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농 Nov 15. 2017

몸이 아픈 날

11/15/17

  

  몸이 아파 일찍 누웠다. 추운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친구를 만난 탓에 온 몸이 마른 가지처럼 앙상해졌다.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보채는 아내를 홀로 두고 먼저 씻고 누웠다. 당신은 내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조용히 부엌에서 무얼 만들었고 나는 잠에 들었다.


  맛있는 라면 냄새, 인기 예능프로그램 소리, 당신의 웃음소리, 선잠에 취하다 조금의 감각까지 끊어졌다. 한두 시간이나 지났을까. 눈이 환해졌다. 그리곤 따뜻한 입술이 얼굴과 만난 것 같다. 여느 때라면 달콤했겠지만, 나는 밤잠을 깬 게 억울했고 짜증을 내고서야 불이 꺼졌다.


  새벽에 일어났다. 당신은 무척 피곤했는지 곤히 잔다. 간밤에 괜히 짜증낸 게 미안해진다.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선한 얼굴을 찾아보라고 물으신다면 나는 당신의 자는 모습이라고 답하고 싶다. 자는 얼굴은 욕심이 없다. 그런 얼굴을 보면 지난 과오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아침이 밝는다. 비온 후 개듯, 몸도 아팠다가 익숙하게 회복됐다. 아팠을 때의 기도를 건강할 때도 기억한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감사하며 살까. 익숙한 망각이다. 그러나 잊지 않으려 애써보련다. 하나님께, 또 내 곁에 함께하는 당신에게 감사할 것이다. 몸이 아픈 날의 교훈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설거지와 아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