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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Oct 30. 2019

우리 집


  지난 2017년, 갭 투자 열풍이 익산시를 휩쓸고 갔다. 아파트 가격에 버블이 생겼다. 부동산 여러 곳을 다녔지만, 적당한 가격의 아파트가 없었다.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이웃 도시 전주보다 가격대가 높았다.


  공인중개사 분들은 하나같이 지금 집을 사지 말고 전세로 입주하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무슨 욕심인지 우린 조건에 맞는 아파트를 하나 구했고 대출을 받아 매매하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이 번갯불에 콩 볶듯 신속하게 진행됐다. 결혼도 얼마 남지 않았었고 집을 여러 곳 다니느라 지쳐있었으며 집도 그럭저럭 괜찮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인중개사 사무장이 중국인 고객이 그 집을 사겠다고 나섰으니 얼른 계약금을 먼저 입금하라고 말한 이유가 컸다. 조바심에 집을 계약해버린 것이다.


 집은 나쁘지 않았다. 겨울에 따뜻하고 엘리베이터와 가까워 오가기 편했고 베란다 야경이나 전망도 좋았다.


  다만 환기를 주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쉬웠고 바퀴벌레가 이따금씩 안부를 물었다. 남향이 아니라서 빛이 많이 들어오는 편도 아니었다.


  천만 원 넘는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 지금 아파트 가격은 이년 만에 시세보다 정확히 천만 원이 하락했다. 리모델링 비용을 날린 셈이다. 비용으론 명백한 손해였다.


  그럼에도 이 집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첫 신혼집이고, 우리가 원한 모습으로 인테리어하고 벽지와 장판도 골랐다.


  이곳에서 식구가 늘었고 그 아이에게도 첫 집이 됐다. 추억이 많다. 집안일, 집들이, 부부가 야식을 먹던 기억, 다툰 일, 집 근처로 마실 하러 간 일 등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누가 뭐래도 소중한 우리 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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