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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Aug 25. 2019

육아 10주 차 : 목욕이 즐거운 아가


네가 즐거우니 나도 즐겁다.

  목받침형 욕조를 처음 사용했을 땐, 돈 아깝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이가 작아서 불편했던 까닭이다. 시간이 지나 보니 이 욕조의 장점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머리는 물론이요, 엉덩이와 허리를 잡아주고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주는 구조다 보니 빨간 다라이(대야) 보다 훨씬 목욕이 쉬웠다.


  목욕은 두 대야에 물을 떠놓고 첫 번째 대야에서 초벌로 씻기고 두 번째 대야에서 몸을 다시 씻게 된다. 두 번째 대야를 이 욕조로 사용하게 되면 목욕이 쉽다.


  한 번만 씻기고 이 욕조에 아이를 안전하게 놓아주면 스스로 논다. 즐거운지 눈도 동그래진다. 웃는다. 미소가 부모의 눈에 비치면 자연스레 가정은 화목해진다. 즐거운 순간이다.



목욕이 즐거워질 줄이야.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 아내와 다툴 일이 늘었다. 그중 하나가 아이 목욕할 때였다. 손목이 아프고 통증이 있는 아내로서는 몸이 회복되지 못한 터라 목욕을 하기 힘들다.


  부족한 나는 아이를 씻기는 일이 어려웠다. 울고 떼쓰고 무거웠고 또 아이를 다치게 할까 조심스레 두려웠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아내는 아이를 위한 잔소리를 했다.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롭게 서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니 우리 관계에도 작은 위기가 찾아왔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참아주자는 작은 결심을 했다. 나보다 힘든 건 아내다.


  동갑이라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화를 내서 얻을 건 도대체 무엇인가. 잔소리를 아이를 걱정해서 하는 말로 객관화하여 이해하고자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더라. 아이도 조금 크니까 목욕이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게 목욕했다. 물놀이처럼 즐겼다. 아빠라면 아내와 아이에게 가정에서 지지 않으려 발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맡겨진 일을 감당하면 된다. 아내의 폭풍우는 일 년 내내 몰아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잠잠해지는 법이다. 내가 말하면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시간은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도와줬다. 감사한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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