는 다짐 아래 배를 차곡차곡 채워갔다. 그렇게 지갑에 관해 잊으려고 발버둥 치며 먹는 와중에, 젓가락을 놓는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다 먹었어? 배 든든히 채웠어?"

"먹으려면 네다섯 그릇은 더 먹을 수 있는데, 먹으려고 생각했던 맛있는 초밥은 다 먹었어."


문제는 내 얇은 지갑이 아니라, 내 얇은 경제관념이었다.


이 초밥집이 비싼 이유는 상품 하나하나의 효용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초밥 하나에 지불하는 비싼 값에는 단순히 배를 채워주는 끼니로서의 가치만 있지 않았다. 식감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두께로 썰어 얹은 회, 너무 부담스럽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담은 밥알 개수, 맛의 재미를 더해주는 불 향 혹은 톡톡 터지는 날치알. 누가 먹어도 감탄할 수 있는 초밥을 만들고자 하는 요리사의 정성을 존중하고, 그 맛을 충분히 즐기기 위함에 그 가치가 있었다. 즉 나처럼 단순히 배부르게 먹기 위해 이 초밥집에 들어왔다면, 초밥의 온전한 가치를 즐기지 못하거니와 요리사의 정성마저 짓밟아버리게 되는 셈이다. 맛은 맛대로 즐기지 못하고 지갑은 지갑대로 얇아진다.


사실 돈이 많은 친구라, 이 비싼 초밥집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한 마음가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라고 못 가질 건 또 뭔가. 부자가 되는 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부자의 마음가짐을 갖는 데에는 돈 한 푼 필요 없다. 친구는 본인과 같이 먹어줌에 감사를 표했고, 나는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감사를 속으로만 몰래 전하며 식당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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