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처럼 찾아오는 손님
내가 넘어질지라도 일으키실 분은
오직 주님이십니다하고 고백함에도
엔도 슈사쿠의 <침묵>에서 등장하는
로드리고 신부처럼,
대답 없으신 하나님께 원망만 쏟아내네요.
나의 믿음은 겨자씨,
그보다 작은 먼지 같은 것.
몇 번의 위로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곤
불과 몇 시간 전의
스스로를 비웃는다.
불안은 이토록 무익합니까.
당신의 전능하심을 드러낼 그림잡니까.
그렇담 필요하겠죠.
나의 자만함과 지나침을
도로 잡을 수 있다면.
내 작고 슬픈 자아의 손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면.
내가 독수리가 아니라,
참새보다 작은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제서야 나의 불안함은 깨어지고,
나의 민낯과 알몸이 드러납니다.
비로소, 당신을 제대로 사랑하게 되지요.
타협없는 당신 앞에,
늘 그렇듯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