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농 Aug 11. 2019

육아 9주 차 : 계약했다. 성장앨범


 누구나 유혹에 빠지는 성장앨범의 세계

 인생엔 여러 유혹이 있다. 그중, 가장 거절하기 힘든 게 ‘자녀를 위한 것’이란 말이다. 부모로서 자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때 고민이 된다. 해줄 수 있는 한 모든 걸, 최선을 다해, 최고로 해주고 싶단 말이 부족할 만큼 자녀를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하다.


 그런 심리를 잘 파악한 것 중 하나가 산부인과에서 하는 ‘유전자 검사’나 ‘제대혈’ 같은 상품이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성장앨범’이었다.



 성장앨범, 꼭 찍어야 하나

 남들 하는 것만큼 해주고 싶어 하는 우리네 문화를 고려해보면 첫째에 한해서는 성장앨범을 대체로 찍는 편인 것 같다. 구체적인 통계지표는 제시하지 못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랬다. 비싸지 않은 곳에서 아이와 함께 작은 추억을 만든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50일 촬영을 갔다가 계약했다.

 우리 애가 예쁘다는 선생님의 말에 혹해서 그랬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것도 계약한 이유 중 하나였다. 스튜디오도 깔끔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집에서도 가까웠다. 우리 아이가 잘 웃는다며 정성을 다해 땀 흘리며 사진을 찍어주시는 두 분의 모습에 기꺼이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생겼다.


 소비자행동론의 정의대로, 구매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구매행동을 충동구매라 정의한다면 나와 아내는 충동구매한 셈이다. 50일 사진만 찍으려던 참이었으니까.



아이는 예뻤고, 구매 부조화는 없었다.

 내 아이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그저 아름답고 예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충동 구매자들이 느낀다는 ‘구매 부조화’도 역시 없었다.


 텅 빈 계좌도 좋았다. ‘이런 것 찍으려고 돈 버는 거지’라는 생각이 아내와 나를 하나의 연대감으로 묶었다. 결혼 삼 년 차의 신혼부부가 일종의 전우애로 묶인 순간이었다.


 

이제 백일과 돌이 기대된다.

시간은 빠르다. 벌써 50일이라니. 곧 맞이할 백일에는 얼마나 예쁜 우리 딸이 포즈를 취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잘한 일이다. 아내와 나는 사진관 디렉터가 주신 싱싱한 복숭아를 가방에 담고서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흐뭇하고 잔잔한 미소가 노을 진 하늘에 퍼졌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 8주 차 : 아버지의 휴대폰 배경화면은 우리 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