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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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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Nov 24. 2018

임신 11주차 : 얼굴이, 발이 보인다.


산모와 태아는 건강하다.

이 문장은 나를 들뜨게 한다. 아내가 건강해야 태아도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다.


요새는 아내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4년의 연애, 결혼 2년차인 우리는 요새 사이가 더 좋아졌다. 물론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푸는 법도 자연스러워졌다는 것 뿐이다.


싸워도 감정적이지 않는다. 얼마 전 회식이 끝나고 대리운전기사님이 일러줬다. 아내와 동등해지지 말라고 말이다. 남편은 아내를 너그러이 사랑하고 똑같이 싸워서는 안 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다.


동갑이라, 친구였어서 소홀했다. 아내에게 맛있는 것, 좋아하는 과일을 잘 배달한다는 것 외에도 평소에 짜증내지 않고 투정부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내랑 하루하루 임신생활을 하는게 좋다. 물론 아내는 냄새 때문에 입덧 때문에 고생이 정말 많다.


집안일을 하다보면 어쩌다 짜증이 날때가 있다. 힘겹게 쌓인 쓰레기를 버리는데 비가오고 가다가 넘어져서 분리수거할 것들을 쏟아버렸을 때가 그랬다. 빨래를 개면서 널다가 쉬다가 다시 청소기를 돌렸을 때 힘들었다. 설거지를 남기고는 시간소모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좋다. 나와 아내, 평생을 함께 할 사람과 새 생명이 세상으로 나오는 길을 준비한다는 게 행복하다. 대학부터 함께였던 아내이자 짝궁이 어머니가 되고 철없는 내가 아빠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


경제적 어려움과 걱정이 앞설 때 많지만, 아내의 손을 잡고 있으면 위로가 된다. 지금껏 그래왔듯 조금씩 걷자. 우리 삶에 너무 각박해지지 말자. 여유를 갖자. 말이 많지 않는 우리도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시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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