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다. 기다리던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예정일 근처의 내진은 출산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우린 그걸 잘 몰랐지만 평소처럼 내진에 임했다. 의사선생님은 주중에 출산할 수도 있다며, 출산준비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자궁 1cm 열림)이라고 했다.
아내는 가진통을 느끼면서 출산 전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했고 나도 언제가 될지 모르니 얼른 먹어두고자고 했다. 그래서 매운 불고기도 먹고, 팥빙수도 먹으러 갔다. 세숫대야만한 팥빙수를 먹고 있을 무렵, 이상하게 처음 느끼는 진통이 생겼다.
과연, 이게 진진통일까? 아내는 처음 느낀 고통에 아파했지만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강렬한 것과는 달라서 진진통이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일찍 가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내가 집에 있다가 진통이 5분 간격일때 심플하게 병원으로 이동해 분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내 생각보다는 아내의 뜻이 우선이었다.
진통 앱으로 체크해도 간격이 5분 미만이라 의아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준비를 마친 후 잠에 들었다. 출산도 체력싸움이라 아내도 나도 체력은 필수였다. 자정이 넘었을까. 잠깐 잠든 나를 아내가 깨웠다. 양수가 터진 것 같다고 했다. 분만실에 전화하고 천천히 차로 이동했다.
12:35에 전화하고 차로 이동했으니 12:45쯤 병원에 도착했다. 분만실로 이동해 상태를 체크했을 때 내진결과는 자궁이 2cm 정도 벌어져있었다. 분만을 하려면 10cm 정도는 벌어져야했다. 진통은 갈수록 세졌고 나는 피곤했지만 잠들 수 없었다. 아내의 고통에 맞물려 호흡을 같이 했다. 아픈 아내의 높은 신음에 심호흡으로 아내를 진정시켰다.
3시 20분쯤, 불과 한두시간 전에 4cm 열렸던 자궁이 극적으로 9cm만큼 열렸고 간호사는 담당의사를 호출했다. 긴급상황이었다. 간호사와 아내가 분만연습을 진행한 후에 분만에 들어갔다. 결과는 3시 47분 순산. 2.67kg의 딸 아이는 인생의 첫날을 시작했다.
아내는 무통주사없이 자연분만했다.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진통을 잘 참아낸 아내의 공로가 크다. 또, 임신기간 내내 알콩이에게 ‘알콩아, 출산은 엄마가 힘내서 아이를 낳는게 아냐. 아빠가 함께하고 엄마가 너의 길을 열어주는거야. 너도 같이 노력해서 태어날 수 있도록 열심히 나오렴. 그럼 우린 성공적으로 출산을 마칠 수 있어. 이건 우리가 하는 최초의 팀워크란다.’하고 속삭인 게 주효했다.
아이는 말하지 못할 뿐이지, 우리의 생각보다 모든 걸 잘 알고 있다. 세상의 시작과 함께한 아이의 삶을 응원한다. 고생한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또, 얼굴을 알콩이와 마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